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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 전세와 부동산 정책의 허점...계약 때 세금 체납내역 공개해야
깡통 전세와 부동산 정책의 허점...계약 때 세금 체납내역 공개해야
  • 백승희
  • 승인 2022.10.0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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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관리보다는 사전예방 제도 강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은 의미 없어...틈새를 보완해 전세 사기 차단돼야

[백승희 칼럼]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는 보기 힘든 ‘전세’ 라는 부동산 제도가 있다. 전세제도란 다른 사람의 집 또는 건물을 사용하기 위해 보증금을 맡기고 임차한 뒤 계약 기간이 끝나면 보증금을 되돌려 받는 임대차 유형을 말한다. 전세는 상황에 따라 임대인과 임차인 각각에게 장점이 있다,

대표적으로 임대인 입장에서는 임차인의 자금을 활용하여 집을 구매할 수 있어 부족한 자금을 유통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이를 악용하는 깡통 전세(담보 대출 또는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보다 넘어서는 전세 형태를 이르는 말)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집 한 채를 온전히 구매할 자금은 없지만 전세가 들어있는 집을 매입하여 집 값이 떨어지거나 대출이자 등을 감당하지 못할 경우 세입자의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인해 이자 등의 금융비용이 증가하면서 일부 수도권 등에서는 부동산 버블 붕괴로 집 값이 전세 보증금보다 낮아지고 있다. 이에 계약 기간이 종료되어도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피해를 방지하고자 ‘주거 분야 민생 안정 방안’의 후속 조치로 ①전세 사기 피해 방지 방안, ②전세 사기 피해 지원, ③전세 사기 단속 및 처벌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앙꼬 빠진 찐빵’ 같은 전세 사기 피해 방지 제도

국토부는 전세 사기 피해 방지를 위해 임차인이 원하는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자가 진단 안심전세앱(가칭)’을 출시하여 입주하기를 원하는 집의 전세가와 매매가, 악성 임대인 명단, 임대보증 가입 여부, 불법 및 무허가 건축물 여부 등을 확인하도록 하였다. 매매가격보다 전세가격이 높게 설정되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 전세를 예방하고자 전세 계약 시 적합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보제공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임대인의 세금 체납에 관한 정보를 담겠다는 계획이 빠져있다. 미납국세에 관한 정보가 중요한 개인정보이기에 공개 목록에 포함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집주인이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의 세금 미납으로 인해 집이 공매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물건이라 하더라도 임차인이 계약하기 전에 이를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이 현재까지는 없게 되었다. 

더욱이 지금까지는 임차인이 계약한 집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가도 ‘국세 우선 변제’ 원칙으로 집주인의 체납 세금부터 징수하고 나서 전세금을 돌려주었다. 따라서 체납 세금이 전세금보다 많을 경우 세입자는 자신의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는 피해를 겪는 사례도 빈번하였다. 

국토부는 이를 파악하고 집주인의 미납국세에 대한 열람을 임대인의 동의 없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전까지는 체납 내역을 임대인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 한해서만 열람이 가능하였기 때문에 그에 비하면 조금 더 발전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열람이 가능한 시점이 주택임대차 계약 이후에만 가능하다는 데에 있다.

집주인의 체납 세금 열람 미의무화를 이용한 사기 사례

집주인의 세금 체납 내역을 이 기간에만 열람이 가능하다면 집을 계약하기 위해 계약한 계약금 10%는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임차인이 임대인의 미납조세 금액이 너무 크다고 판단하여 계약을 파기하고자 해도 계약금은 포기하거나 경매 후에 보증금을 돌려받을 각오로 계약을 진행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세금 열람이 의무화되지 않아 세입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는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임대인의 세금 미납으로 임차인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은 총 101건으로 2017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누적된 금액은 472억 원 이상이며, 피해자만 무려 915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일부는 제도의 허점을 노리고 반복적으로 세입자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 과거 종합신문지인 <일요시사>에서는 ‘세금 안 내는 거물들’이라는 주제로 재산이 막대함에도 세금을 체납한 사례를 취재했다. 그 중 능인선원의 지광스님 사례는 20여억 원의 세금이 체납되어 동대문에 있는 건물이 공매로 넘어가 그 건물에 입주했던 세입자가 보증금을 받지 못해 억울한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제도는 크게 바뀌지 않았고 이 종교단체는 또 다시 국세를 체납하여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건물이 공매로 넘어간 상태로 이 건물에 입주한 세입자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해 있다. 이처럼 임차인 입장에서는 임대인의 세금 내역까지 확인해야 한다는 경험이 없거나 알아도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입장일 수 밖에 없다.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세금 미납 정보 공개 의무화 필요

정부는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내년부터 세입자가 거주하는 집 또는 건물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갈 경우 국세보다 전세금을 먼저 돌려줄 수 있도록 제도를 신설하였다. 그러나 가장 좋은 방법은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문제의 소지를 차단하는 것이다. 

정부가 세급체납 정보를 공개하는 시점을 계약 후 시점으로 한 이유는 세금 체납 정보가 중요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대인의 개인정보만큼 임차인의 돈도 중요하다. 정부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임대인의 미납조세 정보 공개도 보증금이 ‘일정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열람하도록 제한을 두었다. 여전히 임차인을 보호하기에는 제도가 미흡하다. 제도는 어느 한 쪽만 보호하는 것이 아닌 거래를 하는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수립되어야 한다.

따라서 건물 또는 집을 계약하기 위해 임대인과 공식적으로 거래 행위를 시작했다면 거래형태에 따라 부동산 중개인 또는 임대인이 부동산 등기부등본뿐만이 아니라 국세, 지방세 완납증명서 등을 제출하여 체납내역이 없음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집주인의 세금 미납에 대한 정보가 개인정보로 인해 보호되어야 한다면 부동산에서 필수 서류로 준비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면 된다. 

또한 계약 후라 하더라도 임대인에게 중대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계약 취소 시 위약금이 없도록 제도를 보완함으로써 임차인의 계약금을 돌려주어야 한다.

금리가 또 한 차례 오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깡통 전세로 인한 피해는 앞으로 더욱 많이 나타날 것이다. 제도의 틈새를 보완하여 이제라도 전세 사기가 차단될 수 있기를 바란다.

필자 소개

백승희(q100sh@gmail.com)

예명대학원대학교 리더십전공 전임교수(기술경영학 박사)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전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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