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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들이 또 제기한 태광의 배임 의혹, 사실일까?
시민단체들이 또 제기한 태광의 배임 의혹, 사실일까?
  • 이동준 기자
  • 승인 2022.10.1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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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티브로드 프리IPO시 만든 콜옵션 때문에 티브로드가 3천억 떠안은 사건
시민단체들은 배임및 횡령 혐의로 또 검찰고발. 오너 직접 관여 여부가 관건...
태광측은 강력 부인. 증거나 증언 안 나오면 배임 자체 성립안돼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 집계 자산 순위 48위 대규모 기업집단(재벌)인 태광그룹은 지난 10여년간 '오너 리스크'가 가장 극심했던 그룹중 하나였다

 20111400억원대 횡령 배임 고발건이 대표적이다. 이 건 때문에 이호진 전 회장은 85개월 동안의 긴 재판 끝에 3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3년을 꼬박 복역하고 작년 10월에야 만기 출소했다. 그 이전 재판과정에서는 보석기간중에 음주 등이 목격돼 황제보석 논란을 크게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또 하나의 좋지않은 변수가 갑자기 등장했다. 지난 713일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와 금융정의연대 등 7개 시민단체가 이호진 전 회장과 최측근인 김기유 전 경영기획실장 등을 2000억원대 횡령 및 배임혐의로 또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이호진 전 회장의 대법원 확정판결 관련, 태광산업 공시
▲이호진 전 회장의 대법원 확정판결 관련, 태광산업 공시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 등 7개 시민단체, 이호진 전 회장과 최측근 김기유 전 경영실장 등 2000억대 횡령-배임혐의로 검찰 고발

2019년 태광 계열사이던 국내 2위 케이블TV 티브로드를 SK브로드밴드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이호진 소유의 위장 계열사인 사모펀드 JNT인베스트먼트(이하 JNT)를 동원해 태광과 티브로드에 약 2천억원의 손실을 끼쳤다고 이들은 고발 이유를 밝혔다.

이호진 측근들이 포진한 이 사모펀드의 작전으로 티브로드가 이호진의 사익을 극대화했으며, 이런 의혹은 이미 국세청 조사4국 조사와 다수 언론보도로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시민단체들은 주장했다.

이들은 이 전 회장이 JNT가 주도한 컨소시엄을 통해 자신의 티브로드 주식을 강제 매수하게 했다티브로드가 기업공개(IPO) 실패 후 불리한 계약조건에 따라 프리미엄을 사들이면서 손해를 봐야 했다. 이것이 이 전 회장의 배임 혐의가 불거지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들의 주장이 맞는지 하나하나 확인해 본다태광산업과 티브로드의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와 과거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전국 주요 지역 케이블TV 망사업자(SO)였던 티브로드홀딩스는 지난 20142월 갑자기 프리IPO(상장전 일부 지분매각을 통한 투자유치)를 결정한다.

당시만 해도 SO업계가 아직 괜챦았을 때였고, 티브로드홀딩스도 탄탄했다. 상장을 하더라도 그전에 굳이 프리IPO까지 안해도 될 재무상태였다. 하지만 당시 유행하던 일종의 상장 전() 관례려니 하고 모두들 넘어갔다.

당시 티브로드홀딩스의 대주주들은 태광산업(59.05%), 이호진(24.47%), 이 전 회장 아들 이현준(8.21%) 등이었다. 이중 이호진 지분 일부(11.96%)를 재무적투자자(FI)에게 팔아 1천억원, 티브로드홀딩스가 새로 전환우선주를 발행해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1천억원 등 모두 2천억원 정도를 수혈하겠다는게 프리IPO의 골자였다.

