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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의 삶을 바꾼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젊은이의 삶을 바꾼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박석무
  • 승인 2022.12.0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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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칼럼] 지난 11월 22일 오전, 제 핸드폰으로 전자메일 한 통이 날아왔습니다. 며칠 전 군에서 제대하고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면서 저와 이름을 주고받으면서 통화를 했던 젊은이의 편지였습니다. 고향의 집에 도착하여 차분하게 쓴 편지는 다산이 유배지에서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를 번역하여 간행한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읽고 자신의 삶을 바꾸게 되었다는 내용이어서, 다산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우리 연구소 메일 독자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석무 교수님.

지난 번 최〇〇 중령(예)님의 소개로 전역 인사를 드렸던, 22사단 군악대 병장 김동원입니다.

군 생활을 하는 동안 교수님께서 편집하신 정약용 선생님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읽고 큰 변화를 얻게 되었습니다. 징집으로 늦은 나이(29세)에 군대를 가게 되면서, 군대가 마치 유배지와 같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정약용 선생님은 나라를 위해 큰 업적을 이룬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신유박해’로 인해 유배를 가게 되면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그런 환경 속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한때의 재해를 당했다 하여 청운(靑雲)의 뜻을 꺾어서는 안 된다. 사나이의 가슴속에는 항상 가을 매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듯한 기상을 품고서 천지를 조그마하게 보고 우주도 가볍게 손으로 요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녀야 한다.”

그리고 폐족이 된 그의 아들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야말로 참으로 독서할 때를 만난 것이다.”

이 글을 보게 되면서 저는 충격을 받았고,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상황이 아니라, 상황을 바라보는 내 관점이구나!’

그리고 관점을 바꿔보니 군대에는 저를 계발할 수 있는 일들이 참 많았습니다. 많은 도전을 하게 되면서 군악대로 보직을 옮기는 등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고, 군 생활 동안 <독서, 군대가 내게 준 선물>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는 제 삶을 바꾸었습니다. 이 책의 편집자인 박석무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직접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기를 빕니다.

김동원 올림.」

꾸밈없이 솔직하게 토로한 심경의 이야기임을 알게 됩니다. 저의 연락처를 알려주고 소개해준 예비역 최 중령에 의하면, 김동원 병장은 클라리넷 연주자로 세계를 돌며 연주하느라고 군대의 적령을 넘겼고, 29세에야 갑자기 징집되면서 전방부대에 배치되어 연주를 중단하는 불행에 처해지자, 절망에 가까운 심정이 들어 삶의 의욕을 잃을 지경으로 우울하게 지냈다고 합니다.

그러던 절망의 시간에 우연히 읽게 된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통해 절망에서 희망을 찾는 길을 발견하고 독서의 삼매경에 빠지면서 삶의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삶의 보람을 찾아냈기에, 독서를 많이 했던 결과로 저서까지 펴낼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요.

역시 다산 선생은 대단한 분이었습니다. 폐족에서 폐족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독서 한가지 뿐이라고 강조한 덕분에, 그의 아들이 폐족에서 벗어났고 훌륭한 문사로 만인의 대접을 받는 선비로 성장했습니다. 김동원 병장의 예에서 보듯이, 절망에 빠진 군인이 군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자신의 전공까지 살려낼 수 있었다니, 다산의 가르침은 그렇게 위대했습니다. 불행에서, 절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읽기를 권장해 드립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글쓴이 / 박 석 무

·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 우석대학교 석좌교수
· 고산서원 원장

· 저서
『다산에게 배운다』, 창비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신간 『목민심서, 다산에게 시대를 묻다』 ,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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