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신설정관 의결권 배제ㆍ제한 주식 및 전환주식, 지배권 방어 활용 위험" 주장
[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물적 분할된 배터리, 석유개발 신설 회사가 다음 달 1일부로 출범한다.
SK이노베이션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SK배터리 주식회사(가칭)'와 'SK E&P 주식회사(가칭)'의 물적 분할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30여명의 주주가 참석한 이날 주총에서 분사 안건은 80.2%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며 분사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최대주주 SK와 기관 투자자들의 찬성으로 예상대로 통과됐다.
SK이노베이션의 지분은 올해 반기 기준으로 ㈜SK 등 특수관계인 33.4%, SK이노베이션 자기주식 10.8%, 국민연금 8.1%, 기타(외국인 및 국내 기관, 개인주주) 47.7% 등으로 나눠져 있다. 기타 지분 중 외국인·국내 기관이 약 26%, 개인주주가 22% 수준으로 파악됐다.
김준 총괄사장은 "각 사업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결정"이라며 "회사 분할을 계기로 각사에 특화된 독자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질적·양적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날 분사안 의결로 배터리, 석유개발 신설회사는 내달 1일부로 각각 출범한다. 분할 방식은 SK이노베이션이 신설 법인의 발행 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단순·물적 분할 방식으로, SK이노베이션이 신설 법인의 지분 100%를 갖게 된다.
새로 출범할 SK배터리 주식회사는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생산을 비롯해 전기차 배터리 서비스 사업, ESS(에너지 저장장치) 사업을 맡는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새 사명 후보로 거론되는 'SK 온(on)'과 'SK 배터러리(betterery)', 'SK 넥스트(next)' 등 상표권을 이미 출원한 상태다.
또 다른 신설 법인인 SK E&P는 석유개발 생산·탐사 사업, 탄소 포집·저장(CCS)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배터리 신설법인 상장 계획에 대해 김준 사장은 "조급할 필요가 없고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때 기업공개를 추진할 것"이라며 "최소한 내년 하반기 이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물적분할 이후 주식 가치 하락을 우려하는 기존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조만간 주식 배당 등 방식으로 '주주 달래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일찍이 내놓았다.
이날 주주 이익배당을 금전 외 주식과 기타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 안건도 97.9% 찬성률로 통과됐다.
시민단체들, "이사 책임감면, 집중투표 배제, 이사 수 상한 등 규정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
참여연대는 "자체가 SK이노베이션의 소액주주보다 동일인 또는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신설정관을 살펴본 결과 주주가치 훼손의 우려가 있는 다수의 독소조항이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 예정인 SK배터리의 자산규모는 약 4.6조원이다. 향후 상장할 경우 자산 2조원 이상의 대규모 상장법인의 규율을 받게 된다.
참여연대는 "회사가 주주가치 제고에 큰 관심이 없다"면서 "SK배터리가 집중투표제의 적용을 배제하고자 한다면, 그에 상응하여 상장 후 전환될 감사위원회 체제에서는 분리 선임될 사외이사의 수를 1명이 아닌 그 이상으로 하여 주주들의 참여를 독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설정관 제31조 1항은 회사 이사의 수를 3인 이상 10인 이하로 두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회사 규모에 비추어볼 때 이사의 상한이 지나치게 낮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SK그룹은 계열사별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최근 ESG(사회ㆍ환경ㆍ지배구조) 경영이 강조되고 있다.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SK배터리의 신설정관은 최태원 회장과 SK그룹이 내세우고 있는 ESG 경영과는 상반된 내용을 수두룩하게 담고 있다"면서 " 현재 SK이노베이션의 주주들은 배터리 사업부문 분사가 실질적인 지분가치의 하락을 가져온다는 이유로 크게 반발하고 있다. 향후 에스케이배터리가 상장될 경우 더 큰 주주가치 훼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것이 최태원 회장과 SK그룹이 생각하는 ESG 경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