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회장, 상이한 재판 결과 주목...‘채용비리 실행범위’ 놓고 ‘온도차’
금융지주 회장, 상이한 재판 결과 주목...‘채용비리 실행범위’ 놓고 ‘온도차’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0.05.1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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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공판...변호인단 “우리銀 사건과는 달라, 합격 직접지시 안 해” vs 검찰 “지원 사실 알린 것 자체가 채용비리”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금융소비자뉴스 김태일 기자] 조용병(63)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두 번째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이 채용비리 혐의 실행범위를 놓고 창과 방패의 날선 공방을 벌였다. 앞서 조 회장은 ‘신한은행 채용비리’에 가담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오석준 부장판사)는 13일 오전 11시 업무방해·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 대한 2심의 두 번째 공판을 열었다. 검찰과 변호인단이 정면으로 부딪힌 이번 재판은 20여분간 진행됐다.

공방의 핵심은 ‘채용비리 실행범위’를 어디까지로 설정하느냐였다.

우선 변호인단은 검찰이 어디까지를 실행행위로 보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임직원 가족 등의 명단 작성 자체, 합격여부 변경, 면접 기회 제공 등 3가지 중 정확이 어떤 것이 채용비리 실행행위로 포함되는지에 대한 의문제기다.

우리은행의 경우와도 선을 그었다. 우리은행은 은행장이 직접 O, X 표시를 해서 합격 여부를 최종 결정하고 이와 관련한 품위서를 작성했지만, 조 회장은 직접 합격여부를 결정하고 이를 지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검찰 주장대로면 공모부터 전 단계에 걸쳐 증인신청을 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반면 검찰은 변호인단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검찰은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며 면접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없는 지원자가 점수 조작 덕에 면접을 보게 됐다면 위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은행장이 직접 특정 지원자의 지원 사실이나 인적 관계를 인사부에 통지한 것 자체가 채용비리라고 규정했다.

우리은행 사건과도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우리은행과 같이 부적격 응시자에게 합리적 근거 없이 면접시험 기회를 줬다면 그 자체로 업무 적정성 및 공정성 저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변호인단이 주장하는 ‘면접위원 특정’의 필요성은 없다고 꼬집었다.

또 “채용비리의 시작은 특이자 명단의 작성”이라며 “결국 은행장의 판단에 따라 합격자가 결정됐고, 응시자가 면접에도 참여했다면 일련의 과정 전부를 실행행위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면접 불참 사례에 대해서는 별도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우리은행 사건을 보면 결국 면접위원들과 해당 은행을 하나로 봐야 한다”면서 “현재 대법원 판례 가운데 가장 정확한 판례는 우리은행 사건”이라 못박았다. 그리고 “응시자가 면접 단계에서 최종 단계까지 올라간 과정 전체가 일체”라고 덧붙였다.

조 회장은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신한은행장으로 있을 당시, 신입행원 채용 과정에서 특정 응시자의 점수를 조작한 혐의로 2018년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조 회장은 외부 청탁을 받은 지원자와 신한은행 임직원들 자녀의 명단을 관리하고 이들이 유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점수를 조작했다. 남녀고용평등법도 위반했다. 합격자 남녀 비율을 3대1로 인위적으로 조정했다. 이러한 일련의 조작을 위해 총 154명의 서류 및 면접 점수가 뒤바뀌었다.

앞서 지난 22일 열린 1심에서 조 회장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가 조 회장이 특정 지원자의 지원 사실이나 인적관계를 인사부에 알리는 등 그가 저지른 채용비리 혐의 일부를 유죄로 인정한 것이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인사부에 해당 지원자를 합격시키라는 명시적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해도 최고 책임자인 피고인이 지원 사실을 알린 행위 자체만으로도 채용 업무 적절성을 저해하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이 이에 항소하면서 지난달 8일 2심 첫 공판이 열렸다. 한 달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 이날 두 번째 공판이 열렸고, 다음 공판은 7월 6일로 예정돼 있다.

한편,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은 지난 3월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이번 판결이 채용비리로 1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의 2심 판결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의 1심 판결에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다만 지난해 1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6개월을 받고 법정구속 됐던 이 전 행장은 형기를 다 채워 같은 해 9월 형기 만료로 구속취소 결정을 받고 석방됐다.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데 대한 유죄판결로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지 금융권은 지켜보고 있다.

조 회장은 지난 1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이달 주주총회에서 회장 연임이 가능하다. 이광구 행장에 대한 최종심 판결이 1심 후 1년여 만에 나온 만큼, 비슷한 일정대로라면 조 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내년 초가 될 수 있다.

조 회장이 임기 중 유죄가 확정되면 금융회사지배구조법 54항에 따라 최고경영자(CEO) 임무 수행이 불가능해진다.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1심 재판은 계속 진행중으로 이달 27일에 기일이 잡혀있다.1심 재판 결과는 늦어도 오는 9월 중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함 부회장은 DLF사태와 관련해서도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를 받았다. 함 부회장은 하나금융의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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