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혜정 기자]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의 과열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필요성을 시사했다. 추가 재정지출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에 나온 엘런의 이례적인 발언에 미국은 물론 세계 경제계의 촉각이 쏠리고 있다.
옐런 장관은 이날 미 시사지 애틀랜틱 주최로 열린 '미래경제서밋' 행사에서 방영된 사전 녹화 인터뷰를 통해 "우리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금리가 다소 올라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여러 차례의 재정부양 패키지를 집행한 데 더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약속한 물적·인적 인프라 투자 계획까지 시행되면 어마어마한 돈이 시장에 풀린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코로나19 대응에 총 5조3000억 달러(약 5957조원)를 지출한 미국 행정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추가로 인프라 등 투자 계획에 4조 달러(약 4496조원)를 풀 예정이다.
이와 관련, 옐런 장관은 "추가 지출이 미 경제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매우 완만한 금리 인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전직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기도 한 옐런 장관의 이런 언급은 미 경제 회복 속도가 당초 예상을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낳았다.
미 노동부 조사 결과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보다 2.6% 급등해 물가상승세를 보여줬다.
이에 제롬 파월 현 의장을 비롯한 연준의 주요 인사들은 물가상승 압력이 "일시적일 것"이라며 시장의 불안을 일축해왔으나,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을 비롯한 몇몇 경제학자들은 과도한 재정 지출이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옐런 장관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직접 거론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빌 클린턴 전 행정부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외하면 행정부가 금리 정책에 대한 언급을 삼가는 것이 수십 년의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옐런 장관의 인터뷰가 보도된 이날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261.61포인트(1.88%) 급락한 13,633.50에 마감돼 3월 이후 최악의 실적을 냈다. 이날 애플은 3.5%,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1.6%, 페이스북은 1.3% 각각 하락했다.
파장이 커지자 옐런 장관은 오후 'CEO 협의회 서밋' 행사에서 "내가 (금리인상을) 예측하거나 권고한 것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통화 정책에 관여한 것처럼 비친 데 대해 "나는 연준의 독립성을 제대로 인정하는 사람"이라며 "인플레이션 문제가 생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연준이 대응할 수 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