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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사업자 동행복권의 '이상한' 경영성적표...쏠쏠함과 거리 멀어
로또사업자 동행복권의 '이상한' 경영성적표...쏠쏠함과 거리 멀어
  • 이동준 기자
  • 승인 2022.08.2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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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사업 5년 째인데도 올 상반기 다시 적자. 결손 상태 못벗어나...주주배당도 전무. 계속 흑자로 적지 않은 투자수익 챙긴 나눔로또와 대조적...무늬만 적자라는 지적도. 또 다른 복권유통계열사와의 내부거래도 의혹 대상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많은 나라들이 그렇지만 한국도 각종 복권사업은 국가가 통합관리한다. 그렇지 않아도 '조작설' 등 온갖 잡음이 항상 무성한 사행성 산업이라 공정성과 공공성을 제대로 확보하려면 국가가 통합관리하는게 그나마 가장 바람직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4년부터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로또 등 각종 복권사업을 통합관장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직접 복권사업을 하기는 어려워 복권 발행과 시스템 운영 전반을 입찰을 통해 민간사업자에게 5년간씩 맡기고 있다. 이렇게 통합복권 관리업무를 떠맡은 사업자를 통합복권사업자라고 부른다.

현재 통합복권사업자는 주식회사 동행복권이다. 메모리반도체 토탈솔루션 전문기업 제주반도체(44.6%)가 최대 주주이고, 한국전자금융(21.5%), 에스넷시스템(12%) 등이 컨소시움에 참여했다. 2018122일부터 통합복권 사업을 떠맡았다. 그 전에는 레미콘 전문기업 유진기업이 최대주주인 나눔로또가 2007년부터 11년간 통합복권 사업자였다.

▲21년말 현재 동행복권의 주요 주주 명단
▲21년말 현재 동행복권의 주요 주주 명단

로또, 연금복권 등 각종 복권을 판매해 당첨자에게 지급하고 남은 금액은 전액 기획재정부 복권기금 수입으로 잡혔다가 복권사업자에게는 용역비 또는 관리수수료 쪼로 일정 금액이 매년 지급된다. 동행복권은 작년 기재부로부터 562, 2020년에는 579억원을 각각 지급받았다. 이 금액이 동행복권의 전 매출이다. 나눔로또 시절에도 이 금액은 비슷해 매년 5백억원대 중-후반을 오갔다.

이 돈으로 직원들 봉급 주고 복권시스템을 운영한다. 비용 관리만 잘 한다면 적절한 이익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을 것이다. 복권사업 통합전인 2000년 초반 한 복권 사업회사의 봉급사장을 맡았던 한 인사는 굉장히 많이 남는 쏠쏠한 장사라고 기자에게 실토한 적 있다. 다음 입찰에서 이 사업을 다른 기업에 뺏긴후 땅을 치고 분해 했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

이런 알짜(?) 사업을 201812월부터 벌써 4년 가까이 맡고 있는 동행복권의 경영성적표는 어떨까? 동행복권의 회계장부들만 훝어보면 놀랍게도 이런 풍문과는 전혀 다르다.

2019년부터 사업이 본격화되었으니까 19년 이후 매년 매출을 보면 19530억원, 20579억원, 21562억원으로, 큰 기복이 없다. 매년 복권판매액의 일정 비율을 받는 방식이어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94.8억원, 202.8억원에 불과하다가 작년에야 21억원으로, 겨우 두자리수 흑자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도 191.1억원 적자, 2011억원 흑자, 2124억원 흑자를 각각 기록했다.

20년까지 결손 상태였다가 작년 말에야 이익잉여금 3.24억원 흑자로, 겨우 결손 탈출했다. 그러나 올 상반기들어 다시 적자다. 상반기 매출은 283억원으로 평년작이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각각 1.14억원 및 4.7억원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동행복권의 20년, 21년  손익계산서
▲동행복권의 20년, 21년 손익계산서

이런 상태이다보니 사업 4년 째인데도 주주들에게 배당 한푼 주지 못했다. 전 사업자인 나눔로또는 사업 종료 직전인 2016년과 17년 각각 5.7억원 및 11.5억원의 배당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사업종료 직후인 19년에는 75.8억원의 배당과 257억원의 유상감자로, 3백억원의 초기자본금을 출자했던 주주들에게 투자원금 회수는 물론 적잖은 투자수익률도 안겨주었다.

나눔로또는 사업종료 직전 몇 년간 영업이익이 27~85억원, 당기순익이 18~65억원을 각각 기록했었다. 매출은 그때와 비슷한데, 이익규모는 동행복권이 확실히 적다. 적을 뿐 아니라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임직원 수는 작년 말 동행복권이 63, 2017년말 나눔로또가 131명이었다. 나눔로또가 2배 이상 많다. 인건비도 훨씬 덜 들어갈텐데 동행복권의 다른 비용이 나눔로또보다 훨씬 더 많다는 뜻일 것이다.

