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30 00:30 (토)
설 명절 앞둔 단상...문배주 한 병 사들고
설 명절 앞둔 단상...문배주 한 병 사들고
  • 이한주
  • 승인 2022.01.25 10:22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한주 칼럼] 이번 새해가 벌써 세 번째이다. 코로나19라는 괴질이 온 세상에 창궐하여, 너나 할 것 없이 두 발이 꽁꽁 묶인 채, 사람끼리 주고받는 의례적 인정도 카톡이나 문자, 잘해야 줌 회의로 나누는 지경이니, 이제는 강의건 회의건 심지어 선거 캠페인마저 저만치 떨어져서 눈과 귀로만 나누어도 이상하지 않다. 이제는 옛날부터 그래왔던 것만 같고, 앞으로도 상당 시간 그러려니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 명절에는 못내 아쉽다. 예순을 훌쩍 넘기기까지 기억에 가물거리는 어린 시절부터 설날은 유별나게 설레었다. 먹거리가 부족하던 시절에야 그나마 배불리 먹던 즐거움도 있었겠고, 이날을 맞이하기 위해 타지로 나갔던 온 가족이 다 모여 정을 나누고 그래서 더욱 기뻤기 때문이리라. 힘들고 고단했던 누구라도 이날만큼은 모여 앉아 도란거리던 기억이 우리의 DNA.

추석과 더불어 쌍벽의 명절이지만, 그래도 새해의 각오와 타이름이 있고, 추운 겨울 돌 틈 속 개구리 같은 삶에 서로서로 보살피자는 세뱃돈도 있었다. 그래서 설은 까치건 아이건 노인이건 들뜨는 날이다. 들뜨기는 나라 전체가 한결같아서 연말연시부터 설까지는 나라 재정이나 정치도 너그러이 돌아갔다.

대통령께서도 이날에는 늘 명절선물을 보내시곤 하신다. 올해에도 방역과 예방에 애쓰는 의료진을 비롯하여 나라와 이웃에 헌신하신 분들에게 문배주와 오미자청, 매실액, 밤 등을 선물로 보내신 모양이다. 크게 비싸지는 않아도 각지의 특산물을 조금씩 넣어 통합과 화합의 메시지를 담은 임기 중 마지막 정성인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고생하시는 분들이 모두 받지는 못했을망정 누구라도 기사만 보고도 미소가 떠올랐을 것이다.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만오천 개뿐이라는 말이 있으니 받으신 분들의 마음은 각별할 터이다.

그런데 이 각별한 정성을 단호히 거부한 이가 있었다고 한다. 바로 주한 일본국특명전권대사 아이보시 코이치(相星孝一)이다. 그는 이번으로 세 번째 한국 근무를 하는 노련한 외교관으로서 작년 초 부임하면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 국가이며, 또 이 지역의 안정을 위해서는 일한?일한미의 협력이 필수 불가결”하다고 포부를 밝힌 적이 있다.

비교적 간결한 부임사이지만 한일 관계를 회복시키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더욱이 올해 신년사에서는, 한일축제한마당이나 한일경제인회의 등을 통해 “한국과의 문화?경제 교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것을 실감”했다고 했으며, 동일본대지진 10주년을 맞아 “당시 한국의 지원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있어서, “양국의 인적 교류가 조기에 재개” 되기를 바라는 의지를 가진 분으로 보이기도 하였다.

그런 분이 상자 표지에 그려진 그림이 독도로 보인다는 트집을 잡아, 우리 대통령의 설 명절 선물을 거부했다는 소식이다. 독도에 대해 이 분이 얼마나 깊은 생각을 하는지 알 수는 없으나, 대통령이 이 선물에 담았음직한 소통과 화합의 인간적 마음을 읽기는커녕, 마치 대통령이 이번 설 선물에 심술궂게도 독도를 그려 보내 일본을 폄훼하는 선동이라도 한 것으로 읽은 것일까?

그렇다면 이는 지나친 소아적 자기편향성에 불과하다. 우리에게 “해뜨는 희망”으로서의 새해 아침 독도는, 일본 국민들에게 태평양에 떠오르는 ‘아사히’와도 같은 상징적 존재이다. 또 설사 그것이 일본에 대한 지적처럼 느껴졌더라도 대사라는 분이 마치 철없는 일본 극우처럼 행동해서야 되겠는가.

따지고 보면 이 분이 부임한 이래, 일본대사관의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총괄공사가 공개적인 오찬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두고 자위행위를 하고 있다는 저질 모욕 발언을 내뱉은 적도 있었지만, 우리 국민들 보기에는 의례적 징계에 그치는 조치만 있었다. 우리는 구한말 우리의 국헌을 문란케 하고 왕후를 시해하는 데 깊이 간여하였다고 평가되는 일본공사관의 기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너그러이 함께하되, 언제까지나 기억될 일.

분명 온 세상은 전환의 시대에 놓였다. 코로나, 기술변화, 기후위기, 신자유주의의 몰락, 미중의 패권갈등. 한일이 과거를 반성하며 서로 도와야 할 때에, 한국 국민을 넘어 일본 국민조차 환영하지 못할 몰시대적 무례를 범하였다는 소식을 들으며, 설 쇨 술로 문배주 한 병 사든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필자소개

글쓴이 / 이 한 주
· 경기연구원 원장
· 가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국정자문위원회 경제1분과 위원장
· 가천대학교 부총장

· 저서 및 논문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지역화폐 연구』 국회 예결위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 다담출판사, 2016
『Estimation of the demand function of the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construction business』 KSII, 2015
『생활협동조합 조합원의 가치공감과 조합원만족이 조합원충성도에 미치는 영향』 한국협동조합학회, 2015
 
 

인기기사
뉴스속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호 : 금융소비자뉴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여의도동, 삼도빌딩) , 1001호
  • 대표전화 : 02-761-5077
  • 팩스 : 02-761-5088
  • 명칭 : (주)금소뉴스
  • 등록번호 : 서울 아 01995
  • 등록일 : 2012-03-05
  • 발행일 : 2012-05-21
  • 발행인·편집인 : 정종석
  • 편집국장 : 백종국
  • 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윤정
  • 금융소비자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금융소비자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fc2023@daum.net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