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노력 없이 직원 대량 권고사직, 당일 '전화해고'로 부당해고 의혹도 받고 있어
[금융소비자뉴스 백종국 기자] 국내 굴지의 패션기업인 신성통상이 7일 직원 수십 명을 '당일해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신성통상은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최대 수혜를 본 토종 브랜드 기업으로 '유니클로'에 대응하는 '탑텐' 브랜드로 줏가를 높였던 업체이다. 탑텐을 비롯해 지오지아 올젠 앤드지 에디션 폴햄 프로젝트엠 등 9개 브랜드를 운용하는 신성통상은 광복절 티셔츠 등으로 애국 마케팅을 펼치며 소비자를 끌어 모아 '애국기업'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기도 하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성통상은 수출본부 직원 수십 명을 권고사직 처리했다. 해고인원은 25~55명으로 신성통상 측에서는 정확한 숫자를 확인해주지 않고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
7일 해고된 직원에 따르면 해고된 직원은 총 55명이다. 이들은 해고 당일 인사팀의 개별 전화 통보로 옆 건물 회의실에 조용히 불려가서 사직서에 사인하고 해고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고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서면통보 등 서류상의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전화를 통한 당일 해고는 부당해고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신성통상의 이 같은 대량 권고사직은 사실상 정리해고로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정리해고는 해고회피노력 등의 선행 조치가 행해진 이후에만 진행할 수 있다. 이번 해고 대상자는 부장, 차장, 과장이 포함되었지만, 절반 이상은 근무기간이 1년이 되지 않은 사원이었으며 심지어 작년 하반기 공채 신입도 다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해고 직원은 8일 NATE판과 블라인드 앱 등을 통해 "구조조정 얘기가 2주 전부터 있었고 퇴직금 없는 사람들(주로 신입) 위주로 이뤄질 예정이었으나 정부 보조금으로 자금은 해결되었다. 자금 해결과 상관 없이 구조조정은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매출이 좋은 팀은 30%, 매출이 부진한 팀은 50% 정도 구조조정할 예정이며, 명단은 있으나 아직 대상은 알려진 바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 보조금 혜택을 받고도 가차없이 대량 '정리해고'를 단행한 정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해고 직원이 전하는 해고 사유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미국 내) 위축된 심리 소비로 인한 오더 캔슬 또는 판매 부진이 1~2개월만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신성통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인원조정을 결정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여파로 미국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어 미국 브랜드에서 주문 취소나 축소를 하는 추세로 미리 원•부자재를 발주했던 터라 재고 부담까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성통상은 코로나19로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주문이 취소되고 지연되어 자금 유동성이 악화된 상황이다. 전체 매출에서 65%를 차지하는 패션사업 가운데 수출물량이 30%를 차지하는 데 이중 2억 달러가 코로나19 사태로 주문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지난해 여러 차례 발행한 수백억원대의 사채 만기도 올해 몰려 있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해고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번 해고가 "매출 실적과 상관 없이 특정팀과 특정팀 유관부서 사람들이 주 타겟이 되었으며, 다른 사업부는 내부 인테리어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직원 월급 줄 돈은 없고 인테리어 할 돈은 있느냐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에 오른 신성통상 포괄손익계산서에 따르면 신성통상의 지난해 반기(2019년 7~12월) 영업이익은 460억원으로 전기(268억원) 대비 72%가량 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유니클로가 반일 감정으로 매출이 급감할 때 반사이익을 얻은 덕이 크다.
일부에서는 신성통상이 어려운 와중에도 수출 비율이 30% 정도로서 내수 기반이 충분해 다른 기업보다는 나은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신성통상보다 1/4 규모의 작은 수출 전문 기업이 임원 연봉 50% 삭감, 직원들 주 2일 출근 대신 월급의 82%를 지급하며 신성통상보다 안 좋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힘든 시기를 함께 버티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해고 당한 직원들은 "대부분의 패션수출기업들은 주 3일 출근 월급 50% 삭감, 주 4일 출근 월급 30% 삭감하고 임원은 정리해고 하고 있지만 이렇게 매몰차게 신입사원까지 내치는 곳은 없다"면서 "만약 전 임직원 연봉 30% 삭감 등 다른 노력을 충분히 하고 나서도 더 이상의 방법이 없다면 해고당한 직원들도 이해해 줬을 것"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또 "떳떳이 명단을 밝혔다면 전 직원이 하루 종일 불안에 떠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들은 회사 측에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짐들을 조금씩 버리면 배에 직원들을 더 태울 수 있었겠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그들이 소유하고 있는 것은 단 1%도 내놓지 않고 어린 직원들과 약 20년 정도 함께한 동료를 나몰라라 바다에 버린 것"이라면서 "이런 기업이 과연 애국기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라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