처음엔 유명 대형 사모펀드인 IMM PE가 펀드를 만들어 2천억원 전액을 인수하려고 했다. 그러다 갑자기 JNT를 끼워 컨소시움을 만들었다. IMM PEJNT가 각각 만든 SPC(특수목적회사)인 토르원과 JNT1호가 나눠서 티브로드 신주와 구주를 인수했다. 토르원이 이호진 지분 8.97% 및 전환우선주 75%, JNT가 이호진 지분 2.99% 및 전환우선주 25%씩을 각각 책임졌다.

보유주 매각으로 1천억원의 수입이 들어온 이호진 전 회장의 주식매각가격은 주당 64141원 꼴이었다. 1년 후인 2015년 티브로드가 또 실시한 다른 유상증자의 주당 발행가격 44003원을 감안하면 좋은 가격 조건이었다.

당시 이 전 회장은 배임 횡령혐의 수사와 구속, 재판, 그룹회장직 사퇴 등으로 여러모로 어려워 급전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급전 조달에 티브로드 프리IPO가  도움을 주었다고도 해석할수 있는 대목이다.

▲프리IPO 직전인 2013년말 기준 티브로드 주요 주주현황
▲프리IPO 직전인 2013년말 기준 티브로드 주요 주주현황

티브로드의 IPO, 당시 케이블TV 업황 악화와 매출 감소,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재구속, 갑질논란 등 때문에 끝내 무산

문제는 이 프리IPO에 숨겨진 약정조건이 있었다는 점이다. 2017년까지 티브로드가 상장하지 못할 경우 티브로드가 콜옵션을 행사해 컨소시엄 보유 지분을 되사준다는 내용이었다. 이 콜옵션 조항은 태광산업과 티브로드의 과거 사업보고서 또는 감사보고서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 나중에 행사된 후 그 실체가 밝혀졌다. 민감한 내용이어서 숨기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티브로드의 IPO는 당시 케이블TV 업황 악화와 매출 감소, 이 전 회장 재구속, 갑질논란 등 때문에 끝내 무산됐다. 태광은 티브로드 상장이 무산되자 대신 20194월 초고속인터넷 및 IPTV업체인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을 추진, 1년후인 20204월 성사시켰다. 티브로드에 여러 가지로 불리해진 상황 탓인지 SK측이 단 한푼 자금투입 없이 티브로드를 인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태광과 티브로드 측은 20195월 티브로드 프리IPO의 콜옵션을 결국 행사했다. 티브로드가 IMM PE-JNT 컨소시엄이 갖고있던 티브로드 지분 전량을 현금 3000억원을 주고 되사들인 것이다. IMM PE2264억원, JNT754억원이 각각 지급되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컨소시움과의 사전 콜옵션 약정도 약정이지만 SK측이 이 콜옵션을 안고 합병을 하자고 할 리가 만무해 티브로드는 콜옵션을 합병 전에 행사하지 않을 수도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컨소시엄은 2천억원에 산 주식을 3천억원으로 돌려받아 5년 만에 50%의 높은 수익률을 터트렸다.  컨소시움은 뿐만 아니라 5년동안 매년 54억원~90억원씩의 배당도 챙겼다.

이호진 전 회장도 그 5년 전에 티브로드 주식을 좋은 가격에 컨소시움에 팔아 1천억원을 확보, 급전문제를 거뜬히 해결했다. 컨소시움의 과감한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이 전 회장은 합병 전에 잔여 티브로드 지분도 미래에셋대우에 모두 팔아 1600억원 가량을 추가로 챙겼다.

반면 티브로드는 콜옵션 약정 때문에 굳이 안해도 될 생돈 3천억원을 날렸다. 되 산 주식지분 3천억원어치는 자사주가 되면서 합병 후 모두 소각되었다. 3천억원 때문에 티브로드의 별도기준 순자산(자본총계)1170억원(2018년말)에서 7838억원(2019년말)으로 크게 줄었다. 순자산 격감이 합병협상에서 태광측을 크게 불리하게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프리IPO, 특히 이호진 보유 지분을 좋은 조건으로 팔기 위해 불리한 콜옵션 조항을 만드는 바람에 이런 티브로드 손실이 초래됐다고 시민단체들은 보고있는 것이다.  시민단체 측은 또 프리IPO 성사와 콜옵션 조항에 이 전 회장과 그 측근들이 깊숙이 개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이렇게 믿는 가장 큰 이유는 프리IPO 관련 컨소시움의 한 축인 벤처투자회사 JNT의 당시 주축 멤버들이 대부분 이 전 회장의 과거 측근들이란 점 때문이다.

