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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책과 피 같은 나랏돈 지원...'물고기 잡는 법' 가르쳐야
청년정책과 피 같은 나랏돈 지원...'물고기 잡는 법' 가르쳐야
  • 권의종
  • 승인 2021.09.0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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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를 주냐보다 어떻게 주냐가 더 중요...대상된다고 무조건 지원할 게 아니라, 난관 극복할 방법도 함께 교육해야

[권의종의 경제프리즘] 사관학교는 육해공군의 초급 장교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4년제 군사 학교다. 졸업하면 학사 학위를 받고 소위로 임관된다.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고등교육기관이다. '사관학교 설치법'에서 육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의 설치를 규정한다. 육군3사관학교는 ‘육군3사관학교 설치법’에서 국군간호사관학교는 ‘국군간호사관학교 설치법’에서 각각 설치를 정하고 있다.

입학 전형이 까다롭다. 우선 대한민국 단일국적 소지자여야 한다. 1차로 학과 시험을, 2차로 서류 전형을 거쳐 면접, 체력검정, 신체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재학 중에는 전액 장학금이 제공된다. 하지만 졸업 후에는 10년 이상 의무 복무를 해야 한다. 학사 운영이 우수한 편이며, 생도들이 느끼는 자부심 또한 남다르다. 사관학교 출신 장교는 군 내외에서 '엘리트 장교'라는 평가를 받는다.

군 장교를 양성하는 기관을 이르는 ‘사관학교’의 명칭은 사회에서 더 널리 활용되는 경향이 있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 내지는 정예 인재를 키워내는 산실임을 뜻하는 비유적 표현이 유행한다. 금융사관학교, 물류사관학교, 취업사관학교, 공무원사관학교 등의 슬로건을 앞세워 홍보하는 기업이나 단체, 대학들이 자주 눈에 띈다.

창업 분야에도 사관학교가 존재한다. 신사업창업사관학교다. 명칭을 뜯어보면, 신사업+창업+사관학교가 합쳐져 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자신 만의 제조 기술·노하우 등을 보유한 소상공인 예비창업자를 발굴해 정부가 창업 교육, 점포경영 실습, 사업화 자금을 단계적으로 지원하는 창업 아카데미다. 2015년 개교되어 전국으로 확대 운영되고 있다. 이론 교육, 점포체험 실습 등이 총 5개월에 걸쳐 이루어진다.

군 장교 양성 ‘사관학교’ 명칭, 사회에서도 널리 활용...창업 분야의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인기

창업교육은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한다. 기본교육, 전문교육, 분반교육 등 창업 준비 및 점포 운영 시 필요한 교육을 약 4주간에 걸쳐 실시한다. 점포경영 체험교육은 사업모델 검증 및 성공 가능성 제고를 위해 신사업 아이디어 점포체험의 기회를 약 16주간 제공한다. 창업멘토링은 점포체험을 마친 교육생에게 분야별로 창업에 필요한 멘토링을 전문가와 1:1로 진행한다.

창업자금도 지원한다. 교육 수료 후에 각종 정책자금과의 연계가 이루어진다. 또 매장 모델링, 시제품 제작, 브랜드 개발, 홈페이지 제작, 홍보 및 마케팅 등 창업 소요 비용의 일부도 지원한다. 50% 이상을 본인이 부담하는 조건으로 창업자 한 명당 최대 2,000만 원까지다. 최근 4년간 1,169명이 이 학교를 졸업했고, 이 중 75.5%인 883명이 총 168억5,7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사업 자체에도 상당한 정부 예산이 소요된다. 2018년 103억 원, 2019년 187억 원, 2020년 166억 원이 투입되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3%가량 늘어난 189억 원의 예산이 책정되었다. 졸업생의 업종별 창업자 분포가 다양하다. 도소매업이 46.7%로 가장 많고, 제조업(16.2%), 음식·숙박업(13.7%) 등이 그 뒤를 잇는다.

결과가 다 좋은 건 아니다.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출신 창업자의 휴·폐업 비율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4년간 이 학교를 졸업한 창업자 802명 가운데 12.7%인 102명이 7월 말 현재 휴·폐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4명에서 2019년 30명, 2020년 44명으로 시나브로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7월까지 24명에 이른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에 따른 방역 조치 강화로 올해 폐업은 작년보다 더 늘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청년지원 사업에 교육 연계 필요성 높아...사업 효율 높이고 도덕적 해이 막을 수 있어

창업사관학교 출신 창업자의 폐업률이 높은 것은 유감이다. 원인은 복합적일 수 있다. 경기침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 불가항력의 외부적 요인에 기인한 바 컸을 것이다. 그 외에도 운영 미숙도 작용했을 수 있다. 느슨한 심사로 사업 의지도 없이 정부 돈만 타내려는 위장 창업자를 충분히 걸러내지 못했을 수 있다. 실적 채우기에 급급해 제도를 형식적으로 운용한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사업 자체를 백안시할 수는 없다. 창업 교육을 받았다고 다 성공한다는 보장은 있을 수 없다. 창업사관학교 출신 폐업률이 일반 창업에 비해 낮은 것은 그나마 교육 효과일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중대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정부의 각종 청년 정책에 교육을 연계시켜 사업 효율을 높이고 이용자의 도덕적 해이를 억제할 수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때마침 내년에 정부가 청년지원에 23조5,000억 원을 투입한다. 올해보다 3조3,000억 원 늘어난 규모다.

저소득 청년에 월 20만 원씩 최대 12개월간 월세를 지원하고, 월 20만 원 한도의 무이자 월세 대출도 신설된다. 국가장학금 지원도 늘어난다. 내년에는 100만 명 이상의 대학생이 ‘반값 등록금’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소득에 따라 정부가 저축액의 일부를 지원해주거나 추가 이자를 지급하는 자산 형성 프로그램도 신설된다. 입대 장병을 대상으로 저축의 25%를 정부가 지원하는 장병내일준비적금도 시행된다.

병장 월급을 60만9,000원에서 67만6,000원으로 인상하고, 급식 단가는 8,790원에서 1만1,000원으로 늘리는 각종 처우 개선도 청년 대책에 포함되었다. 병영생활관 변기의 30%에 해당하는 1만5,000대의 비데 설치를 위해 37억 원의 예산까지 책정했다. 다만, 대상이 된다고 무턱대고 지원해선 안 된다. 난관을 극복할 방법도 함께 교육해야 효과를 키울 수 있다. 이를 두고 탈무드는 이른다. “물고기를 잡아 주지 말고, 잡는 법을 가르치라”고.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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