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채 방치된 삼표시멘트 하청노동자…민주노총 "예견된 죽음의 현장"
숨진 채 방치된 삼표시멘트 하청노동자…민주노총 "예견된 죽음의 현장"
  • 이동준 기자
  • 승인 2020.05.2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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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하청노동자 위험노출 ‘여전’, 하루 만에 공장 가동…원청에 대한 비난 높아

[금융소비자뉴스 이동준 기자] 지난 13일 강원 삼척시 삼표시멘트 공장에서 근무하던 60세 비정규직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졌다. 김용균법 시행 4개월이 안 된 시점에서 발생한 사고로 여전히 현장 노동자들은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일하다가 숨진 고 김용균씨의 죽음 이후 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산업현장에서 ‘안전’은 비용만을 강조하는 원청의 무관심 속에서 여전히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지난 18일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은 입장문을 내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고 김용균의 죽음과 너무도 비슷하다. 우리의 일터가 조금도 바뀌지 않고 있다”며 “원청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재 확인한다”고 밝혔다. 

60대 근로자인 김모씨는 지난 13일 오전 11시쯤 시멘트 재료를 나르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사고를 당했다. 시멘트 업체 하청업체 소속인 김씨는 기계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머리를 넣어 확인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사고를 일으킨 기계는 무연탄 대체 보조연료로 사용되는 폐비닐 등 합성수지를 시멘트 소성로로 보내는 컨베이어 벨트다. 

김씨는 사고 뒤 2시간여 만에 발견됐다. 원청은 2인 1조 수칙을 지켰다는 입장이지만, 김씨는 사고가 발생한 지 두 시간 정도 이후에 발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김씨 혼자 점검 업무를 한 것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때문에 삼표시멘트의 ‘현장안전감사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책임 주체인 원청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사고 뒤 하루 만에 공장을 가동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단은 지난 1월 16일부터 원청의 책임 강화, 유해·위험 작업의 도급 제한 등을 골자로 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안전수칙 준수 등의 원칙이 여전히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단은 “작업중지를 해제할 때는 심의위원회를 열어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이런 과정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노동부는 해당 사업장의 부분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사측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상황이다. 경찰도 자세한 사고 경위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동해삼척지역지부와 삼표지부는 19일 삼표시멘트 공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또 한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죽었다""오래전부터 수십 건의 산재 사고가 묵인된, 예견된 죽음의 현장"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삼표시멘트는 한해 수십 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사업장임에도 원인 조사나 설비개선, 안전조치 등 기본적인 대책조차 없었다""삼표시멘트 원청 사업주의 탐욕이 결국 또 한명의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하며 도급 사업 시 원청 사업주의 의무를 확대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겠다고 했으나 허울 좋은 얘기일 뿐 노동 현장을 달라진 게 없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은 또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이 사고가 발생한 킬른 6호기를 비롯해 100떨어진 킬른 7호기에도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으나 7호기는 48시간도 채 되지 않아 작업 중지 명령을 해제한 점을 들어 "노동자의 죽음보다 사업주의 눈치만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유가족들은 아직 제대로 된 사고 원인조차 알지 못하고 있고, 위험이 만연한 현장에서 일하는 삼표시멘트 노동자들은 그저 생산에만 혈안이 된 원청으로 인해 오늘도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르는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노총은 사고 진상규명과 근본적인 대책 마련, 사고가 난 설비와 같은 설비에 대한 작업 중지 명령 확대, 삼표시멘트 전 공정에 대한 현장 특별근로감독 실시, 중대 재해 발생 사업주 엄벌 등을 관계 기관에 촉구했다.

또 단독근무를 폐지하고 21조로 근무할 것과 이윤보다 생명을 존중하는 노동 사회와 다치거나 병들지 않고, 사망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삼표시멘트 관계자는 "사고와 관련해서는 고용노동부에서 조사를 하고 있어 조사 결과가 나와야 공식 입장을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노조 측이 제기하는 안전소홀 문제에 대해서는 "안전 사항들은 기본계획이 수립돼 있어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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