▲프리IPO 직후인 2014년말 기준 티브로드 주요 주주현황
▲프리IPO 직후인 2014년말 기준 티브로드 주요 주주현황

프리IPO 관련 컨소시움의 한 축인 벤처투자회사 JNT의 당시 주축 멤버들이 진헌진 등 대부분 이호진 전 회장의 과거 측근들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전자공시(DIVA)에 따르면 2010년 문을 연 JNT인베스트먼트의 창업자는 진헌진씨다. 진씨는 이호진 전 회장과 대원고서울대 동기동창으로, 다른 기업에 있다가 2002년 이 전 회장에 의해 태광으로 스카웃된후 티브로드와 흥국생명 대표를 지냈다.

20097월 갑자기 흥국생명 사장에서 물러난뒤 벤처캐피털업체를 차렸다. 당시 진 전 대표와 함께 JNT를 만든 박용태 공동대표 역시 티브로드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이었다. JNT의 당시 이명호 투자본부장도 티브로드 출신이었다.

이들이 이 전 회장 급전을 만들어주기 위해 2014년 티브로드 프리IPO를 기획했고, IMM PE를 끌어들였고, IMM PE를 끌어들이기 위해 불리한 콜옵션 조항도 서슴치 않았다고 시민단체들은 보는 것이다. 물론 이 콜옵션을 받아들인 태광측 최고책임자는 더 문제다.

이들이 2014년 프리IPO를 성공시킨후 대부분 태광그룹으로 다시 복귀한 점도 의혹을 더 키우게 했다. 진 전 대표는 20142월 프리IPO 추진을 전후해 그룹 경영고문으로 다시 돌아왔다. 합병 후인 20207월에는 SK브로드밴드 기타 비상무이사에 선임되었다. 합병 후에도 태광산업 지분이 아직 16.76% 남아있어 태광측 이사로 선임된 것이다.

진 전 대표는 이 전 회장이 감옥에 있을 때인 작년까지 허승조 전 고문 등과 함께 그룹을 관리할 '3인 고문단'에 포함되기도 했다. 박용태 전 대표와 이명호 전 부장도 진 전 대표가 2015년초 JNT의 본인지분 20%를 커뮤닉스란 회사에 넘겼을 때 모두 각각 흥국생명과 티브로드로 거취를 옮겼다고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시민단체 등은 JNT인베스트먼트가 단순히 태광 퇴직자들이 꾸린 회사가 아니라 실제 주인이 이 전 회장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커뮤닉스의 감사보고서에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대목들이 있다.  커뮤닉스는 2014년중 11억원을 들여 JNT 지분 25%를 처음 취득했다. 이후 계속 지분을 매입, 2015년말에는 70%, 17년말에는 100%로 각각 지분율을 더 높였다. 처음 취득한 지분이 진 전 대표 지분이라면 나머지 JNT 지분의 주인이 누구냐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커뮤닉스의 2014년말 지분구조를 보면 이덕선 44.25%, 강진성 34.5%, 티브로드 21.25%로 나온다. 커뮤닉스가 티브로드와 태광산업의 관계기업이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티브로드의 관계기업이 티브로드 프리IPO를 성사시켜준 JNT를 인수해준 것이다.

