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박혜정 기자] 미국 의료 기기 수입 업체인 메드트로닉코리아가 대리점에 갑질을 일삼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메드트로닉코리아의 국내 대리점에 판매 병원·지역을 지정한 뒤 지정 판매처가 아닌 곳에서의 영업을 금지한 행위와 병원·구매 대행 업체 등에 판매한 가격 정보 제출을 강제한 행위에 시정(향후 행위 금지) 명령과 과징금 2억7000만원을 부과했다"고 최근 밝혔다.
메드트로닉코리아는 국내 의료 기기 수입 시장 1위 업체로 미국 메드트로닉으로부터 수술 봉합기·심박동기·혈당 수치 측정기 등을 수입해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메드트로닉은 글로벌 1위 의료기기업체로 심장 및 혈관 사업 분야이며 전문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에 따르면 메드트로닉코리아는 2009년 10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최소 침습 치료·심장 및 혈관·재건 치료 관련 63개 의료 기기를 병원에 공급하는 145개 대리점에 판매처를 직접 지정했다. 그 이후 대리점이 지정 판매처 외에서 영업 활동을 하는 경우 계약을 해지하거나 사후 관리 거부 등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계약 조항을 두어 이를 강제했다.
공정위는 제품 시장점유율이 높은 메드트로닉코리아가 대리점 간 경쟁을 막은 것은 병원 등 의료기기 사용자가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구매할 기회를 제한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메드트로닉코리아가 공급하는 최소 침습적 치료 관련 19개 제품군 중 8개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초과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소 침습(minimally invasive)란 기존의 수술 등과 동일한 효과를 가지지만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최소 절제 범위로 수술하는 복강경 수술이 대표적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메드트로닉코리아는 또한 2016년 12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일부 의료기기 제품군을 병원에 공급하는 72개 대리점에 거래 병원과 구매대행업체에 판매한 제품의 가격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이때 판매가격 정보를 '필수 제출사항'으로 규정하고, 대리점이 해당 정보를 제출하지 않거나 정보의 정확도가 떨어지면 서면 통지로 즉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규정을 계약서에 담았다. 판매가격 정보 제출을 대리점 성과평가에 반영하는 등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판매가격 정보가 본사에 들어갈 경우 대리점이 본사와의 공급가격 협상 등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일 가능성이 다분하므로 공정위는 판매가격 정보는 대리점이 공개를 원하지 않는 영업 비밀에 해당한다고 봤다.
공정위는 거래상 지위가 있는 메드트로닉코리아가 대리점에 판매가격 정보를 제출하도록 강제한 것은 대리점 경영활동의 자율성을 부당하게 침해한 대리점법 위반 행위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