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혜정 기자]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에 임대차3법 시행을 앞두고 전세대란 조짐이 보이고 있다.
최근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에는 지난 2015년 '전세대란' 이래 수요 대비 공급이 가장 적은 데다 정부가 주택 매입 시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면서 시중에 나오는 전세 매물이 줄었다. 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등 임대차3법 시행을 앞두고 집주인이 사전에 보증금 인상에 나서면서 전셋가가 장마철 비수기임에도 이례적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세입자들은 집값이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주택 매입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데다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 개발을 앞두고 청약 대기수요가 크게 는 것도 전세 선호를 부추겨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27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서울의 전세수급지수는 180.1을 기록해 지난 2015년 11월 둘째 주(183.7)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부동산 중개업체를 대상으로 전세수요에 비해 공급이 어느 정도인지를 설문조사해 숫자로 나타나낸 것으로 '100'보다 높으면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 지수가 180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3~2015년 '전세대란' 이후 처음으로, 특히 강북(180.1)이 강남(177.7)에 비해 수급 불안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실거주 요건 강화와 등록임대사업 사실상 폐지 등의 영향으로 집주인들의 자가 입주가 늘면서 전세 매물은 크게 부족해진 탓이다.
전세 수급이 무너지면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KB국민은행 통계 기준)은 지난 20일 기준 0.26% 올라 지난해 7월 이후 53주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최근 5주간 상승률(0.21→0.22→0.29→0.27→0.26%)도 지난 2015년 10월 넷째 주(0.2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분석됐다.
매물 품귀 현상에 집주인이 전셋값 인상을 통해 금리 인하나 세제 강화에 따른 수익 감소를 임차인에게 전가하거나 임대차 3법의 시행을 앞두고 전셋값을 미리 올리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 시행 이후에는 집주인이 전월세 보증금을 종전 계약 대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인상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세 수급불안으로 지난 2015년의 전세대란이 재현될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임대차 3법을 현재 존속 중인 계약에도 적용하겠다는 방침으로 급격한 전셋값 상승에 제동을 걸려 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회 본회의 통과 전까지는 당분간 전셋값 상승세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등록임대사업에 대한 혜택이 축소된 탓에 집주인들도 전세를 내놓을 유인이 사라지면서 월세 전환이 빨라져 서울 내 주거비 부담이 가속화 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