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재계약 72%가 갱신권 사용, 월세는 53%만 써…세입자 부담 커져
[금융소비자뉴스 박혜정 기자] 서울 아파트 신규 전세 계약을 맺은 임차인들은 갱신 계약을 하는 사람보다 평균 1억5000여만원 높은 보증금을 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남권 중대형 고가 아파트의 경우 갱신계약 보증금과 신규 계약 보증금의 격차는 무려 17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이는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된 지난해 6월 1일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신고(5월 3일 기준)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18만3103건을 부동산R114와 함께 분석한 결과라고 연합뉴스가 9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체 전월세 거래 건수 중 재계약으로 신고된 건수는 4만9528건으로, 이 가운데 갱신권을 사용해 임대료가 5% 이내로 제한된 경우는 3만3731건으로 전체의 68.1%에 달했다.
전세 재계약 3만7824건 가운데 갱신권을 쓴 경우는 72.6%로, 월세 재계약 1만1704건 중 갱신권을 사용한 비율 53.5%보다 19.1%p 높았다.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월세보다는 보증금이 큰 전세 계약에서 갱신권의 사용 비중이 높았다는 분석이다.
조사 기간 내 전세 거래 중 동일 주택형 간 갱신·신규 계약이 모두 확인된 경우는 6781건이었다. 이들의 신규 계약의 평균 보증금은 6억7321만원, 갱신계약의 보증금은 5억1861만원으로 신규와 갱신 계약의 보증금 격차가 평균 1억5461만원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내에 전월세 계약을 체결한 세입자 가운데 신규 계약자가 갱신 계약자보다 평균 1억5000만원 이상의 보증금을 더 부담한 셈이다.
갱신 계약과 신규 계약 보증금 격차는 강남권의 중대형 고가 아파트일수록 더 크게 벌어졌다고 매체는 전했다.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전용 161.47㎡는 이 기간 갱신계약 보증금 평균이 21억원인 반면 신규 계약 보증금 평균은 38억원으로 무려 17억원의 격차가 났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12.93㎡는 지난해 11월 갱신계약 보증금이 17억3250만원이었으나 신규 보증금 평균은 30억8000만원으로 차이가 13억4570만원에 달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2년이 되는 올해 7월 말부터는 갱신권이 소진된 신규 계약 물건이 나오면서 임차인의 보증금과 임대료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갱신권 적용 시 5%로 인상률이 제한되지만 신규 계약은 시세 수준으로 전셋값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20년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가 시행된 이후 전셋값이 급등한 터라 2년 전 전세가격과 비교해 임대료 부담이 크게 뛸 것이라는 전망인 것이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앞으로 갱신권이 소진된 전세가 신규로 나오고, 집주인들이 4년 계약을 염두에 두고 4년치 전셋값을 한꺼번에 올린다면 예상보다 전셋값 상승폭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