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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만은 종신토록 읽어야 한다
'논어' 만은 종신토록 읽어야 한다
  • 박석무
  • 승인 2022.11.0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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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 칼럼] 유배지 18년 동안 다산은 지인과 가족들에게 수많은 편지를 보내 사람이라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누누이 설명해 주었습니다. 특히 아들과 제자들에게 유독 간절한 편지를 많이 보냈는데, 인간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거듭거듭 반복해서 말해줍니다. 공부하는 일, 먹고 살아가는 일,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하는 일, 어떤 책을 어떻게 읽고 어떤 저술을 남겨야 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터득한 삶의 지혜를 남김없이 전해주면서 반드시 실천에 옮기도록 주문했습니다.

  편지마다 가르쳐 준 지혜가 많기도 하지만 가장 많이 강조한 내용은 두가지인데, 첫째는 효제(孝弟)요, 둘째는 독서였습니다. 유교의 기본 목표는 인(仁)을 행하는 일인데, 인을 하는 근본이 효제라고 못박아 효제가 바로 공자지도(孔子之道)라고까지 확언하였으니, 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독서입니다. 독서의 중요성도 다산은 분명하게 말했습니다. “독서야말로 우리 인간이 해야 할 본분이다(此方是吾人本分:「爲尹惠冠贈言」)”라고 말하여 책을 읽는 일은 인간의 본질적인 직분이라고 했으니 그 중요함이 어느 정도인가를 알게 해줍니다.

  그렇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다산의 가르침입니다. “육경(六經)이나 여러 성현의 글도 모두 읽어야 하지만, 특히 논어만은 종신토록 읽어야 한다(六經諸聖賢書皆可讀 唯論語可以終身: 上同)”라고 말하여 모든 성현의 글을 읽어야 하지만 그 모든 책 중에서도 유독 『논어』만은 종신토록 읽어야 한다니, 『논어』라는 책의 가치와 중요도가 어느 정도인가를 바로 알아볼 수 있습니다. 유교가 ‘공자지도’인 이상 공자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해서는 『논어』를 일생 동안 읽어야 함은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다산 못지않게 사람이 사람이기 위해서는 독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율곡 이이는 ‘구인위기(求仁爲己)’를 위해서는 반드시 『논어』를 읽으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인을 구하고 인격을 갖춘 사람이 되려면 『논어』를 읽어야 한다고 했으니 너무나 당연한 말씀입니다. 기독교에서의 『성경』은 유교에서의 『논어』와 비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 세상은 성경을 읽는 사람이야 있겠지만 논어를 읽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종신토록 읽어야 한다는 논어를 읽지 않는다면 인간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요.

  모든 출판사가 참으로 큰 어려움에 처해 있고, 독서 인구는 갈수록 줄어들어 서점가도 울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세계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율이 가장 낮다는 통계가 있으니 정말 나라가 큰일입니다. 논어와 같은 고전조차 읽지 않는데 다른 어떤 책인들 읽을 사람이 많겠는가요. 어떤 나라에서는 전쟁이 일어나 아까운 생명들이 수도 없이 죽어가고 있고 삶의 터전들이 불타고 허물어져 황폐화된 현실을 보면서, 상실해버린 인간성의 회복이 간절하게 요구되는데, 사람되는 길인 고전을 읽지 않고서야 인간성의 회복이 어디서 가능할까요.

  오직 자기 나라만 잘 살고 잘 먹기 위한 일에 광분하고, 자기 자신의 이익과 만족을 채우기 위한 일에 급급하여 국가와 사회에 대한 도덕과 윤리가 무너져가는 오늘, 독서를 통한 인간 본성의 회복없이 어떤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요. 그래서 논어 읽기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새로 나오는 좋은 신간 서적인들 안 읽을 수 없지만 짧은 지혜보다는 무궁무진한 지혜의 보고인 고전을 읽는 일에 열중해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다산은 논어만은 종신토록 읽어야 한다고 그렇게도 강조했습니다. 우리 모두 논어 읽는 일을 시작합시다. 사람되는 길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글쓴이 / 박 석 무

·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 우석대학교 석좌교수
· 고산서원 원장

· 저서
『다산에게 배운다』, 창비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신간 『목민심서, 다산에게 시대를 묻다』 ,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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