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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뉴엘 법정관리' 일파만파…"70조 수출금융 구멍 뚫렸다"
'모뉴엘 법정관리' 일파만파…"70조 수출금융 구멍 뚫렸다"
  • 김영준 기자
  • 승인 2014.10.24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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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대출심사 '후폭풍' 예고..6700억 물린 은행, 1조 매출채권도 사줘

 
빌 게이츠가 주목하라던 혁신형 가전업체인 모뉴엘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금융권이 발칵 뒤집혔다. 상당 기간 '후폭풍'이 우려된다. 당장 6700억원대에 달하는 여신에 대해 충당금을 쌓고 상당액을 손실로 처리해야 한다. 은행들과 보증을 선 무역보험공사(무보) 등의 부실한 여신 심사 체계도 도마에 오르게 됐다. 국내 무역금융 시스템 전반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법정관리를 신청한 모뉴엘의 금융권 여신은 총 6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은행이 1500억원으로 가장 많다. 산업은행(1165억원), 외환은행(1100억원), 국민은행(700억원), 농협은행(700억원), 수출입은행(400억원) 등도 거액을 대출해줬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법원이 채무를 재조정하기 때문에 상당액을 돌려받지 못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은행권은 긴급 대책회의를 여는 등 아수라장이 됐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최근에야 모뉴엘이 심상치 않다는 얘기를 들었다. 갑자기 법정관리를 신청해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특히 무보는 은행들이 모뉴엘에 해준 외환대출 중 3300~3400억원에 보증을 서 큰 피해가 예상된다. 공공기관의 이 같은 대규모 보증 손실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무보는 은행들에 화살을 돌리고 있지만 보증 당사자로서 우선 책임을 지는 게 불가피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해 모뉴엘의 매출채권을 1500억원가량 매수했다. 만기 전 매출채권을 할인하는 방식의 팩토링금융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매입한 매출채권 중 조작된 부분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초긴장 상태라고 말했다.
 
모뉴엘은 그동안 제품을 수출하면서 무보로부터 선적후신용보증을 받았다. 은행들로부터 받은 수출실적증명서현금입출금내역서를 받은 뒤 모뉴엘이 수출 물품을 외국으로 실어 나르고 물건이 도착해 대금이 입금되기 전까지 보증을 선 것이다.
 
모뉴엘은 이 보증을 근거로 은행에서 보증부대출을 받거나 채권을 할인해 팔아 자금을 조달했다. 모뉴엘은 선적서류 등을 조작한 혐의가 확인됐다. 관세청 관계자는 “19일부터 관세법 위반 혐의로 모뉴엘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무보는 은행 서류만 보고 보증서를 내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은행들 역시 무보의 보증만 믿고 모뉴엘이 제출한 신용장(LOC)과 탁송화물증권(BL) 등의 서류에 기반해 어이없이 돈을 빌려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권단 관계자는 모뉴엘 본사는 국내에 있지만 공장이 홍콩에 있어 실질적인 수출 거래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국내에 있더라도 수출 때마다 항만에서 직접 컨테이너를 열어 일일이 실물 거래를 확인하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모뉴엘의 부실 가능성은 2년 전부터 감지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2012년까지 모뉴엘의 주거래은행을 맡았던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시 회사의 회계 시스템이 투명하지 않다는 실무자의 판단에 따라 채권을 줄인 적이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약 7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수출금융 전반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수출금융은 통상 기업들이 제품을 수출할 때 외국 수입업자와 계약을 맺은 다음 수입업체의 거래은행으로부터 신용장(LC)을 받으면 이를 근거로 저리의 이자로 대출해주거나 보증을 서 주는 것을 말한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은 기업이 매출채권 서류나 신용장, 실적증명서 등을 위조해 제출하면 곧바로 이를 솎아내긴 쉽지 않아 리스크를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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