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강승조 기자] 대한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대주주인 한진칼도 자금을 조달해 유상증자에 참여키로 했다.
한진칼은 14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대한항공 보유 지분 가치를 유지하고 대한항공의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대 주주인 한진칼이 선제적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을 결의했다"며 대한항공 유상증자 참여를 공시했다.
한진칼의 여유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연합'과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자금 조달 방식에 재계의 관심이 쏠렸다.
앞서 대한항공은 전날 이사회에서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주주 우선 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앞서 정부가 국책은행을 통해 지원키로 한 1조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까지 합쳐 총 2조2000억원 상당의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이날 항공화물 매출채권을 담보로 하는 7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주식전환권이 있는 3000억원 규모의 영구채권 발행 등을 결의했으며 2000억원의 자산담보부 차입도 진행할 예정이다.
유상증자로 새로 발행되는 주식 수는 7936만5079주로, 예상 주당 발행가격은 1만2600원이다. 유상증자가 이뤄지면 대한항공의 전체 발행 주식은 기존 9595만5428주에서 1억7532만507주로 증가하게 된다. 최종 발행가액은 2020년 7월6일 확정되고, 신주 상장은 7월29일에 이뤄질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유상증자 외에도 전 임원 임금 반납, 직원 70% 가량의 휴업 등도 실시 중이며,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 왕산마리나 운영사인 ㈜왕산레저개발 지분 등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전날 대한항공이 총 발행주식의 20%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한진칼의 자금 조달 부담이 다소 줄었다. 그러나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현재 지분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이번 유상증자에 주주배정 물량 이상을 청약하기로 했다.
현재 대한항공의 지분을 보통주 기준 29.96%(우선주 포함 29.62%) 보유하고 있는 한진칼이 주주배정 물량만 소화하려면 2400억원의 자금만 투입하면 된다. 이 경우 유상증자 후 한진칼의 대한항공 보유 지분이 종전의 29.96%에서 27.05%로 2.91%p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한진칼은 종전의 지분율 유지를 위해 추가로 600억원을 더 투입, 총 3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 유상증자에 참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연결 기준 한진칼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412억원에 불과, 재원을 보유 자산 매각과 담보부 차입을 통해 마련할 것이 유력하다.
대한항공 외에도 한진, 진에어, 정석기업, 한진관광, 칼호텔네트워크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한진칼은 이들 회사의 지분을 담보로 하거나 정석기업이 보유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