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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수수료’ 건드렸다가 ‘합병’ 날리나...공정위 고강도 조사 예고
배민, ‘수수료’ 건드렸다가 ‘합병’ 날리나...공정위 고강도 조사 예고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0.04.0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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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지배력 스스로 증명한 단적인 사례”...주문자 정보 관리 현황도 조사 예정
▲국내 1위 배달 앱 배달의민족과 2위 요기요의 합병이 성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배민의 수수료 개편이 배민과 요기요 합병에 악재로 작용할 지 주목된다

[금융소비자뉴스 김태일 기자] 배달의민족(배민)이 내놓은 수수료 개편안이 결국 자충수가 됐다. 배민이 소상공인들의 의견 청취 없이 일방적으로 새로운 요금 체계를 선보이면서 반발을 산 데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가 ‘요기요’와의 기업결합(합병) 승인 심사에서 강도 높은 조사를 예고하기에 이르렀다.

공정위는 수수료 체계뿐 아니라 국내 업계 1위 배달의민족과 2위 요기요가 수집한 주문자 인적사항과 선호메뉴 등 관련 정보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도 현장 조사 등을 통해 세밀하게 들여다볼 계획이다. 수수료 체계를 바꾸면서 발생한 논란의 불꽃이 합병에까지 튄 모양새다.

김재신 공정위 사무처장은 6일 배민의 바뀐 수수료 체계 논란에 대해 “기업결합과 관련한 독과점 여부를 심사받는 도중 수수료 체계를 크게, 뜻대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소상공인 유불리를 떠나 해당 업체의 시장 지배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적인 사례”라고 못박았다.

공정위의 합병, 독과점 심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배민이 수수료 체계를 바꿨다는 사실은 막강한 시장 지배력과, 가맹점들과의 수수료 협상 테이블에서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있다는 점을 스스로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김 처장은 “수수료 체계와 관련해 상당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결합 심사에서는 시장 획정에 따른 필수 심사 항목 외에 개편된 수수료 체계가 가맹점들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우려는 없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심도 있게 조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합병 심사에서 ‘정보 독점’ 문제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배달 앱은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소비자와 가맹점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분석·활용한다. 이에 대해 공정위가 수집, 분석, 활용 절차가 정당하게 이루어지는지 전반적으로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필요한 경우 현장 조사까지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만약 ‘정보 독점’에 다른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합병 심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날 배민은 김범준 대표 명의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외식업주들이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 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새롭게 발표한 수수료 체계인 ‘오픈서비스’의 개선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스스로 당긴 불씨가 옮겨붙어 불이 번지는 상황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배민은 수수료 체계를 건드렸다가 결국 요금 체제에 대한 조사를 받게 됐을 뿐 아니라 합병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됐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울 꼴이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1일 수수료 제도를 정액제에서 정률제 중심으로 전환했다. 기존 정액제 방식인 ‘울트라콜’은 월 8만8000원을 내면 주문자 근방의 음식점을 모바일 앱 화면에 노출해주는 서비스 방식이다. 그런데 음식점들이 노출 빈도를 높이기 위해 정액제를 복수로 구매하는 이른바 ‘깃발꽂기’ 문제가 발생했다. 여윳돈이 있는 기업형 음식점을 중심으로 배민 앱 화면을 중복 노출로 차지하고, 인근 지역 주문까지도 점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심지어 깃발 200개를 꽂는 음식점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문제의 대응책으로 내놓은 배민의 정률제인 ‘오픈서비스’는 매출의 5.8%를 수수료로 떼가는 방식이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전국 14만 음식점 가운데 52.8%가 이번 제도 개편으로 수수료 인하 혜택을 보게 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3일 논평을 내고 해당 제도로는 월 매출 155만원 이하 음식점만 기존보다 적은 수수료를 낸다고 주장했다. 하루 평균 매출 5만원 꼴인데, 사실상 배달 없이 홀 장사만 하는 곳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배달이 주 수입원인 대부분의 소상공인은 ‘껑충’ 뛴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매출이 오를수록 수수료 부담이 덩달아 커지는 탓에 “바뀐 배민 수수료제로 부담을 덜려면 장사가 안 돼야 한다”는 업계 우스갯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소비자단체 “10명 중 8명이 합병 반대”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합병에 부정적인 기류가 지배적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전국 6개 광역시에서 배달 앱 이용 경험이 있는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합병 반대 응답이 86.4%에 달했다고 6일 밝혔다.

