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등쌀 못 견뎠나...예상치 못한 WTO 사무총장의 ‘중도 사임’
트럼프 등쌀 못 견뎠나...예상치 못한 WTO 사무총장의 ‘중도 사임’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0.05.1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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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1년 앞둔 시점...아제베두 “개인적 사정, 정치적 이유 없어”
트럼프, “중국 편향적” 노골적 비판...WTO 역할에 대한 근본적 의문 제기
▲호베르투 아제베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호베르투 아제베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금융소비자뉴스 김태일 기자] 호베르투 아제베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14일(현지시각) 돌연 '중도 사임' 의사를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는 와중에 다자간무역체제의 수장이 임기를 1년이나 남겨놓고 책임을 회피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아제베두는 WTO 6대 사무총장으로서, 지난 2013년 9월 임기를 시작한 뒤 연임에 성공해 2017년부터 두 번째 임기를 이어오고 있었다.

뉴욕타임즈(NYT) 등에 따르면, 그는 이날 오후 화상으로 진행된 비공식 대표단 회의에서 올해 8월 31일 사무총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본 임기보다 1년이나 이른 시점이다. 해당 회의는 외신을 통해 사임 소식이 나오면서 급하게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사임 발표는 전날까지도 WTO 사무국이나 회원국 관계자 대부분이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사임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가족과 상의한 끝에 개인적 사유로 (사임을) 결정했다”며 “건강과 관련이 없고, 어떠한 정치적 기회를 추구하지도 않는다고” 못박았다. 브라질에서 정치 경로를 새로 짜기 위한 포석 아니냐는 일각의 의문 제기에 선을 그은 것이다. 그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정치적 이유로 사임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WTO의 주요 일정을 고려해 사임 시기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차기 사무총장 선거와 내년 6월 또는 연말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각료회의(MC12)가 겹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통상 WTO의 다음 사무총장 선거는 현 사무총장의 임기 만료 직전 해 12월 후보 접수를 시작해 이듬해 선거 운동과 선호도 조사 등을 거쳐 5월 말 내정자를 결정한다. 업무 시작은 9월부터다. 아제베두 사무총장의 이른 사임으로 WTO는 차기 사무총장 선거 일정을 앞당겨 진행하기로 했다.

아제베두 사무총장은 “MC12가 2021년 중반이나 그해 말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중반에 열릴 경우 선거 일정과 겹쳐 “MC12의 준비 작업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 탓이라는 주장에도 무게가 쏠린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속적으로 공개 비판을 이어가고 불만을 토로하면서 WTO의 핵심인 분쟁 해결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WTO의 대법원 격인 상소 기구는 미국의 상소 위원 선임 반대로 지난해 12월부터 가동을 멈춘 상태다. 기존 위원들의 임기가 끝났는데도 미국이 차기 위원 선임에 계속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부터 미국은 WTO에 ‘중국 편향적’이라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쳐왔다. 이날 WTO의 수장이 물러나는 날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은 멈추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기 사임 소식에 대해 “WTO는 끔찍하다. 우리는 아주 나쁜 대우를 받았다”면서 “WTO가 중국을 개발도상국으로 대우함에 따라 중국은 미국이 얻지 못하는 이익을 누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완전히 끊을 수 있다”며 교역 중단에 대한 협박성 발언을 내놨다.

한편 코로나19 사태가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아제베두 사무총장이 급작스럽게 ‘중도 하차’함에 따라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을 보인다. 올해 세계 무역이 30% 넘게 감소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단지 ‘개인적 사정’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는 자세를 취한 탓이다.

다자간무역체제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 의문도 나온다. 미국을 필두로 전 세계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중심주의가 심화되고, 개별 국가간 무역거래 체제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WTO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전 세계 무역 긴장상태에 대한 뾰족한 대안이나 중재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아제베두 사무총장 역시 이날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현재 아무 일도 안 하고 있다. 협상도 없고 모든 것이 멈췄다”며 WTO에 대한 자조적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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