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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회장-'금융왕국'의 꿈
신동빈 롯데회장-'금융왕국'의 꿈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4.06.2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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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식 M&A에 대한 시장의 불신..금융과 비금융의 '불안한 동거'

 
'롯데 금융' 왕국의 꿈이 깨지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구축하고자 했던 ‘롯데금융’ 구상이 흔들리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의 정체를 타개하기 위해 LIG손해보험 인수에 사활을 걸었으나 실패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최고가를 제시했지만 차순위 협상 대상자에도 선정되지 못했다. 신 회장이 “LIG손보를 어떤 수를 써서든 인수하라”고 지시할 정도로 LIG손보의 의미는 각별했다. 따라서 실패의 후유증이 거세다.
 
롯데금융의 '3총사' 실적마저 좋지 않다. 롯데손보를 비롯해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등 롯데 주요 금융계열사들이 모두 경영난에 처해 있다. 
 
신 회장에게 롯데금융의 의미는 각별하다.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부동산 투자로 롯데그룹의 기반을 다졌다면 신동빈 회장은 금융으로 롯데그룹의 덩치를 키웠다.
 
롯데그룹이 거느리는 금융계열사는 10개다. 회사 수는 삼성그룹과 똑같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금융계열사가 전무했던 롯데그룹이다. 그런 롯데그룹에 변화를 이끌어 낸 주역이 바로 신동빈 회장이다.
 
신 회장에게 금융은 단순히 금융회사를 늘리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유통에서 모인 돈을 잘 굴려 더 큰 돈을 만들고, 이 돈을 밑천 삼아 해외진출과 사업다각화로 그룹을 키우는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신동빈=금융’이라는 등식이 롯데그룹 내부에서 굳건히 자리잡았다. 이는 롯데에서 금융이 흔들릴 경우 신동빈 회장의 위상도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금융에서 성공을 거둘 때 그는 비로소 롯데그룹의 후계자의 입지를 완벽히 다질 수 있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과 일본롯데를 맡고 있는 신동주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후계경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롯데금융은 롯데그룹의 성장의 중심축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유통에서 확보한 현금을 금융에서 효율적으로 운영해 이를 바탕으로 해외진출을 꾀하는 전략으로 롯데그룹을 이끌고 있다. 이 상황에서 금융이 흔들리게 되면 신 회장이 추진하는 성장구도가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가 흔들리는 롯데금융을 위해 어떤 묘수를 내놓을까?  전매특허는 인수합병이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LIG손보 인수 실패 이후 아직 뚜렷한 행보가 감지되지 않는다.
 
문제는 LIG손보 인수 실패 과정에서 '신동빈표 M&A'에 대한 시장의 깊은 불신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인수합병을 통해 롯데그룹을 성장시켜 온 그가  이같은 시장의 불신을 씻어내지 못하면 앞으로 인수합병에서 번번이 실패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더 위기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신 회장이 LIG손보 인수에 실패한 의미는 단지 롯데손보가 도약의 기회를 놓쳤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롯데손보와 LIG손보가 합쳐지면 업계 2위 손보사가 탄생하면서 업계 판도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결국 물거품이 됐다. 
 
롯데그룹이 LIG손보 인수전에서 최고가를 썼는 데도 인수에 실패했다. 그 배경에 LIG손보 노조의 반발이 크게 작용했다. LIG손보 노조는 롯데그룹에 대해서 특별히 비호감을 넘어서 '적개심'을 표명했다.
 
LIG손보 노조는 “천민자본주의의 전형인 롯데는 안전, 고객보호, 경영능력, 정도경영, 윤리경영, 직원처우, 노사관계 등 어느 한 가지도 LIG손보를 인수할만한 자격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며 “LIG손보가 롯데그룹에 매각되면 전면투쟁도 불사하겠다”고 주장했다.
 
롯데그룹은 LIG손보 노조뿐 아니라 최종적으로 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LIG그룹과 매각주관사 골드만삭스 등 매각주체로부터도 신뢰를 받지 못했다.
 
롯데그룹의 현금 사내유보율은 국내 대기업 중 최고수준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롯데그룹은 인수합병시장에서 가격책정에 보수적 자세를 취하면서 ‘짠돌이 롯데’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인수전에 참여해 다른 인수후보들 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하거나, 거래종료를 앞두고 가격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인수를 포기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신동빈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금융업을 롯데그룹 성장의 중심축으로 삼았다. 그가 금융부문을 확대한 배경에 유통계열사의 풍부한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유통과 화학건설 계열사의 해외진출에 힘을 싣겠다는 복안이 깔려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금융업 진출에 대해 “소매업과 금융을 통한 현금의 선순환은 백화점 등 기존 사업군의 글로벌화 추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었다”며 “금융은 롯데 입장에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사업군이었다”고 전했다.
 
그 결과 롯데그룹 내 금융 계열사와 비금융 계열사 간 '공생 관계'는 매우 긴밀해졌다.
 
롯데 금융 계열사의 총자본금에서 비금융 계열사가 출자한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84%에 이른다. 비금융 계열사가 벌어들인 돈을 금융계열사에 적극 투자한 것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24%로 롯데그룹의 3분의 1 수준이다.
 
반대로 금융 계열사의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자금지원도 전폭적으로 이뤄졌다. 롯데캐피탈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디시네마오브코리아(529억 원), 롯데상사(338억 원), 현대정보기술(250억 원), 롯데부여리조트(224억 원), 롯데자산개발(200억 원), 롯데브랑제리(158억 원), 롯데닷컴재팬(111억 원)에 모두 1810억 원 가량을 대출해줬다.
 
LIG손보 인수 실패가 신동빈표 M&A 방식에 대한 시장의 비호의적인 시각을 반영했다면 롯데 금융 계열사의 비금융 계열사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은 롯데가 금융왕국을 꿈꾸는 '저의'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신 회장의 향후 경영행보에 '적신호'를 울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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