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뉴스 백종국 기자] 건강이상설이 나돌던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대차 이사회 등기이사와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1999년 3월부터 현대차 이사회 의장을 맡은 지 21년 만이다.
정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공식적으로 물러나면서 현대차는 오너 3세인 정의선 체제의 본격 출범을 알렸다.
현대차는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차사옥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갖고 이 같은 안건을 심의, 의결했다.
이날 현대차는 "수익성 개선 추진과 대규모 투자계획에 따른 이사회의 재무적 의사결정 기능 강화를 위해 임기 만료 예정인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상현 전무(재경본부장)를 등기임원으로 선임했다"며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 미등기임원, 회장으로서 역할을 지속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새로운 이사회에서 이사들 간의 회의와 토론을 통해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또 최은수 전 대전고등법원장 겸 특허법원장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재계 일각, 현대차 정몽구 의장 공백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정의선 리더십 '반신반의'
현대차는 "글로벌 경제위기 우려,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 등 경영환경에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이사회 안건과 운영 등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업무 집행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번 주총에서 사업목적의 '각종차량과 동 부분품의 제조판매업'을 '각종차량 및 기타 이동수단과 동 부분품의 제조판매업'으로 변경했다. 또 '전동화 차량 등 각종 차량 충전 사업 및 기타 관련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현대차는 2025전략을 통해 라스트마일, 개인용비행체(PAV) 등 다양한 미래 이동수단과 관련한 신규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날 주총에서 지난해 재무제표를 승인하고 보통주 주당 3000원, 우선주 주당 3050원, 2우선주 주당 3100원, 3우선주 주당 3050원의 현금배당을 의결했다.
현대차는 이날 주총을 통해 정의선 호의 출범을 자축했으나 정몽구 의장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 재계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내비치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경영능력이 일취월장하긴 했지만 자동차산업이 전환기를 맞고 있는 현 시기에 대그룹을 이끌 역량에 대해 의구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정몽구 회장, 2016년 말 최순실 청문회 참석 후 공개석상에 모습 드러내지 않으며 '건강 이상설'
현대차에서는 물론 회장 직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했지만 이사회 의장은 역할이 다르고, 건강이상설로 회장 직 수행마저 어렵지 않느냐는 관측인 것이다. 병상에 누워있는 미등기임원인 삼성의 이건희 회장과 같은 역할이 아니길 바라고 있다.
1938년생인 정몽구 회장은 1999년 이사회 의장을 맡으며 현대차그룹을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장남인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본격적으로 전면에 나선 2018년 이후 실질적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왔다.
지난 2016년 말 최순실 청문회에 참석한 이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건강 이상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대차 측은 "정 회장의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혀 왔지만 지난해 7월 현대차의 세타2 엔진 결함 은폐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정 회장에 기소중지 결정을 내리면서부터 정 회장의 중병설이 나돌았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형진휘)는 당시 정몽구 회장에 대한 기소중지 처분과 관련해 “건강 상 이유로 조사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정 회장의 건강이 상당히 좋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정 회장이) 알츠하이머 증상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건강상태가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안다"는 한 재계 관계자는 "정 회장의 건강상태가 안 좋은 만큼 본격적인 경영승계가 준비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