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도윤 기자] LG화학에 이어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사업을 분사한다. 급성장 중인 전기차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이 2분기 호실적에도 배터리 사업 부문 분할을 공시하며 주가가 급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4일 종가 기준 SK이노베이션은 전일 대비 9500원(3.75%) 떨어진 24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8% 가까이 급락하며 23만3000원까지 떨어졌다가 하락폭을 좁히며 다시 24만원대로 올라섰다. 이날 급락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배터리 사업을 분할하기로 결정한 영향이다.
4일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일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 분할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이 신설법인 발행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단순·물적 분할 방식으로 분할 대상 사업에 속하는 자산 및 채무 등은 신설 회사로 이전된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 김종훈 의장은 “이번 분할은 사업의 특성에 맞는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문성을 높여 본원적 경쟁력을 선제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투자 유치와 사업 가치 증대를 통해 경영환경에 폭넓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다음달 16일 임시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10월1일부로 ‘SK배터리주식회사(가칭)’을 출범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를 비롯해 에너지저장장치(ESS), BaaS(Battery as a Service) 플랫폼 사업 등을 영위한다.
분할의 가장 큰 목적은 재원 마련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중국 헝가리 등에서 증설을 진행 중이다. 현재 40기가와트시(GWh) 수준에서 ▲2023년 85GWh ▲ 2025년 2000GWh ▲2030년 500GWh 등으로 늘려갈 예정이다. 향후 5년간 17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매년 3조원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분할 방식은 SK이노베이션이 신설법인의 발행 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단순 물적분할 방식이다. SK이노베이션이 신설법인의 지분 100%를 갖게 된다. 일반적으로 물적분할 방식은 주주들이 신설법인 주식을 보유하지 못하는 데다 기존 주주 지분가치가 희석될 수 있어 주주에게 불리한 분할 방식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이날 기업 분할과 함께 발표된 2분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 급락은 피해가지 못했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55.9% 증가한 11조1196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5065억원을 기록하며 2분기 연속 5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둔 윤활유 사업과 지속적인 매출 상승세를 기록 중인 배터리 사업 영향이 컸다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 김양섭 재무본부장은 기업공개(IPO)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향후 투자 재원을 적시에 조달하기 위해 분할한 것”이라며 “구체적 방법이나 시기, 규모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IPO를 포함한 에쿼티 자금 조달은 손익 가시화 등 여러 조건이 필요한 만큼 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시점을 결정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이 이르면 3분기부터 손익분기점(BEP)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2022년에는 BEP 초과 달성을 예상했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부터 IPO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앞서 LG화학도 같은 이유로 지난해 12월 LG에너지솔루션을 출범시켰다. 기존 전지사업부문(자동차전지·ESS전지·소형전지)을 신설법인으로 분사하고 LG화학이 지분 100%를 소유하는 물적분할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소송전을 마무리하고 미국 등 해외 거점에 대규모 증설을 나서는 등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IPO 절차를 밟고 있다. 이르면 연내 상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