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안끝났는데 트럼프 거론, 파장 우려...SK이노베이션 “외교문제 될 수도 있어” 불쾌감 표시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에 대한 최종결론이 나오기 전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송전에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는 칼럼을 현지 언론에 기고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를 놓고 LG화학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기고문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한 내용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반면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행동이 '외교적 이슈'까지 야기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장승세 LG화학 전지사업본부 경영전략총괄 전무는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JS)에 'Trump Should Stay Out of Korean Dispute(트럼프,한국 전기차 배터리 분쟁에 관여하지 말라)'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이어 "무역-비밀보호와 경제 활성화 관계에 대한 홀만 젠킨스의 기고는 트럼프 대통령이 4년간의 무역정책을 포기하고, 외국의 지적재산권 약탈범을 처벌로부터 보호하겠다는 근거 없는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아직 관련 소송의 판결이 내려지기 전임에도 SK이노베이션을 '약탈범'이라고 지칭한 것이다.
ITC는 지난 26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결정일을 12월 10일로 연기했다. 앞서 ITC는 지난 2월 양사 간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렸다.
장 전무는 이어 "영업 비밀 보호는 미국 일자리 창출의 핵심"이라며 "지적재산권을 훔치는 회사(SK이노베이션을 지칭)는 그들이 약속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칼럼 제목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이 들어간 것은 WSJ 측에서 편집과정에서 넣은 것이다. 칼럼 본문에 관련 내용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약탈범이라고 칭한 것은 최종판결만 안 나왔을 뿐, 이미 예비판결에서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또 칼럼인 만큼 우리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ITC의 최종 판결도 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 기업을 법을 어긴 기업으로 지칭하는 건 문제"라면서 "영업비밀 침해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는 LG화학이 트럼프 대통령을 기만하는 기고를 한 건 향후 외교문제에도 심각한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LG화학은 지난해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영입비밀 침해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은 미국에서 판매 중인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을 분석한 결과 해당 배터리가 LG화학의 2차전지 핵심소재인 SRS® 미국특허 3건과 양극재 미국특허 2건 등 총 5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ITC는 2월 SK이노베이션에 대해 LG화학 측의 배터리 기술을 빼낸 증거를 인멸했다는 이유 등으로 조기패소 결정을 내렸다.
미국 대선 아직 진행 중인데 마치 트럼프 행정부를 '식물정부'로 보고 LG화학이 강경 기고 한 것으로 오해할 수도
하지만 최종판결이 거듭 연기되고 있다. 당초 이달 5일이었던 최종판결 기일을 지난달 25일 3주 연기한 데 이어 26일에는 12월10일로 판결을 다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번에는 45일을 미룬 것이다.
최종판결을 미룬 배경에 대해 공식적인 발표가 없다. 코로나19 확산 여파 등 업계에서는 배경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패소 판결한다는 가정 아래 일자리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패소 판결에 거부권(비토)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 공식적으로 반박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한다면 SK이노베이션이 약속한 2000개의 일자리와 26억달러의 투자 계획이 무산될 수 있다. 또 내년 전기차 생산을 앞두고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한 폭스바겐의 테네시주 공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한 전기트럭 'F-150'의 포드공장이 있는 미시간주의 선거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제는 아직 미국 대선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마치 트럼프 행정부를 이미 끝난 '식물정부'로 보고 LG화학이 이 같은 강경 기고를 한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계를 대표하는 LG그룹의 핵심 임원이 실명으로 기고한 것이 대미 한국 외교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ITC의 최종판결이 나오기 전인데도 이 같은 칼럼을 기고했다는 것은 승소를 예단하고 성급하게 움직인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