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원화 가치 하락과 ‘킹달러’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규모가 한 달 새 200억 달러 가까이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세계 8위 규모로 충분한 수준인 만큼, 외환위기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6일 발표한 ‘9월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전월말 대비 196억6000만 달러가 줄어든 4167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2개월 연속 감소세다.
외환보유액 급감은 미 달러화 강세에 따른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미달러 환산액 감소,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감소 등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9월 원·달러 환율은 지속 증가하며 장중 1442원도 넘어섰다. 미 달러화 지수도 9월말 112.25로 약 3.2% 평가절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당국은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원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매도한다. 2분기에만 환율 방어에 154억900만달러를 사용해 2019년 외환시장 안정 조치 공개 이후 분기 중 역대 최대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섰다.
오금화 한은 국제국장은 "지난달 원·달러 상승 폭 등을 고려할 때 환율 방어가 성공적이었나"라는 질문에 “외환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특정 환율을 타깃이 아닌, 국내 외환시장에 수급 불균형이 있는 경우, 시장 기대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한 것” 이라고 답했다.
외환보유액을 자산별로 나눠보면 외환보유액의 91%를 차지하는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3,794억1000만달러)이 한 달 전보다 155억3000만달러 감소했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이 앞으로 더 줄어들더라도 외환시장 쏠림 현상, 오버슈팅 등에 과감하게 대응해 적극적으로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설 것이란 점도 강조했다.
오 국장은 외환보유액 감소로 외환당국의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에 대해선 "외환보유액은 최근과 같이 시장 변동성이 증폭되고 쏠림 현상이 나타날 때 활용하기 위해 비축한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보유액 금감에도 한은은 외환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외환 보유액은 과거 가장 큰 폭의 감소가 있었던 시기(2008년 10월)와 비교해 두 배가 많을 정도로 충분한 규모라는 것이다.
오 국장은 "외환 보유액은 단기적 충격이 있을 때 충분한 규모의 예비적인 외환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적정성의 핵심인데 이를 고려하면 충분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오 국장은 "외환위기 당시 외환보유액이 월평균 70억∼80억달러씩 감소했는데, 최근(2021년 10월∼2022년 9월) 감소 폭은 월평균 47억7000만달러로 외환위기 당시보다 작다" 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