'개인정보 대량유출 1년'…또 건망증인가.
'개인정보 대량유출 1년'…또 건망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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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1.07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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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발묶인 '신용정보법 개정안'..또 사고나면 소비자만 피해

 
지난 해 1월 KB국민카드와 롯데카드, 그리고 농협카드 등 카드 3사에서 무려 1억 건의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규모 정보유출 사태 이후 지난 해 3월 금융위원회가 화려한 개인정보 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고 했던가.지금 개인정보를 이용한 신종 전자금융사기는 더욱 극성을 부리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피싱, 스미싱, 파밍 등 1억원 이상의 거액 금융사기는 1년 사이 5배 가까이 급증했다. 피해액도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75억원이나 늘었다. 반면 금융사기 피해를 당한 소비자들이 돌려 받는 환급 금액은 줄었다. 지난 201220%에서 올 상반기엔 11.9%로 절반 가량 떨어졌다. 금융사기로 1000만원의 피해를 입었을 경우 120만원만 돌려받았다는 얘기다.

웬만한 직장인이라면 하루에만 20건 안팎의 광고문자 메시지를 받는다고 한다. 지난 해 신용카드사에서 주민번호와 전화번호, 심지어 계좌번호까지 유출된 이후 부쩍 늘어난 광고문자에 불안감도 더욱 커졌다. 이들은 여기 저기서 정보가 유출됐다고 통보를 받고 나서 이상한 문자들이 더 많이 온다고 호소한다. 그렇지 않아도 추운 겨울철에 보이스 피싱으로 보이는 전화가 자주 걸려오는 바람에 공연히 사기를 당할까봐 더욱 움추리고 불안에 떠는 사람들이 많다.
 
더욱 문제는 금융당국이 당시 재발방지를 위해 내놓은 대책 중 상당수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대책의 대부분을 특정 법에 집중적으로 담은데 따른 것이다. 국회와 금융당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애써 마련한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동면(冬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정보보호 대책이 미완에 그치고 있다. 실제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4분기 작성한 '개인정보 대량유출 실태조사 및 국정조사에 대한 처리결과 보고서'에는 금융위 67, 금감원 18개 개선방안이 담겨있다. 이중 금융위가 시행할 대책 67개의 56%에 해당하는 38개가 신용정보법 개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현재 행정지도 형식으로 대책을 일부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금융위의 개선사항 중 50% 이상이 법개정 지연으로 완전하게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완전한 대책 이행을 위해 신용정보법 개정이 필요한 방안에는 중요 개인정보를 수집 및 보관하는 금융회사에 개인정보 유출 배상보험을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또 신용정보 집중기관이 보유한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도록 하는 방안, 금융인프라 성격이 있는 신용정보회사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처벌 강화 방안, 대출모집인이 불법정보 활용 시 모집인뿐 아니라 회사에도 책임을 부과하는 방안 등도 비로소 신용정보법이 개정돼야만 시행될 수 있다.
 
현재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는 것은 신용정보 집중기관 신설 문제 때문이다. 당국과 일부 의원들은 신용정보 집중기관을 신설해 개인정보보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집중기관에서 유출이 발생하면 피해가 더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의원들은 2월 임시국회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할 방침이지만 쉽게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금융당국이 대책을 신용정보법에 너무 집중해서 만들었다는 시각도 있다. 정보유출이 비단 카드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은행, 증권, 보험, 저축은행 등 전반적인 문제로 큰 틀에서 대책이 마련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은행, 전자금융, 보험, 증권 등 다양한 분야의 법제도를 검토해 다양한 루트로 보안 강화 방안을 추진했어야 하는데도 대책의 절반이 1개 법(신용정보법)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지난 정보유출 사건이 신용정보법과 관련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좀 더 다방면으로 대책을 만들었다면 신용정보법 개정 문제로 이렇게까지 발목이 잡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점에서 국회와 금융당국이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는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인 정보유출 재발방지를 위한 관련 법률을 여야가 시급히 합의해서 통과시킬 것을 촉구한다. 지금 국회에서는 정보유출 사태 이후 제시됐던 법안들이 여야간  합의 불발로 우선순위에서 쳐지면서 의사당 한쪽 구석에 밀려 있다.
 
현재 정보유출로 피해를 받은 카드사 고객들이 카드사와 소송을 진행 중이지만 카드사들의 버티기로 장기화할 조짐이다. 피해자들이 카드사와 진행중인 소송이 지연되는 것은 큰 문제다. 사건 발생 인지 시점부터 3년이 경과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돼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은 배상을 받을 수 없다. 카드사들은 이러한 점을 이용해 소송을 지연시켜 소를 제기한 사람에 한해서만 배상을 해주려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신용카드와 같은 전자금융사기는 피해금액이 실질적으로 소액인 경우가 많다. 고객들 입장에서 금융사 측에서 억울하면 소송을 하라고 했을 때 선뜻 소송을 걸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소송을 하려면 번거로움이 따르고, 실제 소송을 건다고 하더라도 꼭 승소한다고 볼 수 없는 탓이다. 손해배상책임에 대한 법안도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집단소송제 관련 법률안이 미비한 것도 문제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가 여러 명일 때 일부 피해자가 대표해서 소송을 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소송의 결과는 모든 피해자에게 적용된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특성상 피해액을 산정하기 쉽지 않고 어디에서 정보가 유출돼 피해를 입었는지 입증하기 어렵다. 따라서 집단소송제를 통한 피해구제가 효과적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과징금이나 과태료의 금액 자체가 금융사에 큰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과징금이나 과태료는 세금으로 환원된다실질적인 소비자 보호, 피해구제와는 거리가 멀다. 손해배상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소비자 보호에 더욱 신경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신용정보법이 개정되지 않고 현행대로 유지된다면 앞으로 똑같은 정보유출 사태가 터져도 결과적으로 피해는 또 소비자들의 몫이 되고 만다. 따라서 우리는 정부와 국회가 이같은 미비점을 보완해서 2월 국회에서 신속히 관련법안을 처리해 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1년 전 카드 3사의 개인정보가 대량 유출됐을 당시 우리 사회는 얼마나 호들갑을 떨었던가. 다시금 그때 일을 모두 잊어버리는 '건망증 사회'가 돼서는 안된다. 그런 사태는 언제라도 재발할 수가 있는 탓이다. 그래서 국회의 관련법 처리가 어느 때보다도 시급하고 절실하다. 그것이 우리나라가 진정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선진 신용사회로 가는 법률적 장치를 확보하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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