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7 03:40 (수)
김준기 동부회장의 '실패한 경영'
김준기 동부회장의 '실패한 경영'
  • 정진건 기자
  • 승인 2015.01.01 02:52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부건설, 2014년 마지막 날 기습적으로 법정관리 신청

 
대기업의 부실경영이 어떤 결과를 낳을까. 동부건설이 자금난에 몰려 31일 기습적으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결과적으로 오너인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부실경영으로 실패한 오너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한때 성공신화를 썼던 김 회장은 지금 실패한 경영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KDB산업은행은 김 회장의 사재 출연을 전제로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나 동부그룹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김 회장이 동부그룹 금융계열사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제조 계열사의 부실에 대한 책임을 떠안지 않고 있다는 비난이 나온다.

자금난에 몰려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부건설은 동부그룹의 자회사이자 시공능력평가 25위의 중견 업체다. 지난 1969년 미륭건설로 출발한 동부건설은 1978'해외건설 수주 5억불탑'을 수상하는 등 해외건설 사업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1989년에는 동부건설로 회사명을 바꾼 후 '센트레빌' 브랜드로 국내 아파트 사업을 본격화하며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변곡점을 맞았다. 김포 풍무·인천 계양·서울 용산 등지에서의 미분양 할인분양 등으로 자금사정이 악화됐다. 2012~2013년 이들 사업장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선반영하며 손실이 불어났다. 이에 동부건설은 동부발전당진 등 핵심자산을 매각해 경영 정상화를 꾀했으나 실패했다.
 
산업은행은 동부발전당진과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묶어 팔기 위해 포스코와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6월 포스코가 인수를 포기하자 동부발전당진 매각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후 SK가스가 2100억원에 사들이면서 헐값 매각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초 시장 예상가인 4000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동부발전당진과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패키지 딜(거래)로 한다고 하다가 6~7개월 시간만 보내고 그 사이 동부발전당진의 가치가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헐값에 파는 바람에 유동성 확보가 안 되니 위기가 온 것이다. 이어 법정관리 만은 막으려고 9월 이후 최선을 다해 회사채 1344억원과 차입금 250억원 등 1594억원을 상환했다. 하지만 산업은행에서 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버티면서 운영자금 압박 등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다.
 
김 회장은 일중독(워커홀릭)이라 불릴 만큼 일을 많이 한다. 그의 일 욕심은 끊임없는 사업확장으로 이어졌다. 동부그룹은 단기간에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무리한 확장은 결국 재무구조의 부실을 낳았다. 동부그룹은 애프터 삼성이라고 불릴 정도로 삼성그룹을 따라서 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외환위기 이후 주력사업으로 키우려던 자동차사업(삼성자동차)과 향후 성장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유통사업(삼성테스코)을 과감히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사재도 내놓았다.
 
그러나 김 회장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동부그룹은 삼성의 선택과 집중 전략을 따라하지 못했다. 김 회장의 삼성 따라하기는 인사영입에서 두드러졌다. 김 회장은 동부그룹의 출발이 다른 대기업보다 늦었다. 그래서 격차를 단기간에 줄이려면 검증된 삼성출신 인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김 회장이 삼성맨을 영입하면서 긍정적인 효과도 거뒀다. 반면 동부그룹 내부출신들의 사기가 떨어졌고 조직화합을 저해했다.
 
외부 출신 CEO가 온다고 해서 기업문화가 일순간 변할 수 있는 게 아니며 내부출신은 승진할 수 없다는 무기력감을 퍼트렸다는 것이다.동부그룹에서 삼성그룹 출신 인사의 비중은 한때 40%가 넘었다. 김 회장의 성공신화도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 그는 창업주로 사업확장에서 추진력을 발휘했지만 독선에 사로잡혀 사업을 정리하지 못했다. 무엇 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모든 것을 가지려다 어느 것도 제대로 갖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한 셈이다.
 
동부그룹의 부실화는 김 회장의 ‘과욕이 빚은 참사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일반 국민과 정치권 안팎에서 부실경영에 대한 오너경영인의 책임을 확실하게 물어야 한다는 요구가 갈수록 높아진다. 그렇다면 김준기 회장이 과연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자신의 운명이 달려있는 셈이다. 최근 땅콩회항사태로 초토화된 대한항공에서 보듯이 동부그룹의 경우에도 오너 경영인 한명의 경영철학과 기업운영 방식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