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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건희 회장 별세...이재용, 경영세습 포기 약속 지켜야
삼성 이건희 회장 별세...이재용, 경영세습 포기 약속 지켜야
  • 정종석
  • 승인 2020.10.25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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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부회장, 지난 5월 재판 앞두고 대국민 사과...이건희-이재용 삼성가 승계작업 20년도 더 된 오랜 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경영권 불법승계 두개의 재판 진행중...삼성을 '흔들리지 않는 기업'으로 키워야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대표기자] # 지난 2011년 7월 7일 낮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자크로게 IOC 위원장이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을 호명하는 순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의 눈물 속엔 만감이 교차했다. 무엇보다도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단독 사면을 받은 후 1년6개월여의 동안 온국민의 염원을 안은 채 지구 다섯바퀴를 돌면서 100여명의 IOC 위원을 찾아 평창 지지를 호소했던 이 회장이 임수를 완수한 후의 안도와 회한이 녹아났다. 이것은 이 회장이 일생동안 흘린 두 번 째 눈물이라고 한다.

# 앞서 이건희 회장이 삼성을 이끄는 동안 공식 석상에서 흘린 첫번째 눈물은 지난 2008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지하 1층 국제회의실에서 경영퇴진을 발표하던 순간이었다.

삼성그룹 오너인 이건희 회장이 특유의 느린 걸음으로 회의실에 들어섰다. 발걸음은 무거웠고 얼굴은 창백했다. 그는 “아직 갈 길이 멀고 할 일도 많아 아쉬움이 크지만 지난날의 허물은 모두 제가 떠안고 가겠습니다”라고 경영퇴진을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그의 눈가에 눈물이 가득 맺혔다. 일반인에 보인 첫번째 눈물이었다.

재계는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첫번째 눈물은 ‘통한’이었고, 2011년 두번째 눈물은 ‘기쁨’의 눈물로 각각 해석한다. 첫 번 째 눈물을 흘리면서 떠났던 이 회장이 돌아와 흘린 ‘더반의 눈물’ 이후 한국은 2018년 평창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25일 타계한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평소 내성적인 성격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은든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렸다. 그러나 그의 '승부사' 기질은 1993년 '신경영 선언'을 통해 가장 잘 드러났다. 27년 전 '신경영 선언'은 지금의 초일류 삼성을 만든 기틀로 꼽힌다.

이 회장의 '신경영' 배경에는 '국내 제일'이라는 '자만'에 따른 반성이 자리한다. 당시 삼성은 실질보다 외형 중시의 관습에 빠져 있었다. 눈앞의 양적 목표 달성에 급급한 나머지, 장기적 생존전략과 같은 질적 요인을 소홀히 한 것이다. 일부 선진국에선 '싸구려' 취급을 당하기도 했다.

‘이건희 일가’ 정점으로 지배구조를 세습해 온 삼성 성장의 그늘엔 ‘경영권 불법승계’라는 문제가 늘 자리 잡아

이에 그는 "단 한 개의 불량제품을 만드는 것도 회사를 좀먹는 암적 존재이자 경영의 범죄행위"라며 양이 아닌 질 위주로 패러다임을 바꾸라고 지시했다. 이후 그의 집념과 열성으로 삼성은 글로벌 기업으로서 비약적인 성장을 거둔다.

하지만 ‘이건희 일가’를 정점으로 지배구조를 세습해온 삼성 성장의 그늘에는 ‘경영권 불법 승계’라는 문제가 늘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재벌가의 경영권 세습이 삼성그룹 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삼성가 승계작업은 이제 20년도 더 된 오랜 일이다. 지난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서울 이태원동 집에서 쓰러진 뒤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누워있는 시기에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은 1년 동안 국정농단 관련, 구속 수감생활을 한 뒤 지금도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때 부정한 청탁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건넨 사실이 특검 조사에서 드러났다.

그는 이밖에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을 주도한 혐의로 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 합병을 통한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1년9개월에 걸쳐 수사한 끝에 지난 9월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이 부회장이 승계 작업에 도움을 받으려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건넨 뇌물 사건에서 파생됐다. 박영수 특별검사 때(2016년 12월)부터 3년9개월간 이어져 온 수사의 마무리 단계인 셈이다. 이 회장은 마지막 과업인 ‘3세 승계’를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못하고 눈을 감았고, 두개의 재판을 앞둔 이 부회장은 앞으로 자신의 운명을 오로지 사법부의 판단에 맡긴 꼴이 되고 말았다.

여기서 주목되는 대목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밝힌 삼성의 경영권 세습 중단 발표다. 그는 지난 5월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을 열어 편법과 불법을 오간 경영권 승계와 노조 탄압 논란 등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과문 내용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이것은 10대 그룹 중에서는 첫 사례다.

우리나라는 재벌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가 되지 않은 거의 유일한 국가이다. 삼성은 특히 이병철 창업 회장부터 그리고 이건희 회장,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으로 내려오는 3대까지는 엄연한 세습경영 제체였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 앞두고 자녀들에 경영권 승계 않겠다고 전격 선언...국민들 삼성 세습경영 차단 예의 주시

이재용 부회장은 지금 슬하에 20대 아들과 10대 딸을 한명씩 두고 있다. 이들 2명한테 경영권 세습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자녀들한테 경영권을 세습해도 합법적으로만 한다면 아무런 법률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사회에서 그 자녀의 경영 능력이 인정이 된다면 적법한 증여, 상속을 통해서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에는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다 물려받지도 않은 상태다. 지금 3세 경영이 완전히 이루어지지도 않은 것이다.

이건희 회장의 개인자산만 하더라도 20조 원이 넘는다. 우리나라는 30억 원이 넘을 경우 상속 증여세는 50%를 내야 한다. 삼성은 앞으로 거의 10조 원 가까운 천문학적인 엄청난 세금을 내야 한다.

돈도 좋고 권력도 좋지만 이것들은 유한하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태어난 사람은 반드시 죽으며, 흥성한 사람은 반드시 쇠퇴하기 마련(生者必滅. 盛者必衰)’이다. 세상 이치가 모두 그렇다.

남자는 평생토록 살아가면서 세 번의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태어나면서, 부모님을 잃었을 때, 그리고 나머지 한번은 분명하지 않은 빈자리라고 한다. 이재용 부회장도 아버지 이건희 회장을 임종하면서 아마도 뜨거운 눈물을 흘렸을 지도 모른다.

이제 이재용 부회장 앞에 남은 과제는 아버지 장례 후 삼성의 승계작업을 마무리하고 삼성을 초일류 기업으로 완성하는 일이다. 아울러 그가 약속한 대로 온갖 불법성 시비를 낳은 세습경영의 끈을 끊고 삼성을 누가 맡아도 흔들리지 않는 대기업으로 키우는 일이다.

따지고 보면 삼성이 항상 사법처리 선상에 오른 것은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다시 말해 자본세습을 위한 불법-탈법-변칙성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지난 5월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약속한 세습경영 차단이 앞으로 어떤 형태로 이뤄질지 많은 국민들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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