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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지성' 이어령 선생 별세 소식을 듣고
'한국의 지성' 이어령 선생 별세 소식을 듣고
  • 오풍연
  • 승인 2022.02.26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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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칼럼] 또 한 명의 거인이 26일 세상을 떠나셨다. 이어령 선생이다. 그는 한국의 지성으로 불렸다. 마지막 남은 지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선생은 정말 박학다식 했다. 시대를 앞서가는 선각자이기도 했다. 여러 신문의 부음 기사를 봤다. 하나 같이 칭송했다. 그만큼 훌륭하게 살았다는 방증이다. 특히 문화계의 거목이었다. 거의 독보적 존재였다.

1933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호적상 1934년생)한 고인은 문학평론가, 언론인, 교수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 대표 석학이자 우리 시대 최고 지성으로 불렸다. 노태우 정부 때 신설된 문화부 초대 장관(1990~1991)이었으며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활동했다. 고인은 부여고를 나와 서울대와 동(同)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60년 서울신문을 시작으로 1972년까지 한국일보, 경향신문, 중앙일보, 조선일보 등의 논설위원을 역임하면서 당대 최고의 논객으로 활약했다. 1972∼73년에는 경향신문 파리특파원으로 활동했다. 1966년부터 이화여대 강단에 선 이후 1989년까지 문리대학 교수를, 1995∼2001년 국어국문학과 석좌교수를 지냈으며 2011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됐다.

문화부 장관 시절 국립국어연구원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 전통공방촌 건립, 도서관업무 이관 등 4대 사업으로 문화정책의 기틀을 마련했다. 88서울올림픽 개폐회식 대본을 집필했던 고인은 개막식에서 '굴렁쇠 소년'을 연출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만큼 예술적 상상력이 풍부했다는 뜻이다.

지난해 10월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하자 조시(弔詩) '영전에 바치는 질경이 꽃 하나의 의미'로 추모하고 국가장의 유족 측 장례위원에도 이름을 올렸다.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으로서 '흙 속에 저 바람 속에'(1960)를 비롯해 '축소지향의 일본인'(1984), '이것이 한국이다'(1986), '세계 지성과의 대화'(1987), '생각을 바꾸면 미래가 달라진다'(1997), '디지로그'(2006), '지성에서 영성으로'(2010), '생명이 자본이다'(2013) 등 130여권의 저서를 펴냈다.

그는 '디지로그'를 통해 디지털 기반과 아날로그 정서가 융합하는 세상을 말하며 비빔밥과 같은 우리 문화와 정서에서 조화의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고인은 또 개신교 신앙을 고백한 책 '지성에서 영성으로'(2010)를 출간하면서 저술 활동 50년 만에 새로운 내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에서 검사로 활동하다 개신교 신앙을 갖게 된 딸 이민아 씨에게 닥친 암과 실명 위기, 손자의 질병 등을 겪으면서 세례를 받기도 했다. 민아씨는 2012년 먼저 세상을 떴다.

선생은 2017년 암이 발견돼 두 차례 큰 수술을 받았지만, 항암치료를 받는 대신 저서 집필에 마지막 힘을 쏟았다. 고인은 자신을 '이야기꾼'이라 칭하며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를 탐구하는 마지막 저작 시리즈 '한국인 이야기' 집필에 몰두해왔다. 12권으로 계획한 시리즈 중 지난해 2월 첫 권인 '너 어디에서 왔니'를 출간했다. 나머지 책들은 결국 빛을 보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그가 남긴 족적은 전 국민을 감동시키고도 남는다.

# 이 칼럼은 '오풍연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전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전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F학점의 그들'. 윤석열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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