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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방역완화와 '리오프닝'...그들의 ‘보복소비’ 열풍을 역이용하라
중국의 방역완화와 '리오프닝'...그들의 ‘보복소비’ 열풍을 역이용하라
  • 권의종
  • 승인 2023.02.0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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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소비 폭발, 각국에 물가상승 압력 높이고 통화긴축 요인 될 수도...한국경제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우리 하기 나름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세상이 험해서인지 경제용어도 거칠다. 전쟁터와 정치판에서나 나옴 직한 과격 표현이 난무한다. 기업경영에서 자주 언급되는 전략과 전술, 무한경쟁, 치킨게임 등의 단어 정도는 순한 축에 속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보복’의 접두어가 달린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기존의 ‘보복 관세’에 이어 ‘보복 소비’, ‘보복 저축’, ‘보복 투자’ 등의 단어가 범람한다. 

보복 소비(revenge spending)는 질병이나 재난 등으로 위축됐던 소비가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을 일컫는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소비가 급감했다가 전염병 확산세가 꺾이면서 소비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강제적 소비 중단이 소비 폭발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코로나19 발상지로 지목됐던 중국에서 이런 보복 소비 현상이 뚜렷하다. 

중국인의 보복 소비는 ‘보복 저축’과도 관련이 깊다. 상반되는 두 가지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의 뉴스레터에 따르면, 노무라증권의 이코노미스트들이 중국 은행 계좌와 소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국 가계의 초과 저축 규모가 7,2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자그마치 891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노무라증권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청년 실업의 급증이 중국 예금주들이 저축을 늘린 동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이 돈이 보복 소비로 풀리게 되면 중국의 제로 코로나 폐지와 경제생활 정상화가 중국 중앙은행의 금융 완화와 시기적으로 겹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블룸버그는 경고했다. 실물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소비자들이 갑자기 매장에 몰리면서 2차 팬데믹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14억 중국인의 억눌린 소비 분출...여행 특수 기대한 국내 여행업계는 '국외자' 신세

실제로 억눌렸던 중국인의 소비 수요가 폭발하는 조짐을 보인다. 지난해 12월 방역 전면 완화와 리오프닝으로 3년간 억눌려왔던 14억 중국인의 소비가 분출하기 시작했다. 춘제 연휴 기간 자국 내 관광객이 3억 800만 명에 이르렀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3.1% 늘었다. 이 기간 관광 수입은 3,758억4,300만 위안, 우리 돈으로 68조 6500억 원 상당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중국 국내에 머물던 여행 수요가 해외로 환산할 전망이다. 중국 문화관광부 판공청은 여행사들이 정부가 정한 국가에 대해 자국민의 단체여행 관련 업무 재개를 허용했다. 단체여행이 허용된 국가는 태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몰디브, 스리랑카,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라오스,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케냐,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스위스, 헝가리, 뉴질랜드, 피지, 쿠바, 아르헨티나 등 20개국이다.

여기에 한국은 빠져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이유로 올해 1월 2일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 강화와 비자발급 제한 등의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한 바 있다. 중국도 가만있지 않았다.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비자발급을 제한하는 등 보복 조치에 나섰다. 한국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2월 28일까지 연장한 만큼 그때까지는 중국인의 한국 방문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중국 특수를 기대했던 국내 여행업계로서는 피해가 막심하다. 중국 정부가 작년 말 해외여행을 허용하자 춘제 연휴 등을 염두에 둔 해외여행 검색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 일본·한국·태국·미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순으로 한국은 검색 순위가 2번째로 높았다. 하지만 양국이 서로 국경을 걸어 잠그면서 기대는 실망으로 변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상당수 국가가 중국인 여행으로 경제적 수혜를 바라는 판에 한국은 국외자로서 방관만 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경제 흐름은 긍정과 부정, 양방향에서 살펴야...어려워도 희망의 끈 놓아선 안 돼

중국인의 보복 소비가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을 자세히 따져보고 철저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경기 침체의 비관론 일색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기 회복의 낙관론적 관점에서 기회를 모색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세계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으나 주요 선진국의 경기가 호전 기미를 내비치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경기 회복의 징후는 희미하게나마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2.9% 성장하는 등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독일 경제도 올해 플러스 성장을 예상하는 등 유럽연합(EU)도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회복 기미가 가시화되는 중국의 소비 증가를 희망적 현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 흐름은 항시 긍정과 부정, 양방향에서 살펴야 한다. 미국 경제 전망을 아직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 긴축 정책이 올 하반기까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주요 경제지표 또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의 지난해 공급관리협회(ISM) 서비스업지수가 49.6으로 기준선인 50을 밑돌았다. 유엔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미국 0.4%, EU 0.2%로 전보다 내려 잡았다. 

이 상황에서 중국의 보복 소비가 폭발할 경우 각국에 물가 상방 압력을 높이고 통화 긴축요인으로 작용할 공산도 크다. 우리나라도 세계 경제의 회복 기미 자체는 긍정적이나 물가상승으로 금리를 더 올려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악재는 호재로 역이용해야 한다. 어려워도 희망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중국인의 소비 폭발이 한국경제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우리 하기 달렸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바보짓은 말아야 한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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