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법 개정 목소리 “선의의 피해자 계약취소 부당···입주민, 법적 대응 준비 중”
[금융소비자뉴스 이성은 기자] “힘들게 번 돈을 열심히 모아 새 집으로 이사했는데 갑자기 쫓겨나게 생겼습니다. 집값이 너무 올라 이제 이 돈으로 전세도 못 구해요.”
부정 청약으로 당첨된 아파트인 줄 모르고 분양권을 산 아파트 입주자들이 쫓겨날 위기에 처해져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련법에 허점이 있다며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부산경찰청의 수사 결과, 2016년 진행된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자이 청약에서 41명의 원청약자가 부정 청약으로 당첨된 뒤 막대한 프리미엄을 받고 분양권을 되판 것으로 드러났다. 위장전입을 하거나 임신 진단서를 위조하는 등의 방법으로 청약에 당첨된 사례다.
부정 청약으로 당첨된 원청약자는 이미 4년 전 웃돈(프리미엄)을 받고 분양권을 팔았고, 이와 관련 없는 현 입주자들이 분양가액만 돌려받고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에 41가구 가운데 36가구가 부정 청약을 알지 못하고 분양권을 매수했다가 집에서 쫓겨날 위험에 처해진 것이다.
수사 이후 시행사는 소송을 제기하며 원분양가의 감가상각비 10%를 제외한 금액을 받고 집을 비우라는 내용증명서를 해당 입주민들에게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입주자 모집 공고를 통해 재 분양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현재 이 아파트의 시세는 33평 기준 11억원으로 4년 전보다 6억여원이 올랐다. 시행사가 현재 시세를 반영해 재분양을 하게 되면 엄청난 이득을 보게 된다.
시행사 측은 20여 가구에도 추가로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입주자들은 계약취소 처분은 부당하다며 시행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또 이들은 앞서 ‘해운대구에 선의의 피해자를 가려 공급계약 취소를 막아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해운대구는 “해당 아파트 시행사가 공급계약 취소 뒤 재분양 승인을 신청하더라도 승인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 피해자는 “위장전입, 서류위조 등 부정을 저질러 당첨된 부정 청약자들은 몇 백만원의 벌금형으로 수사 종결됐다”면서 “이를 모르고 산 매수자들은 시세 차익과 취득세, 재산세, 기회비용,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뺏겨야 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부정 청약 조사를 확대하고 걸러내는 장치를 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정 청약자를 수사하는 데 1년가량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점, 원분양자가 부정 청약으로 당첨됐는지 매수인이 알 수 없는 점 등으로 인해 불법을 걸러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대학원장은 “국토부가 모든 청약 가구의 전수조사를 할 수 없는 만큼, 조정대상지역 결정 기준에 의거해 청약 경쟁률이 5 대 1 이상인 곳에 한해서라도 지자체가 당첨자 명단을 전수조사하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입법 절차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인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본인도 모르게 발생한 일로 쫓겨나는 사례 없도록 법 개정안을 바로 발의하겠다”면서 “국토부도 1월 안에 청약 취소 후 재분양 가격이 최초분양가 이상 받지 못하도록 하는 주택공급규칙을 개정하겠다고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