실제 2017년 나눔로또 매출 582억원중 매출원가는 460억원으로, 매출원가율이 79% 정도였다. 반면 작년 동행복권은 매출 562억원, 매출원가 524억원으로, 매출원가율이 무려 93%에 달했다. 판매관리비는 임직원수가 훨씬 많은 나눔로또가 동행복권보다 2~3배 더 많았지만 매출원가 절대금액이 판관비보다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크다보니 동행복권의 비용이 훨씬 더 많은 것이다.

동행복권의 매출원가율이 이토록 높은 이유중에는 복권운영시스템의 국산화 문제도 들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눔로또 때는 그리스 제품을 사용했다. 동행복권은 국산제품을 쓰는 것이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워낙 기술적인 문제여서 쉽게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

동행복권 출범 때부터 인터파크 등과의 소송전, 시스템통합의 부작용, 시스템 협력사의 이탈 등으로 뒷말이 있었다고 한다. 사업초기에 선정한 평가 및 운영자와 실제 운영자가 많이 달라져있다는 얘기들도 있다. 이런 점들이 비용을 급증시켰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아무튼 내년 12월이면 5년이 돼 다시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재선정하게 된다. 동행복권이 다시 선정되면 다행이지만 탈락할 경우 투자금 정산문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작년 말 현재 동행복권의 순자산(자본총계)이 아직 397억원 남아있다. 전액 유상감자한다면 초기 자본금 400억원에 약간 못미친다. 투자원금을 겨우 돌려받을수 있을까 말까다.

올상반기에 다시 적자라,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도 거의 없다. 올하반기와 내년 많은 이익을 내지 않는한 처음이자 마지막 주주배당도 기대하기 어렵다. 제주반도체 등 동행복권 주주들은 이렇게까지 경영실적이 저조하게될 줄은 모르고 사업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지난 2018년 2월 동행복권 컨소시엄 출범식.  MBC 나눔 장보걸 총괄팀장, 투비소프트 변해균 부사장, 에스넷시스템 김형우 전무, KIS정보통신 김남수 전무, 제주반도체 조형섭 대표이사, 한국전자금융 임훈택 상무, 오이지소프트 이승준 부장, 나이스페이먼츠 정재호 실장(왼쪽부터)

동행복권의 이런 상태에 대해 다른 의견이나 의혹들도 없지 않다. 재무제표상의 눈속임일뿐 다른 교묘한 경로들을 이용, 투자금을 이미 상당부분 직간접회수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 재무제표상으로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약간은 이상한 단서 또는 현상들이 몇 개 보이기는 하다.

첫 번째 의혹거리는 제주반도체가 2015년 설립한 아이지엘이란 계열사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제주반도체(70%)이고, 나머지 지분 30%는 동행복권이 갖고 있다. 설립초기엔 다른 업종을 하다 동행복권이 만들어진후 인쇄복권 유통업으로 업종을 바꾸었다. 20201월부터 스피또라는 인쇄복권과 연금복권의 운용을 담당하고 있다.

용역비는 기재부가 동행복권에 주면 동행복권이 다시 전액 그대로 아이지엘에 송금해준다고 한다. 이 용역비가 2021167억원, 20164억원씩이었다. 물론 그대로 아이지엘의 매출 100%가 된다. 손상이나 신용위험이 하나도 없는 100% 안전한 매출이다.

아이지엘 임직원수는 작년말 111명에 달해 동행복권보다도 많다. 당기순익도 217.77억원, 2025억원으로,짭짤하다. 사업 2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모기업격인 동행복권보다 장사는 더 쏠쏠하게 하고 있다.

아이지엘이 이 업무를 담당하기 전 2019년말까지는 일명 딜러라고 불리는 개인사업자들이 나눔로또나 동행복권에서 복권을 매입해 개인판매점에 독점공급했다고 한다. 이 독점 복권유통업이 20년부터 아이지엘로 가자 일자리를 잃은 130여명의 딜러들이 크게 반발, 현재까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딜러들은 별도의 승인절차 없이 아이지엘에 인쇄복권 독점유통권이 넘어간점, 아이지엘이 인쇄복권 유통직원을 줄이고 관리직원을 동행복권과 겸직하도록 해 독점사업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감독기관인 복권위원회가 묵인했는지 여부 등을 소송쟁점으로 제기하고 있다.

