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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아와 모피아-금피아
해피아와 모피아-금피아
  • 정종석<발행인>
  • 승인 2014.04.28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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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나 부처의 자체 내부개혁 의미 없고, 정권차원 결단해야

온 나라를 패닉으로 몰아넣은 세월호 침몰 참사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MAFIA)’ 논쟁이다. 이 엄청난 참사가 정부와 산하기관의 감독 부실로 인해 발생했다는 비판이 커지면서다.

 이탈리아 출신의 미국 갱단을 의미하는 마피아란 전직 관료들이 유관기관 및 단체에 재취업하면서 대형 사고와 부패의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붙여졌다. 해양수산부 공무원들과 유관 단체장 자리에 있는 전직 관료들이 끈끈한 유대 관계를 유지하며, 선박 안전을 도외시했다는 지적이다.
 
해피아는 해수부, 해수부 산하단체, 해운업계가 함께 만든 합작품이다. 해수부 산하 공공 기관 14곳 중 11곳에서 해수부 출신이 기관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는 이들 산하 기관 또는 유관 단체에 해운업계를 감독,통제하는 실질적 권한을 부여했다.
 
해운회사 모임인 한국해운조합이 여객선사나 해운회사들에 대한 감독권을 행사하고, 사단법인 한국선급이 선박의 안전 검사를 맡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이다. 해운업계는 해수부 출신 관료들을 영입해 해피아의 고리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선박 안전검사 대행을 맡고 있는 한국해운조합, 한국선급, 한국선박기술공단 등 유관기관들의 부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한국해운조합은 세월호가 출항하기 전 차량과 화물 적재량을 허위로 기재한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그대로 출항시켰다. 한국선급은 세월호에 대한 안전 검사에서 구명정 46개 중 44개가 정상이라고 진단했지만 이번 사고에서 세월호의 구명정은 오로지 한 개만 펴졌을 뿐이다.
 
대충 서류확인 만으로 '적합' 판정을 내주거나, 여객선 12척을 2시간40분 만에 점검 완료했다고 'OK사인'을 해주는 등 여기저기서 부실 사례가 터져 나왔다. '해상 시운전'이 기본이지만 여객선을 바다에 띄워보지도 않고 '합격' 승인을 해주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밝혀졌다. 해운업계 주변에서는 오래 전부터 얼키고 설킨 관행 구조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우리 경제의 혈맥인 금융도 '모피아(옛 재무부(MOF)+마피아)‘금피아(금융감독원+마피아)‘가 판을 치고 있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우리가 잘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카드사 정보유출과 같은 대형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금융·증권 분야에서는 이들 경제 관피아의 퇴임 이후를 위한 일자리가 수두룩하다. 기재부와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출신은 퇴직 이후 당연한 듯 각종 금융업권 협회에 재취업,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 연봉이 높은 은행연합회,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 화재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금융계 사업자단체는 모피아가 주요 보직을 싹쓸이하며 챙기고 있다.
 
은행협회 회장직은 9대 유지창·10대 신동규·11대 박병원 등 3차례 연속 모피아의 몫이다. 재정경제부 차관 출신의 박병원 은행연합회 회장도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가운데 한 명이다.
 
금융투자협회에도 기재부, 금감원, 금융위 출신 인사가 상당수다. 여신금융협회와 저축은행중앙회 신임 부회장에 소위 '금피아'로 통하는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가 낙점됐다. 이로써 금융 유관협회 부회장 자리 대부분이 금감원 출신 낙하산 인사들로 채워지게 됐다.
 
여신금융협회는 지난 22일 이기연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신임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이 부회장은 1986년 한국은행에 입행한 뒤 금감원에서 법무실장, 소비자서비스국장, 총무국장 등을 역임했다.
 
저축은행중앙회도 지난 21일 임시총회를 열고 공석이었던 중앙회 부회장에 정이영 전 금감원 조사연구실장을 선출했다. 금감원 신용감독국장 출신인 김성화 전 부회장은 카드사의 상근감사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의 전임자는 모두 금융회사 감사 자리로 이동했다. 여신금융협회 부회장에서 물러난 한백현 전 금감원 특수은행서비스국장은 지난달 NH농협은행 상임감사로, 저축은행중앙회 부회장 자리를 2년간 지켰던 김성화 전 금감원 신용감독국장은 이번에 신한카드 감사로 각각 옮겼다.
 
이들 두 협회 뿐만이 아니라 금융관련 협회 부회장 자리는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대물림하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의 경우 노태식 전 금감원 부원장에 이어 김영대 전 금감원 부원장이 부회장을 맡고 있다. 생명보험협회는 오수상 전 금감원 런던사무소장이 박창종(전 금감원 보험감독국장) 부회장의 후임자로 올랐다. 손해보험협회도 장상용 전 금감원 감사실 국장이 이춘근(전 금감원 소비자보호국장) 부회장 자리를 물려받았고, 장 부회장의 후임 역시 금감원 출신이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금피아' 들이 협회 부회장 자리로 몰리는 것은 '경력 세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감원 임직원은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2년간 퇴직하기 전 5년간 속했던 부서 업무와 관련한 기업에는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에 2년 정도 금융협회에서 경력 세탁을 한 뒤 금융회사로 옮겨가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협회 금융사'로 이어지는 이른바 '금피아'의 낙하산 관행에 제동이 걸리는가 싶었지만, 잠시 사회적 감시가 느슨해지자 낙하산 투하를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계 주변에서는 "사회적 비판이 쏟아지면 잠시 멈칫했다가 관심이 멀어지면 낙하산 투하를 계속하고 있다""그만큼 금융계 철옹성인 '금피아' 의 위력이 대단하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세월호 사태가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 낙하산 해피아의 폐혜가 쌓여 나타난 것이다.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또한 금융권에서 낙하산 모피아의 폐혜로 경종을 울려 줬고, 이를 그대로 둔다면 금융권에 세월호보다 더 큰 재앙이 올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과거 1997IMF 경제위기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괜찮다면서 무사안일에 빠진 경제관료들의 타성이 빚은 참극이라면 잇단 낙하산 경제관료들과 관련 업계의 유착은 또 다른 경제위기를 부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도 공직자의 퇴직 후 취업제한 대상을 사기업이나 법무법인 등에서 공직 유관단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 말부터 사기업 외에 공익법인 등에 대한 취업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프랑스 역시 취업제한 대상에 공기업과 비영리 법인을 포함하고 있고, 독일은 퇴직 후 모든 영리활동을 신고대상으로 하고 있다.
 
대형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사후약방문으로 '기구만들고 예산늘리는' 식으로 땜질하는 것을 국민들은 너무 많이 보아왔다.하지만 정부나 부처의 자체 개혁을 고집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동안 수차례 내부 개혁을 했지만 항상 원점으로 돌아온 악순환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체제수호 차원에서 건곤일척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이것이 이번 세월호 참사가 국가와 정권에 주는 경종이자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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