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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봉'인가...‘저금리 대환 대출’ 손실 분담 요구는 무리수   
은행이 '봉'인가...‘저금리 대환 대출’ 손실 분담 요구는 무리수   
  • 권의종
  • 승인 2022.05.2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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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끌고 민간이 미는 금융’ 과연 약일까, 독일까...정책 시행 비용은 정부가 모두 부담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윤석열 정부는 자상도 하다. 출범하자마자 빚진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책을 내놨다. 코로나19 피해 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위해 금융지원과 채무관리를 추진한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재원을 마련한다. 소상공인·소기업 등 370만 명을 대상으로 업체별 매출 규모와 피해 수준 등을 따져 최소 600만 원에서 최대 1,000만 원의 손실보전금을 지급한다.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준다. 비은행권에서 높은 금리로 대출받은 차주가 낮은 금리의 은행권 대출로 갈아타는 대환 대출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저신용자에 대해서는 연 12~20% 대출을 소상공인진흥기금에서 사들여 낮은 이자 대출로 옮겨타게 한다. 중신용자에게는 신용보증을 통해 3,000만 원 한도에서 최대 7% 수준의 대출로 바꾸도록 도와준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소상공인 회복이 늦어지면서 부채 증가로 금융비용 부담이 늘고 대출 부실화 위험이 커졌다는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 대환 대출 시행은 소상공인 대출의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가 끝나는 9월 말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금리 대출이 저금리 대출로 전환이 이뤄지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이 한결 가벼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취지가 좋다. 나무랄 데 없다. 코로나 팬데믹 방역 조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반대할 자 없다. 초과 세수를 활용해 국채 발행 없이 추경을 편성한 것 또한 잘한 일이다. 국민의 큰 박수감이다. 다만, 정책 시행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있다. 제도 시행에 따른 비용을 누가 얼마만큼 부담할 거냐의 문제다. 혹시라도 생색은 정부가 내고 부담은 민간이 지게 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 지원 취지 옳으나... 생색은 정부가 내고 부담은 민간이 져선 안 돼

전환 대출을 두고 벌써 말들이 많다. 은행들의 속앓이가 심하다. 새 정부 들어 발표된 첫 번째 정책이라 대놓고 말도 하기 어렵다. 속으로만 꿍꿍 앓고 있다. 불만의 원인인즉 정부가 비은행권과 은행권의 대출 금리 차이, 즉 이차를 보전하지 않기로 해서다. 갑자기 말이 바뀌었다. 애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소상공인의 이자 부담 경감을 위해 비은행권 대출을 은행권에서 대환 시 이차 보전을 검토했다. 

은행이 소상공인의 비은행권 대출을 가져올 때 정부가 이자 차액을 보상하고, 공적 보증을 통해 대출 리스크를 담보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런데 웬걸. 코로나19 손실 보상과 회복 지원 내용을 담은 인수위의 ‘코로나 비상 대응 100일 로드맵’에는 이차 보전 내용이 쏙 빠졌다. 추경 편성에서도 이차 보전을 위한 예산이 아예 반영되지 않았다. 

이차 보전이 도대체 뭐길래. 대출받은 사람이 은행에 내는 금리의 일정 부분을 정부가 대신 내주는 지원을 말한다. 소상공인이 비은행권 대출을 은행 대출로 갈아탈 때 새로 금리를 정하게 되는데, 그중 일부를 정부가 내주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금리 2%를 이차 보전하기로 한 상황에서 은행이 7% 금리로 대환 대출을 하는 경우 돈 빌린 사람은 5% 이자만 내면 된다. 

대환 대출에 대한 신용보증 비율이 낮게 제시된 것도 은행의 불만족 사항이다. 금융위원회가 구상하는 보증 비율 80%를 기준으로 할 때 대출 원금이 3,000만 원이면 2,400만 원만 보증기관이 책임진다. 채무자가 대출을 갚지 못하면 나머지 20%, 즉 600만 원은 은행 손실로 돌아간다. 대출 부실의 일정 부분을 은행이 떠안는 구조다.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을 명분 삼아 은행 ‘팔 비틀기’에 나선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대환 대출에 대한 이자 차이 보전하고...신용보증도 100% 전액 보증으로 함이 마땅

정책 시행에 따른 비용은 정부가 다 부담하는 게 맞다. 비은행권 대출을 갚기 위한 대환 대출에 따른 손실을 은행에 분담시키는 건 무리수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고위험 대출을 떠맡아 준 것만도 어딘데 손실까지 나눠서 지라니. 이치에 안 맞는다. 은행도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다. 손실이 나는 만큼 수익성이 떨어진다. 주주 몫도 줄어든다. 정부가 그동안 이런 일을 하도 자주 하다 보니 이게 바로 관치(官治)라는 사실조차 잊은 듯하다. 

이왕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신용보증은 100% 전액 보증이 맞다. 채권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는 부분보증이 대환 대출에는 적용될 여지도 이유도 없다. 부실 책임을 나눠서 져야 하는 은행이 반발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잖아도 은행은 보증부 대출의 경우 약정이자와 연체이자 간 차이를 부담한다. 보증 비율이 낮을수록 부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도 더 많이 쌓아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소상공인 대출도 보증 비율이 95%였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 반칙과 변칙이 난무하게 마련. 과거 전례로 보아 리스크 증가를 그냥 보고만 있을 은행들이 아니다. 분명 꼼수가 등장할 소지가 있다. 물적 담보가 충분하거나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차주에 대해서만 대환 대출을 허용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일 공산이 크다. 그랬다간 정작 코로나19로 피해가 큰 소상공인이 지원을 못 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문제는 이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카드사나 저축은행 등은 힘들여 확보한 고객을 졸지에 빼앗기고 만다. 정책의 희생양으로 전락한다. 더구나 비은행권 고객을 은행권으로 인위적으로 이동시키는 자체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한 과오다. 정부도 스스로 모순을 드러낸다. 말로는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라고 내세우며, 실제는 ‘정부가 끌고 민간이 미는 역설적 금융’을 강요하는 꼴이다. 약(藥)이 곧 독(毒)이 되는 정책. 이래서 어렵고 힘들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경영학박사
- 서울이코노미포럼 공동대표
-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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