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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윤 파워와 금융권 인적쇄신 책임
신제윤 파워와 금융권 인적쇄신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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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1.21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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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론서 '면죄부' 받고 과감 행보...'관치금융' 논란서 탈피해야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오랫 만에 막강 파워를 과시했다. 신 위원장이 20일 금융회사 지배구조 수술을 하겠다며 칼을 빼들자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의장이 곧바로 물러났다. 신 위원장이 금융지주와 은행의 지배구조를 대폭 뜯어고치려고 나서면서 앞으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와 인적개편에 얼마나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신 위원장은 이날 금융발전심의회를 열어 금융지주와 은행의 사외이사 구성과 CEO 승계 업무 상시화 등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담은 모범규준을 내놓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사외이사들이 특정전문직이나 직업군에 과도하게 쏠리면서 자기권력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평가"라며 "금융회사의 이사회가 자기권력화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선임부터 평가, 공시에 이르는 전 과정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사외이사 중심으로 이뤄져 있으나 구성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견제와 균형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못해 경영진에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경영진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일부 사외이사의 경우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면서 권한만 있고, 때로 책임을 지지 않는 경향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회사 지배구조의 외형과 모양새는 국제기준에 근접해 있지만 실제 운영과정은 주주와 시장, 금융감독기구의 요구수준에 미치지 못한다""최근 일부 사례가 보여주듯이 지배구조의 난맥상은 주주가치와 건전경영을 위협할 뿐 아니라 금융 시스템 안정과 신뢰까지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당장 KB금융 사외이사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그동안 KB금융사태에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들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자진사퇴를 압박했다. 최수현 금감원장까지 KB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마당에 신 위원장이 KB금융 사외이사들에게 사실상 사형선고를 내린 꼴이었다.
 
이는 곧 바로 효과를 발휘했다. 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은 이날 오후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취임과 함께 이사회 의장직과 사외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윤 회장 취임식은 21일이다. 이번 은행 및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편방안은 신제윤 위원장의 파워를 가시하고 한층 높아진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모범규준 마련으로 금융사 사외이사 체제가 앞으로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 제도는 그동안 견제와 균형이라는 제도도입의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올해 KB금융사태에서 사외이사들은 사태를 더욱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 사외이사 무용론도 제기됐다.
 
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을 비롯해 옛 우리금융 등 이른바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의 경우 9월 말 기준으로 교수와 연구원이 50%, 공무원이 12.5%, 법조인이 9.4%를 차지한다. 한마디로 다양성과 전문성이 부족한 구성이라는 것이다. 특히 사외이사가 뽑은 회장이 다시 사외이사를 구성하는 공생관계가 이뤄지면서 견제와 균형은 더욱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앞으로 모범규준이 시행되면 사외이사의 선발과 이사회 운영에서 투명성이 강화되고 전문성이 넓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 이번 조치가 또 다른 관치금융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외이사 평가나 연임요건 등이 자의적이어서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사외이사 인선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이 되레 넓어진 탓이다. 신 위원장의 파워가 확인되자 금융권에선 곧장 관치금융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신 위원장은 지난 달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금융권 협회장직에 낙하산 인사 문제가 제기되자 정해진 법과 규정에 따라 (회장 등이) 선임돼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최근 협회에서 회장 선임 과정을 보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끼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최근 하영구 전 한국씨티은행장이 은행연합회장에 내정되면서 신 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이사회가 열리지도 않은 상태에서 하 행장이 협회장에 내정됐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직원들로 구성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은행연합회지부는 20"낙하산 밀실 내정인사에 반대입장을 표명한다""은행연합회장은 자율적 천거와 투명한 검증과정을 통해 선임하는 것이 당연한 원칙"이라고 주장했다하 행장은 2008년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당시 신제윤 위원장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 행장이 KB금융 회장후보로 나섰을 때도 고위 관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등의 소문이 무성했다.
 
신 위원장이 금융위 수장으로서 주어진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다만 권한의 행사가 자의적인 행태로 이어져 과거의 관치금융 시대로 회귀하거나 한번 맛좀 봐라는 식으로 보복적 권한 행사로 나타난다면 이는 후진적 금융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이런 점에서 금융위에 대한 KB금융 내부의 불만도 높아지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KB사태는 금융위를 포함한 금융당국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금감원장이 물러났다고 하지만 여전히 금융위가 KB금융지주 사외이사의 사퇴를 종용하거나 LIG손해보험 인수를 승인해주지 않는 보복성 관치금융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KB 내분사태에서 줄곧 책임론이 일었던 신 위원장은 최수현 금감원장이 물러나고 후임에 진웅섭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임명되면서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 KB사태 등 그동안의 금융계 현안에 대한 책임을 최 전 금감원장이 진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그러나 신 위원장은 KB금융사태와 관련해 최수현 전 금감원장과 함께 공동책임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보다 상위기관인 만큼 신 위원장도 KB금융사태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이번에 금감원장 만이 교체되는 바람에 일단 면죄부를 받은 셈이지만 금융당국 책임론이라는 원죄론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KB사태의 원인은 금융지주 이사회가 무책임했고, 금융당국이 일관성을 보이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를 정치권 낙하산 인사로 채워져 회장과 행장이 서로 다른 정치적 배경을 가지고 부임 파워게임을 한 것이 문제였다국민은행은 정부가 1% 주식도 갖고 있지 않으면서 사실상 행장-회장을 정부가 임명, 정권의 전리품으로 꽂아 넣는 전근대적 인사행태를 보였다. 정피아-관피아-낙하산이란 말이 없어질 때까지 청와대와 정치권, 관료들이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된다. 이 과정에서 신 위원장이 중심을 잡고 책임감 있는 금융행정을 펼쳐주기를 우리는 충심으로 빌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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