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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美 제재 풀어라, 中 반격할 것” 작심 발언
화웨이 “美 제재 풀어라, 中 반격할 것” 작심 발언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0.04.0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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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순이익 증가율 20%p 증발...쉰 회장 “화웨이 혼자 죽지 않아”
▲에릭 쉬 화웨이 순환회장
에릭 쉬 화웨이 순환회장

[금융소비자뉴스 김태일 기자] “중국 정부가 가만히 바라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화웨이가 미국 정부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하며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 쉬즈쥔(에릭 쉬) 화웨이 순환 회장이 지난달 31일 지난해 실적 발표 자리에서 내뱉은 말이다. 미국 제재로 초유의 위기를 맞닥뜨리면서 궁지에 몰린 화웨이가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 모양새다.

미국의 제재는 지난해 5월 16일 시작됐다. 이에 따라 화웨이 및 70개 계열사는 미국산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들여오지 못하면서 초유의 위기를 맞았다. 무엇보다 구글의 정식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를 사용하지 못하는 화웨이는 ‘메이트 30’ ‘P40’ 등 주요 스마트폰을 구글 앱 없이 출시했고, 중국 밖에서 지메일이나 구글맵,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다운도 안 되는 스마트폰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화웨이의 순이익은 627억 위안(약 10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6%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2018년의 전년 대비 25.1% 증가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초라한 실적이다. 화웨이가 주력하는 5G 이동통신 장비를 포함한 통신장비 매출마저 전년 대비 3.8% 증가에 그쳤다. 미국의 제재가 ‘약발’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여기서 멈추지 않고 제재 수위를 한층 높일 수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외국직접상품규칙’을 수정해 미국산 반도체 생산 장비를 쓰는 제3국 기업이 미국 정부 승인 없이는 화웨이에 반도체 제품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이 추가 제재가 화웨이의 핵심 사업 파트너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대만의 TSMC를 타깃으로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터라 화웨이는 신경을 더욱 곤두세우고 있다.

화웨이가 ‘로컬 기업’이 돼간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실제 화웨이의 지난해 중국 매출은 36.2% 늘었지만 유럽·중동에서는 0.7% 증가에 머물렀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되레 13.7% 미끄러졌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도 화웨이 위기를 가속화시켰다. 지난 2월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순위에서 삼성, 애플, 샤오미에 밀려 4위로 전락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유럽, 중동, 아시아 등의 구매 여력이 주저앉음에 따라 수주를 확대해야 하는 화웨이의 경영 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화웨이가 미국 정부의 제재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하고 있는 반면 미국 정부는 화웨이를 더욱 옥죌 제재 카드를 준비 중이다.
화웨이가 미국 정부의 제재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하고 있는 반면 미국 정부는 화웨이를 더욱 옥죌 제재 카드를 준비 중이다.

이 탓에 미국의 제재 이후에도 한동안 “끄떡없다”며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던 화웨이가 웃음기 없는 얼굴로 태도 변화에 나선 것이다. 실제 미국 정부는 화웨이의 반도체 조달 통로를 틀어막는 제재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제3국 기업 제품에 적용하는 미국 기술 비율을 25%에서 15%로 대폭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 등 제3국 기업은 화웨이에 제품을 판매할 수 없게 된다.

쉬 회장은 실적 발표에서 “중국 정부는 화웨이가 도마에서 학살당하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응책을 취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에 간접적으로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중국 정부 역시 미국의 제재에 맞대응할 것이라 주장했다. 미국의 5G 반도체 칩이나 스마트폰 등의 자국 판매를 금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화웨이는 삼성전자나 대만 미디어텍, 중국 유니SOC 등에서 반도체 칩을 공급받으면 된다고 자신했다.

쉬 회장은 “미국 정부가 제재를 이어간다며 글로벌 사슬에서 누구도 홀로 온전하기는 어렵다”며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면 글로벌 사슬을 궤멸적으로 붕괴하고 화웨이만 부서지지 않을 것”이라 경고했다.

그는 “2020년은 더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다. 힘을 다해 살아남아야 한다”면서 “그래야 내년 사업보고서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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