가장 자주 이용하는 배달 앱은 배민이 59.2%, 요기요가 34.6%였다. 94.8% 두 업체를 이용하는 셈이다. 60%의 응답자가 2개 이상의 앱을 동시에 사용했다.

합병 반대 이유로는 독점 시장 형성으로 인한 ‘음식 가격 및 배달료 인상’이 82.9%로 독보적으로 많았다. ‘사업혁신 및 서비스 향상 동기저하(46.3%)’, ‘쿠폰·이벤트 등 소비자 혜택 감소(40.5%)’가 뒤를 이었다.

79%의 소비자가 합병으로 인해 경쟁이 저해돼 소비자가격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고, 76.4%가 혜택이 줄어들 것으로 봤다.

또 91.2%의 응답자가 향후 배달 앱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81%는 두 업체 합병이 성사되면 새로운 사업자의 시장 진입 문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설문조사는 2월 25일부터 3월 10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됐고, 신뢰도는 95%에 표본오차는 ±4.4%p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6일 오후 경기도청에서 열린 '배달앱 독과점 및 불공정거래 관련 대책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6일 오후 경기도청에서 열린 '배달앱 독과점 및 불공정거래 관련 대책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 “수수료 체계 원래대로 돌려놔라”

정치권도 배민을 향한 비판에 가세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은 배민의 수수료 개편에 대해 “독과점 배달 앱의 횡포를 억제하고 합리적 경쟁 체계를 만드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6일 수수료 체계 변경에 따른 논란에 배민이 사과한 것에 대해 “반성과 사과에 진정성이 의문”이라며 요금 체제의 원상 복구를 촉구했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상 복구와 깃발꽂기에 대한 언급 없이 또 다른 이용료 체제 개편을 하겠다는 것은 배달 앱의 이익과 이용자 부담 증가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반발 모면을 위한 임시조치”라는 글을 올려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현대 기업들은 수익 창출 능력만큼 높은 윤리경영과 사회적 기여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이날 경기도청에서 ‘배달앱 독과점 및 불공정 거래 관련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공공 배달 앱 개발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세무조사에 대한 필요성도 언급하며 배민에 대한 압박에 들어갔다.

▲공정거래위원회 손에 합병의 키가 들려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손에 합병의 키가 들려있다

공정위 ‘조건부 승인’ 나오나?...아직은 신중론 유지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결국 키는 공정위가 쥐고 있다. 독점 규제와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한다. 이 때문에 배민의 이번 수수료 체계 개편 논란은 합병 심사에 반영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앞서 지난해 12월 30일 ‘배민’과 ‘요기요’는 두 업체의 기업결합 관련 신고서를 공정위에 제출했다. 공정위는 고시로 정한 ‘기업결합심사 기준’에 따라 합병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주요 기준은 ▲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지 ▲ 기업결합 방법이 강요나 기타 불공정한 방법에 해당하는지 ▲ 기업결합으로 효율성 증대 효과가 발생하는지 ▲ 회생 불가 회사와의 기업결합에 해당하는지 등이다.

기업결합 심사는 통상 수개월이 걸리지만, 길게는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법상 순수하게 심사만을 위한 기간은 120일(30일+90일)로 정해져있지만, 추가 자료 요구와 보완 등에 걸리는 시간은 법정 심사 기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보다 앞서 딜리버리히어로(DH)가 지난해 12월 13일 우아한형제들 지분 87%를 40억달러(약 4조9160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결정이 시장 경쟁 제한에 해당하는지도 따져보고 있다.

공정위는 우아한형제들이 회사를 매각한다고 발표한 이후 두 회사의 합병 심사를 진행 중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합병 대상 2개 회사 가운데 한쪽의 자산 총액 또는 매출이 3000억원 이상이고, 다른 한쪽의 자산 또는 매출이 300억원 이상이면 인수·합병(M&A) 등 기업결합을 공정위에 신고해 결합의 타당성을 심사받아야 한다.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형제들 합병을 승인하면서 수수료율 인상 금지 등 여러 조건을 내걸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합병 자체를 무산시킬 수는 없어도, 합병으로 ‘독점’ 체제가 형성되면서 발생한 문제들에 대한 각종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딜리버리히어로-우아한형제들 기업결합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배달의민족의 새 요금 체계 변경이 온전히 M&A(인수합병)로 인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결합 대상 회사인 요기요와 요금 체계가 비슷해지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 두 회사에 관련 자료를 요청해 검토한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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