물론 이에대해 기재부는 합법적인 과정을 거쳤고, 아무 특혜나 불법이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딜러들은 2020년 동행복권과 아이지엘간에 있었던 33.9억원의 용역매출 거래도 독점사업자 아이지엘의 수익을 축소하고 동행복권의 손실을 감추기 위한 분식회계에 해당하는게 아니냐고도 공격했다.

▲동행복권 감사보고서에 공시된 아이지엘과의 내부거래
▲동행복권 감사보고서에 공시된 아이지엘과의 내부거래

이 용역매출이 무엇인지는 동행복권 감사보고서에는 거래금액만 공시했을분 설명이 없다. 아이지엘 감사보고서에는 거래금액 공시없이 일부 미지급금에 대해 인쇄복권관리시스템(PTMS) 구축용역을 동행복권으로부터 제공받은 댓가라고만 설명하고 있다. 대충 보면 무엇인지 모르도록 양쪽 다 감추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단순한 인쇄복권 유통업체에 나눔로또 시절에는 없던 이런 시스템이 왜 필요한지는 알수 없다. 복권유통도 선진화가 필요해서일까? 아무튼 일종의 자회사가 모기업에 이런 용역수입을 안겨줌으로써 동행복권 경영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상태가 더 좋은 아이지엘이 동행복권을 조금씩이라도 도와주는듯한 흔적은 몇 개 더 있다.

작년중 동행복권은 아이지엘에 35억원을 대여했다가 15억원을 회수, 5,381만원의 이자수익을 올렸다. 또 집금용 가상계좌라는 것도 아이지엘에 이용하게 하고 이용수수료 2,436만원을 받았다.

20년말 모두 64억원에 달했던 농협은행 대출금을 21년에 모두 갚고, 21년말에는 동행복권 차입금 20억원만 남았는데, 차입금 이자는 201.1억원에서 211.81억원으로, 더 늘어났다. 농협은행보다 동행복권에 금리를 더 우대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이지엘 감사보고서를 보면 또 동행복권에서 올린 용역매출이 21167억원, 20164억원이라고 공시되어있다. 기재부가 동행복권을 통해 지급하는 용역수수료(복권판매유통수수료)를 말한다. 그러면서도 같은 감사보고서에 당기 및 전기에 당사가 ()동행복권을 통해 지급받은 복권판매 유통수수료는 각각 18237574천원 및 18250267천원이라고 공시하고 있다.

▲아이지엘 감사보고서에 공시된 동행복권과의 내부거래
▲아이지엘 감사보고서에 공시된 동행복권과의 내부거래

같은 수수료일텐데 금액이 15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아이지엘의 작년 장부상 매출이 167억원인걸 보면 167억원이 동행복권을 통해 받은 수수료수입이 맞을 것이다. 나머지 차액은 다른 명목으로 동행복권이 차지한 것일까? 아무런 설명이 없어 알길이 없다.

동행복권 감사보고서에는 또 시스템구축비란 지출이 작년과 20년 각각 95억원씩 공시돼 있다. 이 지출과 기재부가 준 아이지엘 유통수수료 167억원을 모두 합하더라도 동행복권의 작년 매출원가 524억원중 262억원이 어디로 갔는지 설명이 없다. 흔적은 아직 발견되지 않지만 시스템구축비에도 제주반도체 등 주주사들이 직간접 참여, 용역비나 개발비를 따냈을수도 있다.

판관비에 인건비가 24억원 가량 포함돼 있는데, 매출원가에 인건비가 또 있는 지도 의문이다.동행복권 업무는 제조공장이 따로 없고, 복권시스템 운용하고, 개인 복권판매사업자 관리하는 일 정도일 것이다. 복권판매금액 처리도 대부분 전산처리일 것이므로, 현장인력이 많이 있을 이유도 없다.

설명이 없는 남은 매출원가 262억원에 비밀이 있을 수도 있다. 동행복권이 간접적이고 교묘한 방식으로, 제주반도체 계열사나 다른 주주사들에 용역을 맡기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동행복권 감사보고서나 제주반도체 등 주주사들 사업보고서상에는 이런 흔적이 남아있지 않다.

의혹은 분명 있어 보이는데 결정적 증거는 아직 없는 셈이다. 아이지엘이 동행복권을 도와줬다는것도 따지고 보면 눈에 드러나는건 아직 미미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딜러들의 의혹제기가 틀렸을 수도 있다. 틀렸다면 제주반도체 등 주주사들이 부업거리를 잘못 찾은 것이 된다. 올하반기와 내년에도 동행복권에 큰 변화가 없다면 동행복권 대주주들은 투자원금을 겨우 건지나마나 한 수준의 투자성적표를 챙겨야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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