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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물가 잡으려 금리 올리고 vs. 재정, 시장에 마구 돈 풀어
한은, 물가 잡으려 금리 올리고 vs. 재정, 시장에 마구 돈 풀어
  • 권의종
  • 승인 2022.11.1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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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는 긴축이고 재정은 팽창인 엇박자...미국 따라 계속 금리 올리는 게 과연 잘하는 일인가?

복합위기에는 한 방향 정책만 펴선 안 돼... 이미 시행한 정책도 아니다 싶으면 방향을 바꿔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같은 말도 남이 하면 듣기가 싫다. 자기에게 불리한 얘기는 더더욱 귀에 거슬린다. 국제금융협회(IIF)가 ‘세계 부채 보고서’를 발표했다.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나 막상 듣고 보니 언짢다. 2022년 1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4.3%로 표시됐다. 조사 대상 36개국 중 가장 높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76.1%, 59.7%로 우리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가계 빚이 GDP 규모보다 큰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1년간 국내 모든 경제주체가 생산활동을 통해 만들어낸 부가가치로도 지금의 가계 빚을 다 갚을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가계부채 증가율이 높다. 코로나 이전 5년(’15~’19년)간 46%, 코로나 이후 1년, 2020년 중 8% 늘었다. 규모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일뿐더러 증가 속도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6배다. 

올 2분기 말 가계부채가 1,869조 원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이 1,001조 원으로 53.6%, 기타대출이 757조 원으로 40.5%를 차지했다. 판매신용은 111조 원으로 6.0%를 점했다. 가계부채를 가구 수(2021년 말 기준 약 2,145만 가구)로 나누면, 가구당 8,716만 원으로 나온다. 인구수(2022년 추계인구 5,163만 명)로 나누면, 1인당 3,621만 원의 빚을 진 것으로 나타난다. 

부채 보유 가구 비율(63.8%, 국토연구원 조사)을 적용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가구당 가계부채가 1억 3,661만 원으로 산출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미 “한국의 가계부채는 가처분소득의 190%를 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며, 중소기업의 절반은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라고 경고를 내린 바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104.3%...부채 규모와 증가 속도 모두 세계 최고 수준

기준금리는 계속 오르는 중이다. 2021년 8월을 기점으로 0.5% 저금리 시대를 마감하고 올 10월까지 8차례에 걸쳐 3.0%에 이르렀다. 가계대출 이자율도 동반 상승세다. 1월 말 연 3.91%였던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9월 말 연 5.15%로 올랐다. 10월 말에는 시중은행 가계대출 최고 금리가 연 7%를 넘어섰다.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연 7%대에 진입하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90%를 초과하는 대출자가 120만 명에 이른다는 금융감독원의 분석이다. 

금리 상승은 서민층과 중산층에 충격과 고통으로 다가온다. 대출 이자가 오르면 가계는 생활비나 교육비 등 다른 지출을 줄여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거나, 인하로 돌아설 가능성이 작다는 사실이다. 국내 가계부채의 변동 금리형 대출 비중이 70∼80%인 상황에서 채권시장 신용경색으로 서민대출이 어려워진 점 또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금리 오름은 대외 변수에 기인해 온 바 크다. 미국의 초강력 긴축기조에 따라 우리나라도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라는 3고(高)의 복합경제위기가 초래된 게 분명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4연속 자이언트스텝 등 빠른 속도와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올려왔다. 우리나라도 미국과의 금리 차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빅스텝을 2차례나 하며 금리를 올리는 고육지책을 써야만 했다. 

다행히도 근자에 가계 빛 증가세가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진 대출자들이 빚 갚기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된 만큼, 앞으로도 대출 감소가 예상된다. 부실 위험은 되레 커지는 양상이다. 국내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8월 말 0.21%,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2% 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01% 포인트 늘어 0.12%, 신용대출 연체율은 0.06% 포인트 올라 0.42%가 됐다. 

美 긴축기조에 대응하되...금리 인상의 시기와 강도는 우리 경제의 현실과 특성에 맞춰야

한국은행이 물가를 잡고 환율을 진정시키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속해서 큰 폭으로 올릴 수 밖에 없었던 저간의 사정은 이해가 간다. 그렇다 해도 물가억제와 환율 안정만 우선 과제가 될 수 없다. 긴축 통화 기조 유지를 위해 금리를 계속 올리는 게 과연 잘하는 일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야 어쩔 수 없다손 쳐도 앞으로도 그래야 하는지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 

미국의 긴축기조에 긴밀히 대응은 하되, 금리 인상의 시기와 강도를 어느 정도로 할지는 우리나라의 경제 현실과 특성에 맞춰 정해야 할 것이다. 물가를 안정시키고 통화가치 급락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의 폭과 속도를 미국 따라 하다 보면 경기침체라는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병 좀 고쳐보려다 목숨을 잃는 것 같은 더 나쁜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 

실수가 실수를 부르는 법. 상황이 힘들면 정책 혼선이 빚어지곤 한다. 어쩌면 지금이 그런 모양일 수 있다. 한은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계속 올리는 데 재정에서는 시장에 마구 돈을 풀고 있다. 통화는 긴축이고 재정은 팽창인 엇박자 행태다. 일관성 없는 정책 조합은 효과는 효과대로 못 보면서 돈은 돈대로 낭비하는 꼴이 되고 만다. 

복합위기에는 한 방향 정책만 펴서는 곤란하다. 한두 개 거시지표만 보고 상황을 판단하거나 정책을 입안하는 거야말로 위험천만하다. 이미 시행한 정책도 아니다 싶으면 즉시 방향을 바꾸거나 마땅한 대안을 찾아야 맞다. 기존의 판단을 합리화하기 위해 잘못을 인정하기는 커녕 억지를 부리거나 말을 바꿔서도 안 된다. 사람이건 국가건 망하는 건 그놈의 고집 때문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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