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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외주화' 정승일 사장은 뭐했나?...한전, 근로자 감전사고 '뒷북' 사과
'죽음의 외주화' 정승일 사장은 뭐했나?...한전, 근로자 감전사고 '뒷북' 사과
  • 임동욱 기자
  • 승인 2022.01.0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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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안전불감증' 심각…하청 노동자, '죽음의 공포' 나날...사고 발생 이후 두 달 동안 침묵하다가 언론 통해 해당 사고가 부각돼 파문이 확산하자 뒤늦게 대응..."한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후 '처벌 1호' 우려 속 '회사 마비 사태'를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왼쪽 세번째)을 비롯한 임원진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회의실에서 하청업체 노동자 감전 사망사고 관련 대책발표에 앞서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뉴스 임동욱 기자] # 한국전력의 심각한 안전불감증이 숱한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았다. 전신주에서 작업을 하다 지난해 11월 매달린채 감전사한 한국전력 하청업체 노동자 고 김다운 씨의 비극은 한전이 작업장 안전을 소홀히 한 탓이다한전 하청업 소속 한 노동자가 감전사한 산재 사망사고가 2개월이나 지난후에나 알려지고 작업장 안전조치는 거의 안된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한전의 안전무방비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지난해 11월 경기 여주에서 발생한 하청업체 노동자의 감전 사망 사고와 관련해 뒤늦게 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을 제시했다. 하지만 사고 발생 이후 두 달이 지난 시점에서 언론을 통해 해당 사고가 부각돼 파문이 확산하자 뒤늦게 ‘뒷북’ 대응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자사 경영진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 여주지사 관내 전기공사 사망 사고와 관련해 깊은 위로와 사과의 뜻을 거듭 밝힌다”며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특히 사망사고 등 중대한 산업재해 발생 시 원청의 최고 책임자까지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한국전력이 '두 달 여전' 일어난 하청업체 노동자 감전 사망사고와 관련해 뒤늦게 부랴부랴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착수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한전은 “작업자의 생명 보호와 안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지금 같은 시기에 안전 사고가 발생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고개숙여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회사 내 가용한 인적 자원 및 예산 등 제반 역량을 안전 관리에 최대한 투입하고 전기공사 현장의 안전환경 조성을 위한 실효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감전·끼임·추락 등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치명적인 3대 주요 재해에 대해 미리 정한 안전요건이 충족된 경우에만 작업을 시행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감전사고 근절을 위해 ▷직접활선 즉시 퇴출 ▷정전 후 작업 확대 ▷간접활선 지속 확대 등을 통해 작업자와 위해 요인의 물리적 분리를 시행하고, 끼임사고 근절을 위해 전기 공사용 절연버켓(고소작업차) 차량에 고임목 등 밀림 방지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추락사고 근절을 위해 작업자가 전주에 직접 오르는 것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다만 절연 버킷이 진입하지 못하거나 전기공사 업체의 장비 수급 여건이 곤란한 경우에는 해당 사업소가 사전 안전조치를 검토·승인한 뒤 제한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전국 4만3695개소 철탑에 추락방지 장치를 설치하는 작업을 2023년까지 완료하기로 했다. 이는 당초 목표보다 3년 빠른 것이다. 한전은 또 모든 전기공사에 ‘1공사현장 1안전담당자 배치’를 원칙으로 하고, 부적정 행위가 적발된 업체와 사업주에 대해서는 한전 공사에 참여하는 것을 막기로 했다. 

그러나 한전은 하청업체에 일을 맡긴후에는 작업장 안전문제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이번 사고도 한전의 죽음의 외주화에서 비롯된다. 해마다 하청노동자가 작업을 하다 목숨을 잃었지만 한전은 '무재해 현황판'을 각 지사마다 설치하고 산업재해가 없는 무재해 날짜를 게시하도록 하는 것이 안전관리의 전부였을 정도였다.

정승일 한전 사장

'죽음의 외주화이번엔 한전...김다운씨 감전사고 원인은 한전과 하청업체가 안전지침 준수하지 않은 탓...한전은 하청사 탓이라며 책임회피 급급작년 한전 사망자 모두 하청업체...위험 외주화시 안전수칙 지키지 않으면 '공기업 산재 1' 불명예 못 벗어

그 결과 지난 2010년부터 2016년 사이 한전에서 배전관련 안전사고로 915명이 숨지거나 다쳤고, 이중 90%가 협력업체 소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에 한국전력 작업현장에서만 8명이 숨졌다. 공공기관 중 가장 많은 사망자인데, 8명 모두 하청업체 직원이었다. 고 김다운 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실제 한전의 안전 방치는 고용노동부의 안전 감독에서도 입증된다. 작년 11월 고 김다운씨의 사망 사고 직후, 고용노동부가 안전감독한 결과, 위반사항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한국전력과 하청업체가 함께 실시해야 하는 현장 순회 점검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매달 의무화된 한전과 하청업체 회의는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청업체 안전교육도 요식행위에 그쳤다. 채용할 때 4시간을 실시한 후 3개월 동안 12시간을 나눠 실시하라는 규정을 무시하고 16시간 몰아서 딱 한 번만 실시했다.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작업을 하는 동안 자칫 무감각해질 수 있는 안전에 대한 주의를 일깨우지 않은 것이다.

한전 내부 규정상, 하청업제가 작업을 하면 작업통보서를 반드시 받아야 하지만, 한전은 김다운씨의 작업을 전혀 모른 것으로 밝혀졌다. 위험을 떠넘기고 안전에 소홀해도, 처벌이 늘 약했기 때문에 생명에 직결되는 안전관리를 적당히 하고 넘어갔다.

산재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는 대단히 복잡한 법·제도 개선안이 필요한 것도, 예방책을 준비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면서 한전이 준비한 규정을 지킬 수 있는 기업을 하청업체로 선정하고, 하청업체가 규정을 지킬 수 있도록 한전이 관리감독을 했다면 이런 불행은 닥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전이 두달간의 침묵을 깨고 사과와 함께 대책을 발표한 것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벌어진 사고에 안경덕 고용노동부장관이 직접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에 전화를 걸어 유감을 전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자칫 경영자가 구속될 수 있는 강도 높은 처벌에 한전이 초긴장 속에서 대비에 총력을 기울였다는 분석이다.

다시 말하면 한국전력의 이 같은 움직임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혹시나 자신들이 '처벌 1호'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회사 마비 사태'를 사전에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것이다.

실제로 고인의 유족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국민적 공분도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전력은 그동안 침묵행보로 일관해 왔다. 원청 업체인 한국전력은 사실상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5일 경기 여주시의 한 전봇대에서 작업하던 김다운(38) 씨가 고압 전류에 감전돼 숨졌다. 김씨는 고압 전기작업에 쓰이는 고소절연작업차 대신 일반 트럭을 타고 작업했으며, 고무 절연장갑이 아닌 면장갑을 착용하고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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