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통합당이 끝내 선택한 것은 김종인이었다. 김종인 비대위가 들어서는 것. 주호영 원내대표가 당선되면서 예상됐던 일이긴 하다. 일부 의원이나 당선자가 반발했지만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쳤다. 김종인의 요구사항을 다 들어준 만큼 통합당이 백기를 든 셈이다. 김종인은 역대 최고령 비대위원장 기록도 깰 것 같다. 부도옹(不倒翁)이라고 할까.
김종인은 1940년생이다. 우리 나이로 81살, 만 80세다. 나이가 많다고 못할 바는 아니지만 자연 나이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이력을 보면 교수, 국회원, 청와대 수석, 장관, 비대위원장 등 다양하다. 경험은 무척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통합당이 요구하는 인물상과 맞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잘못된 선택이라고 본다. 김종인이 거론될 때부터 그런 주장을 펴왔다.
내가 김종인은 반대했던 이유는 이렇다. 김종인 역시 총선 참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비록 공천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참여했다. 일정 부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또 김종인을 모셔왔으니 할 말이 없다. 김종인에게서 나올 것이 있을까. 김종인 역시 말은 번지르르하게 한다. 복안도 있다고 한다. 말로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통합당은 100% 바꾸어야 한다. 김종인은 그렇게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당의 체질부터 바꿔 놓을 필요가 있다. 김종인이 처음 얘기했던 40대 기수론도 나쁘진 않다. 만약 그런 각오라면 한 번 해볼 만 하다. 홍준표 등 무소속 당선자 4명의 복당도 그에겐 숙제다. 특히 홍준표와 관계가 껄끄러워 어떻게 풀어나가느냐는 것도 관심사다.
김종인은 22일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뒤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최선을 다해 당을 정상 궤도로 올리는 데 남은 기간 열심히 노력해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통합당이 당선인 워크숍에서 내년 4월 7일 재·보궐선거까지 비대위를 운영하기로 한 데 대해선 "이러고 저러고 딴 얘기할 것 없이 일단은 수용을 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김종인에게 '압도적 찬성'으로 비대위 출범에 힘이 실렸다고 설명했으며, 김종인은 "당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종배 정책위의장,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와 함께 이날 오후 5시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김종인의 개인 사무실을 방문, 비대위원장직 수락을 정식 요청했다.
김종인은 차기 대권후보군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40대 기수론이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지금 그런 사람들이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는데 40대 기수론을 무조건 강요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사실 처음 김종인 비대위를 주장했던 홍준표와 틀어진 것도 40대 기수론 때문이다. 김종인이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비대위 구성과 무소속 탈당 당선인 복당 여부에 대해서는 "나중에 두고 보자"며 즉답을 피했다. 김종인에게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평화가 찾아 온다. 이 세상에 아내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아내를 사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