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5:00 (토)
분에 넘치는 무상복지정책 재검토하라
분에 넘치는 무상복지정책 재검토하라
  • 류동길
  • 승인 2014.10.30 11:22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류동길칼럼>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는다.’ 경제가 단기적인 어려움에 빠졌을 때 장기적으로 시장이 균형을 달성할 때를 기다리지 말고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걸 강조한 케인즈의 말이다. 당장 발등에 붙은 불을 외면하며 미래를 말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하지만 발등에 어떤 불이 붙었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필요하고 시급하다고 생각해서 시행한 정책도 훗날 많은 문제와 부작용을 드러낸다. 하물며 당장 문제투성이인데도 눈앞에 보이는 표만 의식한 사탕발림 정책이 가져올 부작용과 후유증은 어떠하겠는가.

  
대표적인 본보기가 세종시 건설과 복지 포퓰리즘이다. 세종시 건설은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충청권의 표를 노리고 신행정수도를 충청권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한 공약에서 비롯됐다. 우여곡절을 겪고 건설한 세종시는 출범 2년이 넘었지만 우려하던 국정비효율과 낭비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시간이 흐른다고 극복될 게 아니다.

  
무상복지 포퓰리즘을 보라. 복지비용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자체, 교육청이 갈등을 빚고 있다. 갈등은 복지확대에 쓸 돈은 모자라는데 통 크게 베풀겠다고 큰소리친 정치인의 만용과 무지에서 비롯됐다. 큰소리치던 때가 엊그제인데 예상되던 돈 문제가 불거졌고 무상급식, 무상보육문제로 교육현장은 심각한 어려움에 빠져있다.

  
복지 포퓰리즘은 2010년 교육감선거에서 무상급식 공약을 앞세워 좌파 교육감 6명이 당선된 후 봇물을 이루었다. 2011년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의 전신)은 ‘3무(무상급식·무상보육·무상의료)+1(반값등록금)’ 정책을 내세웠다. 이명박 정부 역시 2012년 1월 3세 무상보육 시기를 1년 앞당겼고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0~5세 무상보육과 기초연금을 완성했다. 여야는 앞 다퉈 포퓰리즘 경쟁을 했다.

  
무상급식 학생수가 늘어나자 무상급식예산은 2010년 5631억 원에서 2014년 2조6239억 원(이 중 시도교육청 부담예산 1조5666억 원)으로 폭등했다. 무상급식비 때문에 학교시설을 고치거나 확충하고 좋은 교육프로그램을 시행할 엄두를 못 낸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의 빚은 14조원을 넘었다.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은 127만 여명의 아이들에게 부모소득 관계없이 1인당 월 22만원을 지원하는 교육청의 유치원 교육과정이다. 이를 위해 지급하는 정부의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은 세수(稅收)사정에 따라 줄어들 수 있다. 내년 교부금이 줄어들게 돼 전국 시·도 교육감협의회는 어린이집은 교육이 아니라 보육이기 때문에 예산부족으로 내년부터 이를 부담하지 않겠다고 선언(10월7일 기자회견)했다. 교부금이 화근이 된 것이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중앙정부가 “추가적인 국비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복지파산’을 선언하겠다”(8월28일)고 밝힌 바 있다. 지방정부나 시도교육청이 이렇게 복지재원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또 교육청이든 예산은 국민이 내는 세금인데 이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는 걸 보는 국민은 한심하고 불쾌하다. 복지파산 상황을 경험하면 복지가 바로 설 수 있을지 모른다.

  
무상, 다시 말해 공짜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선거장사, 정치장사를 한 결과가 이렇다. 정치인들은 재미를 봤지만 교육의 질은 엉망이 돼가고 있다. 저(低)소득층 아이들을 보살필 예산은 줄어들었고 학교는 밥 먹이느라 아무 것도 못한다. 교육의 질을 높인다거나 창의적 인재를 키우는 일은 먼 나라 이야기다. 노벨상 시즌만 되면 왜 우리는 못 받는가 하고 안달한다. 이런 교육으로 노벨상을 기대하는 건 봄에 씨앗 뿌리지 않고 가을걷이하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잘못된 정책을 내세운 자들은 사라졌거나 말이 없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 책임을 묻는다고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다. 미래를 생각하자는 거대 담론보다 해서는 안 되는 일부터 하지 말아야한다. 그게 미래를 보장하는 첫걸음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재원을 마련할 수 없는 복지사업은 접거나 줄이고 무상급식 무상보육을 재검토하고 저소득층 교육에 더 투자하는 용단이 필요하다. 지금 서두르지 않으면 먼 장래가 아닌 머지않은 날에 한국경제가 죽는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류동길 yoodk99@hanmail.net )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공동대표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저  서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 숭실대학교출판부, 2012.02.01
    
경제는 마라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03.08.30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