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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세월호 조타실과 닮은꼴이다
국회는 세월호 조타실과 닮은꼴이다
  • 류동길
  • 승인 2014.09.2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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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칼럼>세월호 유가족대책위원회 일부 임원의 대리운전기사 취중 폭행사건은 세월호 사태에서 파생된 또 다른 사건이다. 사람 사는 세상에 사건사고나 갈등이 없을 수 없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도 갈등은 있다. 갈등 그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다. 갈등을 잘 극복하면 발전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한국사회는 갈등 극복은 커녕 갈등이 또 다른 갈등을 낳고 그 갈등은 분노로 바뀌고 엉뚱한 곳으로 번진다. 대리기사 폭행 사건을 보라. 이 사건을 두고도 엉뚱한 말들이 오간다. 세월호 유족 김영오씨는 폭행사건을 “저들이 준비해놓은 함정일 수 있다”고 한다. 작가 공지영씨는 “어느 동네서 대리기사와 다툼한 일까지 대대적으로 보도한다”고 언론을 나무란다.

  사실관계 파악이나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하고 싶은 말만 하는 세상이다. 폭행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김현 국회의원이 했다는 “내가 누군지 알아?”라는 말에서 슈퍼 갑(甲)질에 익숙한 국회의원의 민낯을 본다. 유족의 아픔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유족일 뿐 정치적 발언을 하거나 특권의식을 가지는 건 옳지 않다. 피해자라고 해서 어떤 월권적 요구나 행동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세월호는 애당초 정치쟁점화 될 성격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이 정치적 음모와 관계돼있는 듯이 포장되면서 특별법을 둘러싼 정치권 싸움이 계속된 것이다. 세월호 침몰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의 시간대별 행적까지 도마에 올랐다. 대통령의 행적이 세월호 침몰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가. 국가적 불행사태가 정쟁의 구실이 되고 대통령 망신주기에 이용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대통령은 성역이 아니다. 정책 잘못은 당연히 지적되고 비판돼야한다. 하지만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떠넘기거나 대통령이 나서야 모든 게 돌아가는 사회라면 제대로 된 사회라고 할 수 있는가. 대통령의 실정(失政)을 비판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특별법을 만들고 거기에 어떤 내용을 담든 그건 국회의 몫이다. 대통령이 할 일 아니다. 국회가 법 만드는 데 누구의 허가를 받거나 동의를 받을 일인가. 국회는 지난 5월부터 민생법안을 비롯한 법안을 단 한건도 의결하지 않았다. 대의정치를 실종시키고 다수결 원칙을 무너뜨리는 요상한 국회선진화법을 여야가 함께 만들어 놓고 민주주의를 한다고 주장하는 자들이 국회의원이다.

  누가 협상과 타협의 정치를 마다하는가. 하지만 원칙은 협상과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정당이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면서 싸우는 걸 누가 탓하는가. 문제는 싸우는 방법이다. 여당이 힘으로 법을 통과시키고 어떤 결정을 한다고 하자. 그 결정이 국민의 뜻에 어긋나면 다음 선거에서 비판받게 돼있다. 야당은 표결에 지면서 국민의 지지를 얻어 이기는 게임을 해야 한다. 언제까지 야당만 할 게 아니지 않는가.

  정치가 경제와 사회는 물론 국민의 삶 그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걸 보는 국민의 심장은 터지기 직전이다. 정치인들은 제발 입버릇처럼 국민의 뜻이라는 소릴 하지마라. 그들이 말하는 국민 속에 끼이고 싶지 않은 국민이 얼마나 많은지 아는가.

  이제는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을 보듬으면서 세월호 매듭을 빨리 풀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슬픔은 자제할수록 엄숙하다고 했다. 세월호에 휩싸여 경제와 민생에 생긴 싱크홀(sink hole)현상을 보고만 있을 건가.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이 무슨 관계가 있는 건가. 경제 살리고 민생 챙기는 데에도 때가 있다. 잠깐이라도 졸면 바로 낭떠러지다.

  야당이 비대위원장을 새로 뽑아 여야협상 움직임이 보이지만 지금 서둘러도 너무 늦다. 국회 여는 것도 협상이라니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인가. 일찍이 한국경제신문은 사설(4월28일자)에서 ‘대한민국 국회는 세월호 조타실과 무엇이 다른가’ 라고 했다. 옳은 지적이다. 오죽하면 국민들이 국회를 해산하라고 하겠는가. 국회의원 스스로 약속했던 특권 내려놓기는 어찌됐는가. 또 다음 선거 때 써먹을 건가. 당장 세비반납운동에 나서자.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을 촉구하자. 저질 막말하고 비리 저지르는 국회의원의 이름을 돌에 새기자. 국회가 제 할을 할 수 있게 선진화법부터 고치도록 국민이 나서자. 나라가 흔들리는데 중심을 잡을 중심이 없으니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지 않은가.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류동길 yoodk99@hanmail.net )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공동대표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저  서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 숭실대학교출판부, 2012.02.01
    
경제는 마라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03.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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