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손보 인수 승인조건으로 제시…금융권, "도 넘은 경영간섭" 반발
되살아난 '신(新) 관치금융' 의 망령인가.
금융당국이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집행 임원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 파문이 일고 있다. ‘인사쇄신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KB금융과 국민은행 사외이사에 이어 이번엔 집행임원까지 사퇴압력을 넣은 것이다. 금융당국의 경영권 개입이 도를 넘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16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윤종규 KB금융 회장에게 KB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 국민은행 A부행장과 KB금융 B부사장 등 2명의 사퇴를 직접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외이사들의 퇴진으로 (KB금융의 인사쇄신이)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라며 “내부 쇄신을 위해 윤 회장이 슬기롭게 결정해야 한다. 24일 정례회의 전까지 윤 회장이 경영능력을 입증할 방안을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지목한 두 집행임원은 국민은행 이사를 겸하면서, 주전산기 교체 결정은 물론 관련 감사보고서 채택 논란에 직접 개입했던 인물들이다. 금융당국은 이미 이들에 대해 경징계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 회장을 압박해 두 임원의 사퇴를 다시 요구한 건 지나친 경영개입이라는 게 금융권의 반응이다.
금융권의 한 고위 인사는 “KB금융의 지배구조와 인적 쇄신론은 금융당국이 내세운 명분 쌓기 아니겠느냐”며 “윤 회장을 압박해 ‘길들이기;를 하려는 속내”라고 꼬집었다.
금융권의 다른 고위 인사는 “KB사태와 관련한 인사들의 인적 청산 작업이 필요한 건 맞지만, 이는 경영을 맡은 윤 회장의 몫이지 당국이 개입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임영록 전 회장, 이건호 전 행장과 관련한 인사들을 모두 퇴진시키라는 당국의 발상은 관치논란을 재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일단 오는 24일 예정된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KB의 LIG손보 인수 승인안을 다룰 예정이다. 이에 앞서 19일 합동보고회를 열어 이번 인수건을 회의에 부칠지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금융위 입장에서도 관치금융논란이 불거질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는 만큼 LIG손보 인수 승인을 더는 늦출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면 승인 여부를 속단하기 어렵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 정례회의에 안건을 올려 승인을 허락하지 않는 경우는 대부분 없었지만 KB건은 여러 배경과 사안이 얽혀 있어 예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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