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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메기' 세상의 실천...삼가 고 백기완 선생 영전에
'노나메기' 세상의 실천...삼가 고 백기완 선생 영전에
  • 오풍연
  • 승인 2021.02.18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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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 칼럼] 최근 타계한 백기완 선생은 충분히 존경받을 만한 인물이다. 그를 주인공으로 한 오풍연 칼럼을 쓰지 않으니까 궁금해 하는 분들도 있었다. 칼럼을 쓰지 않을 리 없다. 발인이 19일이기에 시기를 보고 있었다.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도 심심한 위로를 건넨다. 선생에 대해서는 어떠한 찬사도 아깝지 않다. 나는 DJ 이후 최고의 인물로 그를 평가한다.

선생은 평생 재야운동만 해왔다. 한우물을 팠다. 그런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다. 잘은 몰라도 보수를 받는 일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니 집안 형편은 어떠했겠는가. 그는 오로지 약자 편에 있었다. 나도 30년간 기자생활을 하면서 그를 여러 차례 보았다. 물론 취재 현장에서다. 최루탄이 난무할 때도 맨 앞에는 선생이 있었다.

선생처럼 꼿꼿한 사람은 없었다. 나는 솔직히 재야 운동권을 평가하지 않는다. 내가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면모를 잘 알 게다. 그들 역시 사람인지라 기회만 닿으면 정치권으로 진출하려 하고, 실제로 배지를 단 사람도 적지 않다. 그들 가운데 존경할 만한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김근태 전 의원 정도만 생각난다. 현재 586 가운데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기완은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다. 그를 회유하려는 시도가 없지 않았을 터. 그런 점에서 DJ와 같은 길을 걸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마지막 가는 순간까지도 민중을 생각했다. 항상 민중과 함께 했기 때문이다. 그의 빈소에는 조화가 한 개도 없었다. 선생이 그렇게 하라고 했단다. 가는 길도 선생다웠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문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다.

선생을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선생을 몰라서 하는 말이다. 선생의 정신은 ‘노나메기’에 있다.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그래서 너도 나도 잘 살되 올바로 잘 사는 '노나메기' 세상! 선생이 추구했던 세상이다. 그 세상을 보고 눈을 감으셨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지금 문재인 정권도 더 겸손해야 한다. 선생이 그렸던 세상과 너무 다르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 없이 한평생 나가자는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나도 젊은 시절 많이 불렀던 노래다. 이 노래를 지은 이도 바로 선생이다.

선생은 한국 진보운동의 거목, 민주화운동가이자 통일운동가, 불굴의 투사, 뛰어난 웅변가, 당대 최고의 이야기꾼, 우리 시대의 가장 돋보인 민중 시인이자 우리말 구사의 대가, 걸출한 문필가, 진보진영의 큰 어른, 민중운동의 사상가 등으로 불렸다. 선생에게 모두 맞는 표현이다. 선생의 대를 이을 만한 인물이 안 보여 아쉽기는 하다.

“선생, 편안히 눈을 감으소서. 선생의 정신은 영원히 남아 있을 겁니다. 한 시대의 위인을 떠나 보냅니다.”

# 이 칼럼은 '오풍연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 'F학점의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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