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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검찰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공수처, 검찰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 김교창
  • 승인 2020.12.2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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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창 칼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논의는 20여 년 전 잠시 반짝하다 수면 아래로 사라졌으나, 이 정권이 다시 끄집어내어 지난해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였다. 여당이 지난해 4월 제1야당을 제쳐놓고 군소 정당들과 야합하여 공수처 설치 법안을 국회 패스트트랙(안건신속처리제도)에 올려놓더니,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갈망하는 정의당 등과 이른바 ‘4+1 협의체’를 만들어 연말에 입법을 마무리하였다. 이 법은 올 7월 시행에 들어갔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은 대통령과 그 비서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국회의원, 대법관, 판사, 검사, 고위 경찰, 장성 등이다. 퇴직 후에도 대상이고 가족도 포함된다. 이들의 공적 범죄는 오로지 공수처가 수사·기소한다. 검찰은 이런 범죄 사건들을 수사하다가도 공수처가 요청하면 넘겨주어야 한다. 검찰은 이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하여는 수사할 수 없게 되었다.

이 정권 출범 후 국민 편 가르기가 심화하였다.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 친일과 반일. 종북과 반북 등으로 갈라놓더니 하다하다 이제는 범법자마저 고위와 하위로 갈라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공수처가 고위 범법자를 모셔 가면, 검찰은 남은 하위 범법자를 다루게 된다. 범법자를 이렇게 나누어 수사하고 기소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헌법 제11조). 어느 영역에서도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공수처를 설치하여 범죄혐의자를 고위와 하위로 나누어 격이 다른 기관으로 하여금 수사하게 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 위반이다.

공수처는 행정기관이지만 총리 산하 기관이 아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감사원과 같은 격의 독립 기관이다. 인사권과 예산청구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한다. 법무부 외청인 검찰청보다 격이 훨씬 높다, 검찰은 중앙선관위나 감사원처럼 헌법에 규정되어 있지만 공수처는 헌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

비(非)헌법기관이 헌법기관을 밀어내고 그 윗자리를 차지했으니 옥상옥(屋上屋)이 따로 없다. 헌법에 근거 없이 법률만으로 독립 기관을 설치한 것도 문제다.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를 비롯한 여러 헌법학자가 공수처 설치는 위헌임을 지적하고 있고, 야당은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을 청구하여 놓은 상태다.

공수처가 비헌법기관인 탓에 생기는 문제는 또 있다. 검사가 체포, 구속, 압수 등 강제 수사를 하려면 법관에게 신청하여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헌법 제12조 제3항). 여기서 검사란 헌법기관인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는 검찰청 소속 검사를 가리킨다. 검찰청 이외의 수사기관인 공수처 검사는 법관에게 영장을 신청할 수 없다. 공수처에 검찰청법이 준용되기는 하지만, 헌법기관에 한하여 부여된 영장신청권까지 준용된다고 확대 해석할 수는 없다.

공수처 설치로 두 검찰기관이 병존하게 되었지만, 검찰기관을 이렇게 고위와 하위 둘로 나누어 놓아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찍어내려는 현 정권의 행태에서 그 속내가 빤히 드러난다. 바로 권력형 범법자들을 그들의 입맛에 맞는 공수처로 모셔 가서 범죄를 유야무야시키겠다는 것이다.

공수처설치추진단이 지난 6월 ‘선진 수사기구로 출범하기 위한 공수처 설립 방향’이란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공수처를 선진 수사기구인 양 각색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겠지만, 주제 발표 중에 선진 수사기구라고 입증할 만한 내용은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선진화 추진은 공수처와 검찰 공통의 과제이지 어느 한 기관만의 과제일 수 없다.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회장이 추천하는 각 1명과 여야가 추천하는 각 2명을 합해 모두 7명으로 구성된다. 추천위가 공수처장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추천위는 당초 7명 중 6명이 찬성하여야 후보를 추천할 수 있었다. 야당 추천 위원 2명이 반대하면 후보를 추천하지 못한다. 공수처를 ‘정권 비호 기관’으로 만들지 않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으로 야당에게 비토권을 준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법 시행 후 3개월여 만에 구성된 추천위는 여러 차례 후보 추천을 시도하였으나 불발에 그쳤다. 그러자 국회에서 압도적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은 정기국회 폐회 다음 날 소집된 임시국회에서 추전위원 5명 만의 찬성으로도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밀어붙였다. 야당에게 주었던 비토권을 일방적으로 빼앗아 버린 것이다. 국민과의 약속을 눈 딱 감고 뒤집은 여당은 검찰 개혁을 완성하였다고 축배를 들었다.

여당은 검찰 개혁이란 미명 아래 당력을 쏟아 공수처 설치를 추진하였다. 살아 있는 권력의 비리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는 ‘검찰 힘 빼기’가 어떻게 검찰 개혁인가. 개혁 운운은 대(對)국민 사기극이다. 개혁은 커녕 개악이란 사실을 온 천하가 다 안다. 정권은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말고 검찰을 무력화해 민주주의를 짓밟으려는 시도를 당장 중지하여야 한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김교창 (kyo9280@daum.net)

법무법인 정률 (고문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

(사)한국청년회의소 논설고문

저 서

주주총회의 운영

표준회의진행법교본

김교창의 시사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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