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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고통지수와 부동산이 좌우하는 한국의 정치경제학
경제고통지수와 부동산이 좌우하는 한국의 정치경제학
  • 정종석
  • 승인 2020.07.2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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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부(金不)분리’ 등 정치판 발 듣보잡식 경제이론까지 속출...대통령이 중심 잡고 경제 세워나가야

[금융소비자뉴스 정종석 대표기자] 미국 국민은 집권당과 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경제고통지수(economic misery index)로 평가한다.

경제고통지수는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인 삶의 질을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오쿤이 착안했다.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율)과 실업률을 합해 계산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크게 신음을 앓고 있는 가운데 미국 또한 경제고통지수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오는 11월 3일 미국 대통령 선거를 불과 4개월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에 실패하는 것으로 나온다.

트럼프는 지난 2016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막판에 결정적인 한 방, 즉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가 절실한 상황에 몰려 있다. 옥토버 서프라이즈란 미국 대통령 선거 혹은 중간선거 직전 달인 10월에 발생한 뜻하지 않은 사태로 그때까지 여론조사 등에서 불리한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를 말한다.

미국 대선까지 남은 100일은 선거전에서 긴 시간에 해당된다. 트럼프는 4년 전에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에게 밀렸지만 선거에선 이변을 연출하며 승리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가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변수로 올 가을 쯤 코로나의 고삐가 잡히며 경제가 정상화하거나,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현실화하는 경우를 든다.

그렇다면 트럼프의 재선 여부는 결국 경제에 달려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감세와 재정지출로 상징되는 트럼프노믹스(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는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크게 확대돼 벌써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가 기업인과 고소득층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계층간 소득 불균형이 더 심화했다.

11월 미국 대선, 오는 2022년 3월 치르는 우리나라의 대선에 묘하게 반면교사처럼 작용할 듯

섣부른 예측을 어렵게 하는 미국 대선이 오는 2022년 3월 치르는 우리나라의 대선에 묘하게 반면교사처럼 작용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미국 경제의 회복과 일자리 정책이 대선에 막판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듯이 우리나라에서도 똑같은 주제가 새 지도자를 뽑는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1년 7개월여 남은 한국의 대선을 앞두고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이 -3.3%로 추락했다.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최저 수치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63년 이후 최악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난마처럼 얽힌 경제문제 가운데 가장 골치아픈 쟁점은 부동산정책이다. 문재인 정부의 '6·17 대책' 등 부동산 대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한 시민단체는 부동산 정책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일부 시민들은 지난 주말 거리로 나선 데 이어 온라인상에서 '실시간 검색어'(실검) 상위 노출을 도모하며 항의하기도 했다.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나라가 니꺼냐'라는 문구를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리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지난 해 우리나라의 집값 시가총액이 1995년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5,000조원을 넘어섰다. 집값 총액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도 역대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특히 국내 주택 시가총액이 최근 3년간 1000조원 넘게 불어났다. 저금리에 풀려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에 흘러들어가면서 주택 가격 상승세가 지속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집권 민주당에서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이전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수요억제책 만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한 정부가 공급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 그린벨트 해제는 환경훼손의 문제로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재건축 규제완화는 강남부자들 좋은일 하는 것 같아서 손을 대기 어렵고, 기타 공공 보유 유휴부지 개발로는 물량이 너무 적은 것이 단점이다. 서울수도권지역에서는 신고가가 계속 출현하는 가운데 전세가격이 폭등할 조짐이다.

국민 겪는 경제고통지수 잘 몰라...부동산값 폭등은 자영업자 몰락과 더불어 경제 위기의 뿌리

이런 가운데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뜬금없이 금융의 부동산 지배를 막기 위해 21세기 ‘금부(金不)분리론’을 제안했다. 추 장관은 “박정희 개발독재 시대 이래 부패권력과 재벌이 유착해 땅장사를 하며 금융권을 끌어들인 결과 금융과 부동산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기형적 경제체제가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모든 시장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서 결정된다. 자산가격도 마찬가지다. 경제성장과 도시화에 정비례한다. 경제는 경제로 풀어야 한다. 그런데 경제현상을 설명하는데 ‘부패 세력’이나 ‘재벌’같은 정치적 시각을 갖다붙이는 것은 생뚱맞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추 장관은 경제학자가 아니다. 더욱이 법무장관이다. 경제를 모르면 가만히 있는 것이 상책이다. 그리고 경제나 부동산 정책은 경제부총리나 국토교통부장관에 맡기면 될 일이다. 어설픈 훈수가 대국을 그르칠 수 있다. 잘 모르면 자기 일이나 잘 하고 가만히 뒷전에서 지켜보면 될 일이다.

정부의 경제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오락가락하는 것은 매우 불안하다. 출범 이후 20여 차례 이상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지만 가파르게 상승하는 집값 해법과 그린벨트 해제 여부를 둘러싸고 정부가 크게 흔들리는 것이다. 2023년에 도입되는 주식 투자이익에 대한 기본공제 금액도 애초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앞서 정부가 내놓은 금융세제 개편안(2000만원 공제)이 조세저항에 부딪치자 돌연 방향을 바꾼 것이다

현 정부는 국민이 겪는 경제고통지수를 잘 모르는 것 같다. 부동산값 폭등은 자영업자 몰락과 더불어 경제 위기의 뿌리다. 언필칭 서민을 위한다는 정부가 결국 서민의 내 집 장만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정부가 고집해온 반시장적 정책으로 시장을 거슬러 화를 자초한 꼴이다. 뭔가 확실한 메시지를 주지 않으면 앞으로 ‘시장의 복수’를 견디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도 국민도 집권당과 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경제고통지수로 평가할 날이 다가온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중심을 잡고 경제를 세워나가기는 커녕 근시안적 대응에 그치는 인상이다. 국정의 양대 축은 균형잡힌 여야관계다. 국회에서 정당정치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기는 커녕 지난 21대 총선 패배 후 지리멸렬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야당이 더욱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야당이라고 그저 어설프게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거나 발목을 잡기보다는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고, 당 한쪽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실정 원인을 분석해 차분히 경제살리기를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준비하는 것이 정권을 잡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지름길임을 알아차려야 할텐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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