▲콜옵션 행사를 전후한 티브로드의 순자산 변화
▲콜옵션 행사를 전후한 티브로드의 순자산 변화

JNT의 진짜 주인이 이호진 전 회장인지, 프리IPO 콜옵션에 이 전 회장의 직접 관여 또는 지시가 있었는지는 검찰수사로 밝혀져야

태광산업과 티브로드 감사보고서는 티브로드 종속기업인 티브로드한빛방송이 2013년 티씨엔대구방송을 603억원에 인수함에 따라 커뮤닉스가 티브로드의 관계회사로 자동편입되었다고 설명한다. 티씨엔대구방송이 원래 커뮤닉스 지분 21%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커뮤닉스 최대주주 이덕선이란 사람은 경남지역 SO인 하나방송 오너이기도 한 인물이다. 과거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큐릭스 대표와 티브로드홀딩스 대표를 역임했다고 더벨 등 언론들은 보도하고 있다. 큐릭스와 티브로드홀딩스 모두 당시 태광 계열사였다. 보도가 맞다면 이덕선씨 또한 태광 또는 이 전 회장과 오랜 인연이 있어 보인다.

2018년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와 국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토론회에선 이덕선 회장이 이호진 전 회장의 최측근 중 한 사람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당시 티브로드의 새 하청업체인 원케이블의 실소유주가 이덕선 회장이라는 주장도 등장했다.

현재 SK브로드밴드와의 거래가 99% 이상인 원케이블의 최대주주는 김이정, 이병우란 사람들이다. 원케이블 지분중 자사주가 무려 50.94%에 달하는 것이 특이하다. 혹시 티브로드 합병 이후 원케이블 전 소유주의 지분을 회사가 모두 사주었다면 자사주가 이렇게 많아질수 있다. 그러나 더 이상 기록이나 공시가 없어 이덕선 실소유 여부는 확인이 어렵다.

이상 시민단체의 주장과 고발이유만 갖고서는 '맞다' '틀리다'라고 단정짓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황은 대충 맞아 보이지만 유죄로 입증하려면 더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할것이다. 또 숫자가 일부 틀리고, 횡령 등 일부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JNT가 사모펀드라는 주장도 틀렸다고 봐야할 것이다. 실제 벤처캐피탈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 고발건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에 배당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7월 고발이후 아직 수사 속보는 없는 편이다. JNT의 진짜 주인이 이호진 전 회장인지, 프리IPO 콜옵션에 이 전 회장의 직접 관여 또는 지시가 있었는지는 검찰수사로만 밝혀질 수 있다.

한 IB업계 전문가는 "모든 정황상 이 전 회장이나 태광 최고경영진의 배임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만 법원 유죄판결을 받으려면 더 확실한 배임 입증 증거들을 검찰이 찾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4년말기준 커뮤닉스의 주요주주 현황
▲2014년말기준 커뮤닉스의 주요주주 현황

프리IPO 콜옵션 조건을 누가 최종 결정-지시했는지가 관건...증거없어 배임자체 성립안될수도. 태광측은 강하게 부인

프리IPO 콜옵션 조건을 누가 최종 결정 또는 지시했는지가 특히 관건이다. 

2014년 당시 티브로드홀딩스 대표는 심재혁, 이상윤 공동대표였다. 두 사람 모두 그 이후 태광을 떠났다. 심 전 대표는 LG그룹 홍보책임자와 계열사 대표를 거쳐 태광에 영입되었던 인물이다. 이 전 회장 부인 쪽과 친인척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수사 과정에서 이들의 입장표명 결과에 따라 이 전 회장이 최악의 경우 다시 기소될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이 콜옵션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증언이나 증거가 나온다면 이 전 회장과는 무관한 사건이 될수도 있다. 구체적 증거가 없어 콜옵션의 배임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수도 있다. 

태광그룹 홍보실측은 "시민단체들의 주장일 뿐,  콜옵션과 프리IPO는 정상적 과정을 거쳐 결정된 것이며, 배임이나 특혜의혹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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