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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신데렐라 맨'
삼성의 '신데렐라 맨'
  • 정진건 기자
  • 승인 2014.10.1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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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진과 파경 위기-임우재 부사장의 결혼과 이혼

 
오랜 전 본 영화 '신데렐라 맨'이 생각난다. 1929년 미국의 대공항으로 인한 기근 속에서 재기한 왕년의 복싱 챔피언 이야기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1930년대에 극심한 가난으로 주인공 집의 전기가 끊기는 장면이 나온다. 1930년대면 우리는 일제시대, 대다수의 가정이 집에서 호롱불을 켜고 살던 시절이다. 영화에선 땔감이 없어서 공공시설물의 펜스를 뜯는 장면도 있었다. 당시 미국에서도 가난의 극치를 보여준다.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 파탄이 나는 가정이 적지 않다. 서로 싸우다가 괴로워하다가 헤어지기도 한다. 어려울수록 가족끼리 서로 이해하고 도와주어야 하지만 현실을 녹록치 않다. 영화에서는 동전 하나하나를 세고 있을 만큼 무섭게 가난했을 때도 그 권투선수가 아내와 자식에게 따뜻하게 대한다. 그 점이 감동적이었다. 남편과 부인, 엄마와 아빠로서 두 성인 남녀는 서로와 아이에게 자상함을 잃지 않았다. 정말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한결같이 상대를 사랑할 수 있는게 영화의 스토리이다.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이 남편인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과 이혼조정을 신청했다. '남자 신데렐라'로 불리던 임 부회장은 누구일까.삼성그룹과 재계 등에 따르면 임 부사장은 이부진 사장과 지난 1995년께 만났다. 당시 '회장님의 장녀'인 이 사장은 삼성복지재단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었다.
 
그러던 중 회사 차원의 봉사활동을 나갔고 이 자리에서 임 부사장을 만났다. 임 부사장은 당시 삼성물산 평사원에 불과했다.이후 이 사장과 임 부사장은 지난 1995년 결혼했다. 회장님의 큰딸과 평사원이 결혼하면서 임 부사장에게는 '남자 신데렐라'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오너 일가과 결혼한 임 부사장은 승승장구했다. 지난 2005년 삼성물산 도쿄주재원을 거쳐 2005년 삼성전기 기획팀 상무가 됐다. 2010년 전무로 승진한 그는 2012년 경영기획실 부사장이 됐다.하지만 임 부사장의 승승장구는 다른 오너 일가에 비해 늦은 편이다. 삼성가 장남은 현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장녀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다.
 
차녀 역시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이다. 이서현 사장의 남편이자 임우재 부사장의 아랫동서는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 총괄 사장이다. 김재열 사장의 부친은 김병관 전 동아일보 회장이자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이다. 현재 직함으로만 보면 임우재 부사장은 다른 오너 일가들과 달리 승진이 늦은 편이다. 이번 이혼소송이 연말 인사를 앞둔 삼성에서 임 부사장의 신변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두 사람은 결혼이 세간의 화제를 모은 건 당시 재벌가 자녀와 평사원의 만남인 까닭이다. 당시 양가의 반대가 심해 이부진 사장이 집안 어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그들의 결혼은 한국판 '세기의 로맨스'로 이목을 끌었다. 임우재 부사장은 결혼한 뒤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2005년 삼성전자 미주본사에 입사했다. 2011년에는 삼성전자 부사장직에 오르는 등 초고속으로 승진 계단을 밟으며 승승장구했다. 

고전은 영원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고전을 통해 현실을 풍자한다.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의 소년 소녀 소설인 '왕자와 거지는 영화 광해나는 왕이로소이다를 통해서 한국식으로 각색된 바 있다. 특별한 배경도 없이 평범한 회사원 출신인 임우재 부사장의 이건희 삼성 회장 딸과의 결혼은 이 땅의 샐러리 맨들의 신화가 됐었다. 이른바 삼성판 신데렐라 맨’스토리였다. 그들의 결혼은 신분상승과 무관하게 아름다운 한편의 '사랑의 세레나데'로 비쳐졌다.
 
그런 임우재 부사장과 이부진 사장의 이혼소식은 청순한 삶과 사랑,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뭔가 '현실의 벽'같은 걸 느끼게 한다면 과언일까. 결혼을 하든 연애를 하든 그들의 애정이 깨지지 않고 백년해로를 했다면 매우 좋았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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