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제도에 관하여
기본소득제도에 관하여
  • 장태평
  • 승인 2020.04.1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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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평 칼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는 우리 인류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페스트 감염증이 세상을 변화시킨 것에 버금가는 변화를 몰고 오리라고 예측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는 수만 명의 인명피해가 있었고, 교역량 급감 등으로 각국의 경제적 피해도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전 세계의 성장률과 주가 하락도 기록적이다. 곧 경제적 파국이 임박한다고 절망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에 대응하여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대책을 발표했다. 여러 가지 대책 중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 눈에 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성격상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이란 모든 국민이 적절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소득을 말한다. 기본소득제도는 이러한 기본소득을 국가가 보장해 주는 제도이다. 기본소득 전액 또는 부족한 소득과의 차액을 어떠한 조건도 없이 모든 국민에게 계속 지급한다.

물론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은 특별 재난을 감안한 일회적이고, 전체 가구 중 하위 소득 70%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정부안이다. 그러나 정치권은 조건 없이 전체 국민에게 1인당 40~50만 원에서부터 100만 원까지 지급하자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와 별도로 각급 지방자치단체들도 경쟁적으로 전체 주민에게 ‘재난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한다.

코로나바이러스로 피해가 큰 다른 나라들도 각각 비상적인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400억 달러를 지원하고, 중국은 인민은행 지급준비율을 인하하여 95조원 수준의 지원 효과를 확보할 계획이며, 유럽연합(EU) 26개국은 전체로 120억 유로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처럼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과감한 정책들을 신속하게 추진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상황은 현 정부의 소득주도 경제정책 실패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되고 있다. 소비활동이 거의 정지 상태에 이르러서 매출이 급감하고, 산업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실업이 가속화되고, 생산사슬의 하위 단계에 있는 중소기업들이나 자영업자들의 도산이 시작되고 있다. 이 때문에 총선을 의식한 여당과 야당은 획기적인 정부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대통령 긴급재정명령 발령, 100조원 지원, 예산 20% 절감 전용 등의 극도의 아이디어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흥분을 가라앉히고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급할 때일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서두르면 일을 그르친다. 먼저 효율적인 지원 방식이 무엇인지 지혜를 모아 선별해야 한다. 이번 지원목표가 우리나라는 개인 가구에 대한 소비성 지원이 중심인데, 외국은 통화량 등 거시정책을 활용하고 있다. 지금 산업기반이 무너지고 기업이 도산위기에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금융지원 정책이 더 효과적이고, 후방 효과가 더 지속적일 수 있다.

이번 정부는 실패한 소득주도정책에 아직도 미련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극빈층에 대한 지원은 필수적이지만, 모든 국민들이 소득으로 나누어 갖는 정책은 효과가 상당기간 후에 나타나고,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다. 더구나 소득이 충분한 가계는 자기 소득에서 지출될 부분을 지원금으로 대체하는 상쇄효과 때문에 소비 진작 효과는 크게 반감될 것이다.

지금의 상황은 근본적으로 경제적 소비위축이 아니라 비경제적 사회장벽에 원인이 있다. 이것이 해결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차라리 위기 기업을 위해 그 재원을 활용하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시대변화에 적절한 경제활동의 배분과 부의 분배 시스템에 대하여 심각하게 논의할 때가 되었다. 오늘날 4차 산업 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구글, 아마존, 우버,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창의적인 아이디어 하나로 거대기업을 이루고, 소수 창립자 및 몇 사람이 거대한 부를 독점하게 되었다. 금융기업과 금융가들은 상상할 수 없는 수익과 소득을 과점하고 있다.

반면에 일반 노동자들의 역할은 축소되고, 일자리도 줄고 있다. 과거의 보상시스템으로는 합리적인 공정성을 확보할 수 없다. 이로 인해 과거 제조업 중심 산업사회와는 확연히 다르게 빈부의 격차가 극심하다. 그래서 기본소득 등 형평분배에 관한 과격한 이론들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그 해결방안은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는 사회주의적 방식이 아니라 지속발전이 가능한 ‘새로운’ 방식이어야 한다. 보수주의자들도 이러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한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절망적인 상황이라 하여 자포자기식 재정운용을 남발하는 것은 곤란하다. 치유하기 힘든 상처가 남는다. 이런 때일수록 경제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구조조정과 노동유연성을 의도적으로 지향해야 한다. 기본소득제도는 이번에 일회적으로 시행하고 중지해야 한다. 추진을 위해서는 폐해를 점검하고, 막대한 재원확보 방법과 효율적인 시행방안을 연구하는데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번 사태가 이런 논의가 시작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칼럼은 "(사)선진사회만들기연대의 '선사연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장태평 ( taepyong@gmail.com )

(재)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
(전) 한국마사회 회장
(전) 제58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전) 기획재정부 정책홍보관리실장,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
(전) 농림부 농업정책국장, 농업구조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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