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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국제정세와 여전히 답답한 국내 현실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여전히 답답한 국내 현실
  • 나병문
  • 승인 2022.12.2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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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美中) 패권 다툼은 '투키디데스 함정'의 현대판...궁극적으로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제나라의 국력 뿐

우리나라 문화가 '선진국 수준'이라는 응답 65.9% 차지...새해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기대가 이루어지기를

[나병문 칼럼] 최근 국제정세가 미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강대국 간의 패권 다툼과 약소국들의 생존전략이 뒤엉켜 돌아가는 형국이 그야말로 변화무쌍하다.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강력한 ‘장기 집권 독재 세력’과 최근 들어 전수방위정책(專守防衛政策)을 포기하고 군비 증강을 선언한 일본 사이에 끼어있는 우리는 그동안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곤란한 처지에 빠지곤 했다. 이러한 지정학적 취약성이야말로 잠시도 긴장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보적인 힘을 기반으로 세계를 이끌었던 미국은 신흥 강대국인 중국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두 거대세력의 부딪힘은 지구촌 전체를 혼돈으로 몰아가는 요인이다. 이 같은 미중(美中) 패권 다툼은 스파르타와 아테네 간의 갈등과 전쟁 위험을 일컫는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의 현대판이라 할 수 있다. 기존 질서의 해체와 새로운 질서의 미 정립에 따른 혼란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 같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정세의 불안을 한층 심화시켰다. 그 전쟁은 경제난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각국의 안보 인식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에 따라 전쟁 당사국과 인접국은 물론, 다른 나라들도 앞다투어 군비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기치 못했던 이런 현상은 한동안 전쟁을 잊고 살았던 인류에게 새로운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렇다가 자칫 신냉전 시대(新冷戰時代)로 빠져드는 건 아닌지 하는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국제관계는 냉혹한 약육강식의 사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듯이 힘이 없으면 언제 누구에게 침략당할지 모르는 게 현실이다. 어쩌다 동맹의 힘을 빌릴 수도 있겠으나, 궁극적으로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제나라의 국력 뿐이다. 하지만 그걸 안다고 쳐도, 국력은 하루아침에 키워지는 게 아니다. 평소에 준비를 게을리하다가 국난이 닥친 뒤에야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임인년(壬寅年), 벌써 간다고?

우리 정치판을 들여다보면 절로 골치가 아파진다. 5월에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5년 만에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정치권에서 여야가 바뀌는 것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적잖이 영향을 미치는 커다란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정권을 담당하는 세력만 바뀌었을 뿐 정쟁의 양상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그들은 여전히 무섭게 변화하는 바깥세상은 외면한 채, 집안에서 밥그릇 싸움에만 주야장천(晝夜長川) 매달리고 있다.

경제도 암울하긴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우리 경제를 견인했던 수출이 급감한 탓에 여러 달째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누적 적자 약 5백억 불). 증시(證市) 또한 비관적 경기 전망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연초 대비 20% 이상 내려앉았다. 내년에 경기침체가 올 거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전문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이런 현상은 세계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은 탓도 있지만, 그렇다고 우리 내부의 문제가 결코 작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갈수록 깊어지는 사회적 갈등은 어떤가? 작금의 여러 사태를 보라. 극명하게 드러난 만성적인 편 가르기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잘 사는 이들과 가난한 사람들, 노동자들과 경영진, 젊은이들과 기성세대 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이념적 지향성의 차이나 태어나고 자란 곳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반목하고 질시하는 망국적인 현상은 시간이 흘러도 좀처럼 치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조선 말기를 돌아보자. 이웃 나라 일본은 개화의 물결을 받아들여 미증유(未曾有)의 발전을 이뤘다. 그렇게 팽창한 국력을 발판 삼아 국제 열강의 반열에 오르고, 급기야 우리나라를 침탈했다. 그것은 우리가 다 아는 뼈아픈 역사적 사실이다. 당시의 위정자들은 왜 그것을 막아내지 못했을까? 국제정세를 도외시하고 권력을 탐하는 데에만 혈안(血眼)이 되었기 때문이 아니던가? 지금의 우리 또한 어영부영하다가 그날의 우(遇)를 다시 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지나친 우려일까?

희망찬 계묘년(癸卯年)을 기다리며

‘호랑이해’가 온다고 여기저기서 호들갑을 떨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가 저물어 간다. 갈수록 세월이 빨라진다는 선배들의 말씀을 들으며 살아왔지만, 요즘처럼 그 말을 실감하는 적도 없었다. 초등학교 다닐 땐 한 달의 방학이 그토록 길게 느껴졌건만, 지금은 숨 한번 쉬고 나면 계절이 바뀐다. 비탈길을 따라 질주하는 굴렁쇠처럼, 한번 가속이 붙으니 도무지 멈출 줄을 모른다. 부산만 떨었지 한 일도 없는데, 어느새 임인년(壬寅年)은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우렁차게 포효하며 당당하게 걸어오던 백수의 왕이 쓸쓸히 멀어져 간다. 가뜩이나 날씨도 을씨년스러운데, 돌아서는 ‘검은 호랑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마음이 왠지 처연하다. “언제 또 만날 날이 있겠지”라고 나직이 웅얼거리며 가볍게 손을 흔든다. 일 년 내내 지지고 볶던 사연들이 주마등처럼 이마를 스친다. 문득 고개를 드니 저 멀리서 작고 희미한 동물의 형체가 다가온다. 아마도 토끼일 것이다. 내년엔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지려나?

최근에 긍정적인 소식 하나를 접했다. 문체부가 공개한 '2022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문화가 '선진국 수준'이라는 응답이 65.9%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만큼 국민 스스로가 높아진 위상을 자각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 국민은 이제 조선시대의 백성이 아니다. 산업 시대나 민주화 시대의 수준에 머물러 있지도 않다. 이처럼 높아진 의식 수준을 바탕으로, 국민이 선도하여 이 나라를 선진국으로 정착시킬 날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새해(癸卯年)는 분명 올해보다 나은 1년이 될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시중에 떠도는 이러저러한 비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다 잘 될 거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렸다(一切唯心造)고 하지 않았던가? 토끼해를 맞이하여,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낸다는 인디언처럼,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소박한 기대가 이루어지기를 느긋하게 기다려야겠다.

필자 소개

나병문(rabmna1958@naver.com)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SN경영연구원장

-경영학박사, 전 우리은행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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