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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서금회가 웬 말인가?
낙하산·서금회가 웬 말인가?
  • 금융소비자뉴스
  • 승인 2014.11.25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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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장 후보 서강대 인맥..금융권 구태-파행 재연

 
지난 여름 KB내분 사태의 악몽이 채 가시지도 않은 지금  정말로 한심한 일들이 금융권에서 또 다시 벌어지고 있다.

금융권 기관장 인선을 둘러싸고 또 다시 '관치(官治)' 논란이 뜨겁다. 은행연합회장에 특정 인사 내정설,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에 대한 사퇴 압력, 특정 학교 인맥을 바탕으로 한 지원설까지 인사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민영화를 앞둔 우리은행은 차기 행장선임을 위해 회추위를 구성했지만 첫 회의도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의 후보검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고치겠다며 모범규준까지 만들어 발표했지만 정작 청와대와 정부는 보이지 않는 인사 개입을 시정하지 않는 야누스적 행태를 보인다는 비판이다.
 
이달 말로 예정된 은행연합회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금융권에선 낙하산 논란이 벌어졌다. 24일 은행연합회장 선출을 위한 공식 이사회가 열리기 전부터 금융당국이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을 내정했다는 소문이 나돈 것이다.
 
정치권과 금융노조는 거세게 반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과 전국금융산업노조는 기자회견을 갖고 "금융당국이 순수 민간기구인 은행연합회장 선임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은행연합회는 당초 이날 신임 회장 후보를 결정하고 28일 연합회 총회에서 정식 임명할 예정이었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추후 재논의하기로 했다.
 
지난 주 KB금융지주 이경재 이사회 의장이 사임 의사를 표명하자 금융권에선 "결국 백기를 들었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간 금융위원회는 KB금융 전산기 교체를 둘러싼 '회장-은행장 간' 갈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KB금융 사외이사들에게 퇴진을 요구해 왔다. 사외이사들이 책임지지 않는 한 KB금융이 추진 중인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을 해주지 않겠다는 의사까지 표명하자 이 의장이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최근 진행 중인 우리은행장 인선 과정에서도 내정설이 파다하다. 이순우 현 행장의 연임이 기정사실로 거론됐다가 최근에는 이광구 부행장이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이 부행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으로,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파워와 무관치 않다는 말들이 나온다. 26일 이사회를 열고 신임 사장 후보를 선출하는 대우증권 역시 서강대 정치외교학과를 나온 홍성국 부사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다. 금융당국은 KB금융 회추위 과정을 지켜보면서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건을 저울질했다. KB회추위는 이사회 멤버로 구성돼 운영됐다. 이 과정에서 당국은 KB금융의 경영혼란을 책임져야 할 사외이사들이 사퇴하지 않으면 승인내리기 어렵다며 사외이사 책임론을 내세우면서 LIG손보 인수건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결국 이경재·김중웅 KB금융과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이 사퇴하면서 금융당국의 자회사 편입 승인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B금융은 LIG손보 인수가 늦어지면서 지연이자 규모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됐다. 양사의 인수계약서에 따라 거래 종료 예정일인 지난달 27일 이후부터 하루당 11천만원의 이자를 보상해야 한다.
 
KB금융 회장후보에서 낙마한 하 행장은 다시 은행연합회장 후보로 나왔다. 금융당국은 은행연합회 이사회가 열리기도 전에 하 행장의 내정설을 흘리고 시장은 더욱 혼란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이같은 상황은 우리은행에서도 연출되고 있다. 차기 행장을 선임하는 행장후보추천위원회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이미 청와대에서 후보들에 대한 인사검증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얼마 전 사외이사의 다양성·전문성을 강화하고, 대기업 오너들이 계열금융사 사장을 마음대로 임명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내놨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금융회사 이사회가 자기권력화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선임과정부터 개선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금융권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관치를 막지 않고서 금융산업의 발전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결론적으로 금융당국이 한쪽으로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지키라고 하면서 다른 한쪽에선 밀실·낙하산 인사를 계속하는 표리부동한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는 자기들이 만든 규율을 스스로 지키지 않는 모순이자 일종의 변칙 플레이나 다름이 없는 셈이다.
 
우리는 금융당국이 금융기관장을 먹잇감정도로 생각한다면 이야말로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은행연합회장 인선이 관피아 문제로 관료출신 선출이 불가하다고 판단하고 관변의 인물로 선출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계의 자율과 능력있는 인사가 선출될 수 있도록 당국이나 정치권에서 관여하지 말 것을 엄중하게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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