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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모범생 LG도 '상속다툼'...경영권 분쟁 이어지나?
재계 모범생 LG도 '상속다툼'...경영권 분쟁 이어지나?
  • 이동준 기자
  • 승인 2023.03.1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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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녀 측 "유언장 없는지 나중에 알아"…LG "유언장 없는 것 이미 알지 않았냐" 팽팽한 대립

75년간 지켜온 LG家의 '화합'에 균열, 경영권 이상 없나...재계 "극적인 중재자가 있느냐” 주목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골육상쟁'의 비극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나, 유독 평소 ‘인화(人和)’의 정신을 강조하는 LG에는 이러한 내 분란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인화’는 ‘서로 아끼고 화합한다’는 뜻으로, LG가 지난 75년간 유지한 경영이념이다. 하지만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부인과 두 딸이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해 달라고 소송을 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무색하게 됐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1947년 창업 이후 75년 간 유지됐던 LG가(家)의 '화합'에 금이 가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모친과 여동생으로부터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당하면서 집안 내 유산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소송이 경영권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LG가는 '장자 승계' 원칙을 철저히 지켜왔다. 이번 소송도 이와 관련이 있다. 구 회장은 구본무 전 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큰 아들이다. 아들이 없는 구본무 전 회장의 양자로 입적된 후 그룹의 후계자가 됐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구연경 대표, 구연수 씨와는 사촌 간이었는데, 양자 입적 후 남매가 됐다.

구 회장은 2018년 5월 구본무 회장 별세 후 같은 해 11월 부친이 보유했던 (주)LG 지분 11.28% 중 8.76%를 상속받아 최대주주가 됐다. 장녀인 구 대표는 (주)LG 지분 2.01%를, 차녀 구연수 씨는 0.51%를 상속 받았다.

LG는 상속인들이 수차례 협의를 통해 ㈜LG 주식 등 경영권 관련 재산은 구광모 대표가 상속하고, 김 여사와 두 여동생은 ㈜LG 주식 일부와 선대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투자상품, 부동산, 미술품 등을 포함해 5000억 원 규모의 유산을 받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LG는 "LG가의 원칙과 전통에 따라 경영권 관련 재산인 ㈜LG 지분 모두는 구 대표에게 상속돼야 했으나, 구 대표가 다른 상속인 3인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구연경 대표와 구연수씨가 각각 ㈜LG 지분 2.01%, 0.51%를 상속받는데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시장가격 기준 해당 지분 가치는 각각 약 3300억원, 830억원에 달했다.

이어 "지금까지 이어온 LG 경영권 승계 룰(법칙)은 4세대를 내려오면서, 경영권 관련 재산은 집안을 대표하고 경영을 책임지는 사람이, 그 외 가족들은 소정의 비율로 개인 재산을 받아왔다"며 "이번 상속에서도 LG가의 원칙을 잘 이해하고 있는 상속인들이 이 룰에 따라 협의를 거쳐 합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LG의 회장은 대주주들이 합의하고 추대한 이후 이사회에서 확정하는 구조이며, ㈜LG 최대주주인 구광모 대표가 보유한 ㈜LG 지분은 LG가를 대표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고,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성격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세 모녀는 통상적인 법정 상속 비율에 따라 상속이 이뤄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와 세 자녀가 '1.5대1대1대1'의 비율로 지분 상속을 받아야 했다는 것이다.

LG그룹도 몇 차례 형제의 난, 혹은 사촌의 난이 벌어질 뻔 했으나 유능하고 극적인 중재자의 역할로 위기를 모면

만약 이들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여 상속에 변동이 생길 경우 LG그룹 지주회사인 (주)LG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구조도 변화가 예상된다. 선대회장의 상속지분 11.28%를 법정 상속 비율에 따라 나누면, 배우자인 김 여사가 3.75%를 상속하고, 세 자녀는 각각 2.51%씩 받게 된다.

지난 해 9월말 기준 구 회장의 (주)LG 지분율은 15.95%인데, 변동 시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하지만 지분율은 9.7%로 낮아지게 된다. 반면 김 여사는 지분율이 4.2%에서 7.95%로 뛰면서 2대 주주 자리에 오를 수 있다. 구 대표와 구연수 씨의 지분율도 각각 2.92%에서 3.42%, 0.72%에서 2.72%로 상승한다.

(주)LG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총 30명. 이들 중 지분율 0.5% 미만인 15명과 공정거래법상 의결권 제한을 받는 복지재단들을 제외하면 (주)LG의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LG가의 일원은 11명이다. 2021년 말 기준 (주)LG의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구 회장과 국민연금(6.90%)이다.

앞서 LG그룹도 몇 차례 형제의 난, 혹은 사촌의 난이 벌어질 뻔 했으나 유능하고 극적인 중재자의 역할로 위기를 모면한 바 있다.

LG그룹의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은 1969년 갑작스럽게 병을 얻어 그해 12월 향년 62세로 숨을 거둔다. 이 때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인 구철회 락희화학 사장이 욕심을 냈다면 현재의 LG도 많이 달랐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구 사장은 대신 형인 구인회 창업주 상태가 날로 악화되던 시기 동생들과 조카들을 불러 자신은 경영승계에 관심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며 창업주의 첫 째 아들인 구자경 당시 부사장이 그룹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LG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났으며 그의 자손들은 1999년 LG화재를 그룹에서 독립시킨 LIG그룹을 이끌고 있다.

고 구자경 명예회장에서 고 구본무 회장으로 이어지는 승계도 잡음이 없었으며, 3대에서 4대로의 승계도 잡음이 없다. 실제로 고 구본무 회장은 불의의 사고로 첫 째 아들을 잃자 장자승계원칙을 고수하기 위해 현 구광모 회장을 양자로 입적하고, 현재 구광모 회장은 LG그룹의 4세대 경영을 맡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 구본무 회장의 동생이던 구본준 현 고문은 역시 경영에서 손을 뗐다.

현재 상속재산 분할 소송을 낸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부인과 두 딸 등 세 모녀가 "유언장이 없는지 나중에 알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LG그룹은 "합의에 따라 4년 전에 적법하게 완료된 상속"이라고 선을 긋고 나섰다.  따라서 향후 법정투정으로 가게 되면 유언장 존재 인지 여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재벌그룹 경영권을 두고 벌어지는 '골육상쟁'이 삼성-현대 등 거의 대부분의 대기업에서 보이는 공통된 현상으로 봐도 무방하다"면서 "그동안 평화를 구가해 왔던 LG가에서도 유능하고 극적인 중재자가 나타나 현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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