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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대망론’을 보며
‘반기문 대망론’을 보며
  • 류동길
  • 승인 2014.11.1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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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칼럼> ‘반기문 대망론’이 뜬금없이 불거졌다. 대선의 계절이 벌써 왔는가. 여야 일부 계파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대선후보로 영입하려고 “우리 쪽 사람이야”라고 한다. 같은 사람을 놓고 서로 끌어당기려는 건 한편의 희극이다.

  대통령 뽑아놓고 대통령 흔들고 대선 끝나면 다음 대선 바람에 휩싸이는 나라가 한국이다. 5년 내내 대선게임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8개월이 조금 지났다. 임기가 3년 3개월 이상이나 남은 대통령을 두고 다음 대권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어떤 일이든 터지면 대통령 탓으로 돌린다.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고 질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대통령 탓으로 돌리고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막아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정권을 지지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대선바람에 휩싸이면 경제는 바람에 날아가 버린다. 한국경제가 가야할 길을 정치에 물을 수밖에 없는 게 안타깝다. 하지만 그게 현실인데 어떡하나.

  반기문 총장 영입설은 새누리당 내 친박(親朴)에서 아예 공개 세미나까지 열어 거론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일각에서도 반기문 영입설을 흘렸다. 일부 계파에서 나온 이야기지만 여야 정당 스스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인재가 없다는 걸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다. 반기문 총장 측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라고 한다.

  어떤 정당, 어떤 계파든 정권을 잡으려고 머리를 굴리는 걸 누가 뭐라 하겠는가. 정당이 뜻을 같이 하는 인사를 영입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지만 정당정치를 한 게 언제부터였는데 스스로 대선후보감이 없어 외부에서 사람을 찾는다면 그게 제대로 된 정당인가. 정치를 제대로 하려면 퍼주기 사탕발림 정치, 분노와 막말과 떼쓰기 정치부터 털어내고 나라 곳간 생각하며 국민의 뜻을 헤아리는 일부터 해야 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무상복지 논란도 정치인들이 표만 노리고 무책임하게 공약을 남발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닌가.

  반 총장 영입설을 보면서 ‘안철수 현상’을 되돌아본다. 2011년 서울시장 보선 무렵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서울시장 선거에 나설 뜻을 비치면서도 대권을 노리는 듯 하는 말을 하며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의 등장은 한바탕 휘몰아친 바람, 돌풍이었다. 정당 배경도 없이 무당파 한 ‘개인’의 등장으로 여야 정치권은 고강도의 지진을 만난 듯 허둥댔고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대단했다. 이른 바 안철수 현상이었다. 2012년 그의 대선출마 선언과 사퇴를 전후해서 안철수 현상은 거품으로 끝났다. 당시 50%를 넘는 안철수에 대한 열광적 지지는 그의 정치적 능력과 그가 구상하는 정책에 대한 평가의 결과가 아니었다. 분노의 정치, 감정의 정치로 정쟁만 일삼는 구태정치에 실망한 국민들의 반응이었고 기존 정당에 대한 뿌리 깊은 불만과 불신 바로 그것이었다.

  반 총장은 여야 정당 각 계파의 대권놀음에 떠밀려 언론에 등장했다. 어쨌든 반 총장의 인기도는 40%에 육박한다. 대선 후보로 떠오르는 다른 사람들과 격차가 크다. 그러나 그가 어떤 능력과 어떤 정책구상을 하고 있는가를 따진 결과가 아니다. 현 정치권과 정치인들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반영한 것이나 다름없다.

  반 총장이 대선후보가 되지 말란 법은 없다. 그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그의 몫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권이 임기 중인 유엔사무총장을 흔들고 국내 정치무대에 끌어들일 때는 아니다.

  시도 때도 없이 정쟁만 일삼는 정치에 국민은 이제 분노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한다. 오죽하면 정치인들을 공적(公敵) 1호라고 하거나 국회를 없애자는 소리까지 나올까. 우선 정치권이 할 일은 대선놀음이 아니라 민생과 경제, 안보와 안전을 제대로 제때에 챙기는 일이다. 그런 일 잘 하는 정당은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다. 이런 단순한 이치를 정치권이 모르고 있다는 것인가.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류동길 ( yoodk99@hanmail.net )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공동대표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저 서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 숭실대학교출판부, 2012.02.01
경제는 마라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0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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