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김태일 기자] 4억9000만원 상당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두산가(家) 4세 박중원(52) 씨에게 실형 선고가 내려졌다. 하지만 박씨는 지난 2018년 10월부터 재판에 출석하지 않고 있다. 이날 판결도 박씨의 불출석 상태에서 선고됐다. 박씨는 고(故)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차남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김준혁 판사는 박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박씨는 2011~2016년 4명의 피해자에게 4억2000만원가량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 이에 따라 2017~2018년 세 차례에 걸쳐 기소됐다. 첫 기소 3년 만에 이번 1심 판단이 나온 셈이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자신이 두산그룹 오너가 4세라는 사실을 내세우며, 기업 인수·합병을 진행하고 있다고 피해자를 속였다. 당시 박씨는 거액의 세금을 체납해 신용불량 상태였다. 또 “돈을 빌려주면 연 30% 이자를 쳐 갚아주겠다” “내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절친한 사이로 이마트 등에 납품할 수 있게 해주겠다” 등의 발언을 하며 피해자들을 기만해 수억원의 돈을 편취했다.
박씨는 2018년 3월부터 열린 공판에는 참석했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선고기일이 잡히고부터 법정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세 차례나 선고를 연기했다. 이 기간 동안 7000만원대 사기 및 사문서위조 등 혐의가 추가됐다. 총 사기금액이 4억9000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박씨가 이후로도 재판에 출석하지 않자, 재판부가 이번에 공시송달 방식으로 불출석 재판을 진행하고 실형을 선고한 것이다. 공시송달은 재판 당사자의 소재를 파악할 수 없을 때,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판결 결과를 게시하는 절차다. 소송 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는 ‘송달불능보고서 접수 6개월이 지나도록 피고인의 소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피고인의 진술 없이 재판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재판부는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이 모두 증거에 의해 유죄가 인정되며,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선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범행 과정에서 계약서를 위조하는 등 죄질이 불량하고, 편취금액이 큰 데다 대부분을 사업과 관계없는 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며 “자신의 범행을 모두 부인하다가 결국 도주해 재판에 불출석했다”고 꼬집었다.
다만 재판부는 박씨가 법정에 나오지 않아 법정 구속영장은 발부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박씨가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진행한다면 박씨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만약 박씨, 검찰 모두 항소하지 않는다면, 검찰은 1심 판결에 따른 형을 집행하기 위해 박씨의 소재 파악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